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기가 두려운 이유, 구경꾼

바라보기 말고 뛰어들기

by 글장이


인력시장을 처음 찾았을 때, 도저히 엄두가 나질 않아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그렇게 저는 세 번씩이나 새벽에 나갔다가 그냥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평생 망치질 한 번 제대로 해 본 적 없었습니다. 육체노동을 해야 한다는 사실 자체도 두려웠고요. 그 곳에 발을 들이는 순간, 평생 막노동 하면서 살아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 들어서 불안했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가서 멀찌감치 서가지고 인력사무소 주변을 지켜보았습니다. 6월이었습니다. 막 여름이 시작되던 시기였지요. 모자를 눌러쓴 사람도 있었고, 바닥에 주저앉아 담배를 피우는 사람도 있었고, 삼삼오오 모여서 대화를 나누는 이들도 많았습니다. 살면서 한 번도 가까이 해 보지 않았던, 낯선 삶으로 발을 디디는 것 같았습니다.


네 번째 시도. 인력사무소 소장 앞에 서서 인사를 하고는 일 좀 시켜달라 겨우 입을 뗐습니다. 저를 위아래로 훑어 보던 소장의 눈빛을 아직도 선명히 기억합니다. 네까짓 게 무슨 노동을 할 수 있겠냐 하는. 주변에 서 있던 다른 일꾼들도 비슷한 표정이었죠. 한쪽 구석에 옷가방을 껴안고 숨죽여 서 있었습니다. 그리고 첫 번째 승합차를 얻어 타고 '노가다'를 시작했습니다.


직장생활 하면서 살았을 적에, 사업하는 사람들 보면 부러웠습니다. 시간도 마음대로 쓰는 것 같았고, 자유롭게 보였으며, 돈도 잘 버는 것 같았습니다. 나도 언젠가 회사 때려치우고 사업해야지 결심을 다지기도 했었지요. 그런데, 막상 사직서 내고 사업을 시작하려니 두려움이 앞섰습니다. 날짜에 맞춰 월급 따박따박 나오는 회사원과는 달리, 자칫하면 한 푼도 벌지 못한 채 빚만 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불안했지요.


3년도 넘게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사표 쓴다 결심했다가도 불안해서 마음 접고, 또 그만둔다 결정했다가도 두려워서 말았습니다. 시간을 계속 보내면서도 사업하는 사람들 계속 만났는데요. 마냥 부럽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고, 제 마음 저도 모른 채 시간만 보냈습니다.


그러다 결국, 어느 추운 겨울날 저는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합니다. 마음도 춥고 몸도 추운 12월에, 더 추운 세상 속으로 발을 내딛게 된 것이지요.


새로운 도전 앞에서 두려움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경험이 부족해서? 용기가 없어서? 아직 확신이 서지 않아서?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제 경험에 비추어 보자면 한 가지 확실한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두려움의 원인은, '그 일을 바라보기만 하기' 때문입니다.


한 줄이라도 쓰기 시작하면, 일단 두려움은 사라집니다. 쓰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와 벽을 만날 수는 있지만, 적어도 불안하거나 두려워서 꼼짝도 할 수 없다는 생각은 쏙 들어갑니다. 이미 시작했으니까요.


글 한 번 써 보라는 저의 권유에 많은 사람들이 망설이고 두려워합니다. 그들은 쓰지 않습니다. 쓰는 사람을 지켜봅니다. 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해 듣기만 합니다. 글 쓰는 삶을 바라보기만 할 뿐이지요. '구경하는 인생'은 언제나 두렵습니다. 자신도 없습니다. 동경하기만 할 뿐, 자기 것이 될 수 없습니다. 해 보지 않았으니 모르는 게 당연하고요. 모르니까, 불확실하니까, 보이지 않으니까, 겪어 보지 않았으니까, 두려운 게 당연합니다.


인력사무실 앞에서 세 번이나 발걸음을 돌렸던 저는, 네 번째 시도에서 문을 열었고 그 후로 3년간 일했습니다. 두려움은 문을 열고 발을 들이는 순간 사라졌지요. 막노동이 쉽고 편했다는 말이 아닙니다. 두렵고 망설이는 순간이 사라졌다는 뜻입니다. 시작만 하면 어떻게든 하게 됩니다.


사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직장에 다니면서 사업하는 사람들을 '멀리서 바라보기만 할 때'는 시작하기가 두렵고 망설여졌거든요. 그런데, 일단 사직서를 내고 사업을 시작하니까 어떻게든 할 수는 있었습니다. 저는 사업하다가 몽땅 말아먹고 크게 실패했습니다. 이런 경우, 많은 사람들이 사업을 시작한 걸 후회합니다. 그러나, 지금 돌이켜보면 사업하기를 백 번 잘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멀리 보고 크게 생각하면, 결국 '시작'이란 것이 제 삶을 좋게 만들었다는 결론에 이르는 것이지요.


