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책 읽는 시간
돈 많은 부자도 만나 봤고 가난한 사람과도 인연을 맺어 보았습니다. 번듯한 사업가와 직장인과 어울린 적도 많고 마땅한 일자리 구하지 않고 빈둥거리는 이들과 친구가 된 적도 있습니다. 나이 많은 어르신들과도 대화해 보았고 어린 친구들과도 소통해 보았습니다. 남녀노소 직업 불문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했습니다.
그들 모두에게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예외 없이 나름의 고민을 안고 살아간다는 사실입니다. 남이 볼 때는 아쉬움 전혀 없을 것 같은 인생이지만, 속은 아주 시커멓게 멍든 이들도 적지 않았고요. 부자는 부자 대로 가난한 사람은 가난한 대로 각자 인생의 문제를 만나며 그것을 풀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지요.
제 인생 하나만 돌아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유치원 다닐 때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삶의 모든 과정에서 고민하고 궁리하며 살았습니다. 나이가 어리다고 해서 문제의 크기마저 작지는 않았습니다. 그 나이, 그 시기, 그 상황, 그 시절에 따른 문제와 고민이 항상 존재했습니다.
결핍과 아쉬움 품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한 마디가 있습니다. 책을 읽으세요. 책에는 인생을 먼저 살아 본 이들의 경험이 담겨 있습니다. 그들이 겪은 역경과 고난, 좌절과 고통의 순간들을 읽다 보면 세월을 건너뛰어 어쩜 이리도 나와 비슷할까 공감하게 됩니다. 아울러, 잘 견뎌내고 이겨낸 스토리 읽으면서 저도 모르게 가슴 속 불꽃을 지피기도 합니다.
주인공의 사고 방식을 따라 몰입하다 보면, 마치 내가 그에게 빙의된 것처럼 함께 고민하기도 합니다. 속 시원하게 해결책을 찾기도 하고, 책을 다 읽을 때까지 오리무중 머리만 더 복잡해질 때도 많습니다. 괜찮습니다. 답을 찾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생각하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나의 경험과 지식에만 갇혀 있을 때는 문제의 한 쪽 면밖에 볼 수 없습니다. 책을 읽다 보면, 등장인물들의 눈과 표정과 생각 덕분에 사물이나 문제를 전혀 다른 방향으로 보게 될 때가 많습니다. 다양한 시각, 다양한 관점을 통해 통찰력도 키우게 됩니다.
독서의 효과를 일일이 나열하자면 끝이 없겠지만,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것 하나만 꼽으라면 단연코 '경험'입니다. 방 안에 가만히 앉아서 인생 온갖 경험을 해 볼 수 있다는 사실. 지금도 그 생각만 하면 가슴이 뛰고 설렙니다.
지금은 마이클 거버의 《사업의 철학》을 읽고 있는데요. 아! 이런 책을 손에 잡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기쁘고 행복합니다. 사업 대가로부터 일대일 코칭을 받는 느낌입니다. 다소 어렵다 싶을 때마다 바로 다음 장에 저의 질문을 기다렸다는 듯 명쾌한 답이 나옵니다. 지금 제가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꿰뚫듯이 다루고 있어 읽는 내내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저는 이 책을 일부러 찾으려고 노력한 적 없습니다. 누군가의 추천을 받은 것도 아니고요. 교보문고 어슬렁거리다가 우연히 눈에 띈 겁니다. 2015년에 발행된 책이니까 신간 매대에 있었던 것도 아니지요. 비즈니스 분야 책꽂이에 세로로 꽂혀 있던 책을 제 손이 더듬거리다 찾았습니다. 한두 장 펼쳐 읽다가 그 자리에서 구입했습니다. 이렇게 우연히 만난 책을 집에 와서 읽다가 잘 골랐다 싶을 때, 그 기쁨과 희열을 참지 못해 아이처럼 책을 껴안습니다.
치열하게 읽어야 한다고 자주 강조합니다. 허나,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독서는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책 읽고 성공해야지, 책 읽고 돈 벌어야지, 책 읽고 인생역전해야지, 책 읽고 사업해야지...... 이렇게 독서가 어떤 목적을 위한 도구로서만 행해지면 그 진가를 제대로 느끼기 힘듭니다.
마음이 조급해지기 때문입니다. '읽는 독서'가 아니라 '끝내는 독서'를 추구하게 됩니다. 문장을 읽는 사이사이에 멈춤과 사고의 시간을 가져야 하는데, '후다닥 읽고 끝내기' 급급해서 그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기도 힘듭니다.
독서는 독서 자체로 즐길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읽을 때 비로소 자신이 바라는 것들을 이룰 수 있는 것이죠. 책 속에 빠져야만 뭐 하나라도 건져올릴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독서가 즐거우면 아무 때나 펼쳐 읽을 수 있습니다. 책이 도구나 수단이 되면 '억지로' 읽게 됩니다. 무슨 일이든 억지로 하면 효과가 줄어들게 마련이지요.
시험 준비하면서 암기 과목 공부하듯이 읽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은 독서입니다. 외울 필요가 없습니다. 꾸준히 읽으면 저절로 체득이 됩니다. 머릿속에 '명언' 가득하면 뭐하겠습니까. 삶에 적용할 수 있어야 명언도 가치 있는 것이지요. 책은 외우는 게 아니라 경험하는 겁니다. 읽는 시간 동안 행복하고, 조금 특별한 경험이다 싶으면 더 좋겠지요.
작가 얘기를 좀 하자면요. 독자들에게 책이 행복하고 특별한 경험이 될 수 있어야 한다는 말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팔리는 책, 베스트셀러, 이런 말 좀 그만 하고요. 내 책을 읽는 동안 독자가 '행복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쓰겠다는 마음 가져야 마땅합니다. 글 한 편 쓸 때마다 독자 얼굴 떠올리면, 적어도 지금보다는 글이 한결 말랑말랑해질 겁니다.
작가와 독자는 비즈니스 관계가 아닙니다. 인간 대 인간으로 마주하며 소통해야 합니다. 작가는 독자를 위해야 하고, 독자는 작가의 정성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서로 위한다는 마음으로 쓰고 읽어야 이해와 배려와 공감을 이룰 수 있겠지요.
인생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기에 책을 만났습니다. 늦은 나이에 읽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분하고 원통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때라도 책 만나서 참으로 다행스럽다는 생각도 합니다. 책 덕분에 살았으니, 평생 책 광고하면서 살아도 그 빚을 다 못 갚을 테지요. 책 읽는 주말 밤, 근사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