쓰지 않고 살아도 되지요?

나는 왜 글을 쓰는가

by 글장이


"글 써서 뭐합니까? 그런 거 안 쓰고도 잘만 사는 사람 많은데요."

언젠가 인력 시장에서 함께 일하던 A씨가 저한테 물은 적 있습니다. 하루 열 시간 중노동을 하면서도 새벽과 늦은 밤 매일 글을 쓴다는 저의 이야기를 듣고 한 말입니다. 쓰지 않고 살아도 아무 문제 없다는 그의 질문을 받고 곰곰이 생각하게 되었지요.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쓰기 전과 후 제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가 짚어 보아야 했습니다. 과연 글을 쓰지 않고 살았어도 괜찮았을까. 글쓰기는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결론이 어떻게 나든 상관 없이, 이런 생각을 한 번쯤 해 보는 것 자체가 의미 있겠다 싶었습니다.


8년째 글쓰기/책쓰기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글 쓰고 책 내면 돈 벌 수 있고 성공할 수 있고 인생역전 할 수 있다는 말, 단 한 번도 한 적 없습니다. 쓰는 삶의 가치와 본질만 갖고 [자이언트]를 이끌어왔지요. 제 철학과 가치관에 뜻을 같이 한 사람들은 계속 남아 있고요.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떠났습니다. 글쓰기의 무엇이 저를 살게 했으며, 또 그들을 남게 했는가. 정리해 봅니다.


첫째, 글쓰기는 '다른 방법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합니다.


문제가 생기면 사람들은 해결책을 강구합니다. 나름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방법을 선택하지요. 허나, 만약 더 나은 방법이 있다면, 그리고 그것을 찾을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당연히 선택과 결정도 달라지겠지요. 매 순간 선택과 결정이 달라지면, 인생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 겁니다.


한 편의 글을 쓰기 위해서는 원고지 12~15매 분량 채워야 합니다. 하나의 주제를 놓고 다양한 생각을 할 수밖에 없지요.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보면, 기존과 전혀 다른 발상을 할 때도 있고 문제 자체를 다른 관점으로 보게 될 때도 많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고, 다양한 '길'이 있으며, 생각지도 못한 '관점'이 존재합니다. 이 모든 다양한 색채가 내 안에 깃들어 있다면, 그것들을 제대로 활용하며 사는 것이 마땅하고 유리하겠지요. 쓰지 않는 사람은 눈을 하나만 갖고 사는 것이고요. 쓰는 사람은 백 개의 눈을 갖고 살아가는 겁니다.


둘째, 글쓰기는 최악의 감정을 가라앉히는 도구입니다.


인간은 감정의 동물입니다. 과거를 한 번 돌아보세요. 욱하는 감정, 미움, 분노, 시기, 질투, 서운함, 우울증, 무기력, 짜증 등 온갖 부정적인 감정이 '삶을 망친' 기억 있을 겁니다. 부정적 감정을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는 없겠지요. 모든 감정은 나름의 존재 이유가 있다고 하니까요. 문제는, 이러한 불편한 감정 때문에 관계나 일상이 흔들린다는 사실입니다.


화가 날 때, 화 내지 말고 글 한 번 써 보세요. 처음에는 나를 화 나게 만든 대상을 향한 욕설과 비난이 마구 쏟아질 겁니다. 속이 시원할 때도 있고, 점점 더 화가 날 때도 있을 겁니다. 그러다가 어느 정도 분량 채우지고 나면 마음이 진정되면서 조금 다른 생각이 드는 때가 오는데요. '뭐 그렇다고 이렇게까지 죽일놈은 아니잖아......'


쓰레기장에서 한 무더기의 쓰레기를 들고 와 바닥에 하나씩 풀어 정리를 하면, 제법 쓸 만한 물건 한두 개쯤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부정적인 감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에는 폭발할 것만 같지만, 백지 위에 하나씩 꺼내 정리를 해 보면 썩 괜찮은 감정의 요소를 찾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내 안에 괜찮은 뭔가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만으로도 최악의 감정은 가라앉게 마련이지요.


셋째, 글쓰기는 더 자세히 보게 합니다.


출근길에 무엇을 보았는지 한 번 적어 보세요. 아이 유치원에 대려다 주면서 무엇을 보고 들었는지 한 번 적어 보세요. 지금 당신이 적은 것이 열 개라면, 실제로 출근길에 눈에 들어온 것은 천 개는 넘을 겁니다. 만약 당신이 지금 적은 것이 스무 개라면, 실제로 아이 유치원 데려다줄 때 풍경과 소리는 이천 개가 넘을 테지요.


보려고 하면 보입니다. 아니, 보려고 해야만 보입니다. 세상이 그렇습니다. 관심 없으면 보이지 않습니다. 들리지도 않습니다. 관심 갖고 초점 맞춰 애를 써야만 보고 들을 수 있는 것이죠. 사람은 오감으로 살아갑니다. 그 중에서도 시각과 청각이 80퍼센트이상 차지합니다. 눈 뜨고도 보지 못하고 귀 열고도 듣지 못한다면,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란 뜻이겠지요.


글을 쓰면 보게 됩니다. 자세히 보게 됩니다. 더 잘 보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이러한 태도 덕분에, 어제까지는 열 개밖에 보이지 않던 세상이 천 개로 확장되는 것이죠. 세상이 넓어지고 풍성해집니다. 나의 지도가 넓어졌으니, 이제 나는 더 자유롭습니다. 나의 자유를, 나의 행복을, 종이 위에 담아 다른 사람에게 전하는 행위. 이것이 글쓰기입니다.


세 가지 정리했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집필중인 책과 강연에서 전해드리겠습니다.


쓰지 않고 살아도 되지 않느냐고 물었지요? 네, 맞습니다. 쓰지 않고 살아도 아무 문제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가 '별 문제 없기만 하면' 되는 건 아니잖아요. 인간 존재 본질은 확장이라 했습니다. 더 나은 삶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우리의 존재 이유라는 뜻이지요.


인생을 다르게 볼 수 있고, 최악의 감정을 가라앉혀 내 안에 깃든 보석을 찾을 수 있으며, 나의 세상을 넓혀 더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면. 굳이 쓰지 않을 이유 없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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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써야 하는 이유, 글을 써야만 하는 이유, 글을 쓰면 좋은 이유...... 이런 것들에 대해 정리하고 설명하고 해석하고 있습니다만, 저는 그저 글을 쓰고 싶을 뿐입니다. 글 쓴 덕분에 살았습니다. 더 무슨 이유가 필요하겠습니까. 글쓰기는 사람을 살리는 효과도 있었네요.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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