구경만 할 때는 모든 일이 두렵습니다. 잘할 수 있을지, 끝까지 할 수 있을지, 제대로 할 수 있을지, 후회하지는 않을지...... 모든 것이 불확실하고, 그 일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니까 당연히 불안하고 초조할 수밖에요. 이 모든 두려움과 불안은 그 일을 시작함으로써 사라집니다.


술을 자주 마시는 사람이 술을 끊으려 하면 두렵습니다. 왜 그럴까요? 술 마시는 즐거운 시간이 인생에서 사라지는 게 두려운 겁니다. 금주를 실패할까 봐 두렵디고 하고요. 굳이 그런 선택을 해야 하는가 망설이게 됩니다. 하지만, 막상 술을 끊고 나면 더 좋은 삶을 경험하게 되거든요. '시작'하면 모든 게 좋아지는데, '시작하기 전'에는 모든 것이 두렵고 불안합니다. '시작'은 현실인데 비해 '시작하기 전'에는 모든 것을 그저 상상할 따름입니다.


운동을 하겠다 결심하는 사람들도 처음에는 두려워합니다. 편안하고 안락했던 일상을 떨쳐내고 땀 흘리고 뛰어야 하니까 힘들고 고통스러울 거라고 '상상'하는 것이죠. 막상 운동을 시작하면, 땀 흘리고 뛰는 과정이 마냥 힘들지만은 않거든요. 그 과정에서 느끼는 희열과 보람과 상쾌함이 훨씬 큽니다. 건강해지는 건 말할 것도 없고요. '시작'하면 다 좋아지는데, '시작하기 전'에는 상상만 하면서 두려워합니다.


세상 모든 일을 '시작'할 수는 없습니다. 시간과 공간과 조건의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스스로 뭔가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은 그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 조금은 있다는 뜻이지요. 머릿속에서 그 일을 완전히 지워버릴 수 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차라리 지금 당장 시작하는 것이 자신을 위한 길인 게 분명합니다.


저는 글 쓰는 걸 좋아합니다. 틈만 나면 글을 씁니다. 하루 시작도 글쓰기, 하루 마무리도 글쓰기입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요. 이런 저도 처음에는 글 쓰는 모든 과정이 고통스럽고 힘들었다는 사실이지요. 누구나 겪는 일입니다. 일정 기간이 지나고 나면 제법 술술 써지는 때가 옵니다. 실력이란 것은 노력과 시간에 따라 향상되고 좋아지게 마련입니다.


멀리서 바라보는 세상은 미지의 세계입니다. 내 것이 아니죠. 내 삶이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이 '바라보면서' 부러워하고 질투하고 시기하고 비교합니다. "당신도 얼마든지 할 수 있어!"라고 말해도 섣불리 움직이지 못합니다. 두려움 때문입니다. 상상 속 두려움. 시작하기만 하면 없앨 수 있는데, 대부분 사람들이 그 시작을 하지 않는 것이죠.


결과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막노동 시작했을 때도 힘들었고, 사업 시작했을 땐 쫄딱 망해서 아프고 괴로웠지요. 냉철하게 비교해 보았습니다. 실패로 인한 고통과 시련, 그리고 시작조차 하지 않았을 때의 막막함과 두려움. 인생 다시 기회 주어진다면, 저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시작'할 겁니다. 일단 시작하고 나면, 적어도 제 입에서 "도전했다!"는 말은 자신 있게 나올 테니까요. "두려워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라고, 저는 결코 제 인생에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행복은 인식과 선택입니다. 비가 오면, 비가 온다는 현상 자체가 행복이 아니라, 내가 비를 어떻게 인식하고 어떤 감정을 선택할 것인가에 따라 행복이 결정된다는 뜻입니다. '시작'에 따르는 고통과 애환의 시간들을 불행으로 여길 것인가, 아니면 성장과 발전의 필수 요소로 여기고 기꺼이 밟고 올라설 것인가. 어떻게 인식하고 어떤 감정을 선택하는가에 따라 인생과 행복이 결정되는 것이죠.


글 쓰는 것이 두렵습니까? 쓰지 않기 때문입니다. 당장 한 줄을 쓰세요. 그리고 다음 문장을 쓰세요. 이제 더 이상 두렵지 않을 겁니다. 당신은 두려움을 극복했습니다. 성공했습니다. 승리했습니다. 하루에 세 줄씩만 글을 써도, 우리는 매일 성공할 수 있습니다.


인생은 살아지는 게 아니라 살아내는 거라고 하지요. '시작'은 적극성이고 진취적이며 주도적입니다. 자기 인생을 자기 손에 쥐고 나아가겠다는 결단이지요. "시작할 마음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이 인생을 결정지을 겁니다.

스크린샷 2023-06-12 084535.png

구경하는 사람은 수백 만인데, 경기 뛰는 사람은 고작 스무 명 안팎입니다. 모든 영광과 승리의 기쁨과 박수와 환호는 그 스무 명이 다 가져갑니다. 이것이 인생입니다. '바라보기' 그만 하고, 경기장으로 뛰어 들어가길 바랍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책쓰기 수업 명함 신규.jpg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