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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은 깊어야 제맛이지

흔들리지 않는 삶을 위하여

by 글장이


어머니는 초등 교사로 35년 일하셨다. 목소리가 크다. 나지막하게 말해도 다 들리고 충분히 의사소통 가능한데도, 마치 싸움을 하듯 억양이 거세다. 나도 그 유전자를 타고 났다. 강의를 하다 보면 점점 목소리가 커진다.


새벽 4시에 일어난다. 고요한 시간 즐기며 글도 쓰고 책도 읽는다. 5시가 되면 정막이 깨진다. 어머니 목소리다. 꼭두새벽부터 말씀이 많으시다. 아내는 적응이 되었다. 두 사람, 끊임없이 대화한다. 새벽 5시에. 미친다.


좀 조용히 하라고 역정을 낼 수도 없다. 집이 무슨 도서관도 아니고. 그저 대화를 나누는 것 뿐인데. 내가 뭐라고 그들의 입을 다물게 할 수 있겠는가. 어쨌든 아침마다 나만의 시간을 방해받는 것 같아 속상하고, 좀체 받아들이기 힘들어 하루를 통째로 망치기 일쑤다.


수강생들한테 제목과 목차를 기획해 제공한다. 아직 글쓰기 경험이 부족한 이들이 기획 단계에서부터 진을 빼버리면 앞으로 집필하는 데 더 힘들어진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아주 가끔, 기획을 대신해 주는 것이 옳지 않다 주장하는 이들을 만난다. 그들은 '진정한 작가'를 운운한다.


원한다면 기꺼이 제공하지 않겠다고 답변한다. 내가 기획을 도와주지 않았던 그 사람들, 아직 한 줄도 쓰지 않고 있다. 무엇이 진정한 작가인가.


쓰고 읽은 지 오래다. 나름 글쓰기에 대한 철학과 가치관을 지니고 있다고 자부한다. 그럼에도, 사소한 그들의 한 마디가 가시가 되어 심장을 찌르곤 한다. 대수롭지 않게 여겨도 될 만한 일인데. 나는 어째서 아직도 쉽게 흔들리고 있는가.


지금까지 여섯 권의 책을 출간했다. 도움 받았다는 독자도 많지만, 이게 무슨 책이냐며 호되게 비판하는 독자도 없지 않다. 온라인의 힘이자 온라인의 폐해다. 에너지를 받기도 하지만, 맥이 풀리기도 한다.


박수 보내주는 사람 열 명이라면, 악성 댓글 한 명 꼴이다. 확률상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될 만하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작고 위태로운 존재이다. 좋은 말 들으면 방방 뛴다. 듣기 싫은 소리 접하면 종일 우울하다.

강물같은 인생 1.PNG

깊은 강물에 돌을 던지면 소리조차 나지 않고 사라진다. 수면 위에 작은 파동 금세 사라진다. 얕은 물에 돌을 던지면 첨벙 하고 요란하다. 물은 사방으로 튀기고 바닥에 쌓여 있던 흙이 뿌옇게 일어난다.


작은 돌 하나에 마음 심란하고 종일 우울해지는 것은 아직 내 마음이 얕은 시냇물 수준밖에 되지 못하는 탓이다. 강물은 깊어야 제맛이다. 더 공부하고 수련하여 내 안의 깊이를 만들어야 한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 내공이다. 흔들림 없고 평온한 존재. 어깨를 내어주기로 작정하고 시작한 삶이다. 소리없이, 혼란없이, 요동없이. 나는 오늘도 그렇게 흘러가리라.


지금 행복하십시오!


책쓰기 수업 명함 신규.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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