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많은 사람들 모여 사는 아파트?

아이고 부끄러워라

by 글장이


"우리 아파트에 돈 많은 사람들 모여 산다고 소문 났다더라."

아버지 말씀이 떨어지기 무섭게 어머니도 장단을 맞춥니다.

"그래, 우리 아파트에 부자들 많이 산다고 그러대."

"지하 주차장에 가 보면 수입차 많잖아요."

아내까지 한 마디 거듭니다.


생각지도 않았던 내용입니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 그렇게 부자가 많았나? 뭐 그럴 수도 있겠다 싶어 흘려 들었는데, 그 후로 아버지와 어머니와 아내가 괜시리 으쓱하는 느낌마저 받았습니다. 돈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산다는 것과 우리 가족 사이에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는데도, 그리 듣기 싫은 소리는 아니었나 봅니다.


아파트 바로 옆에 초등학교가 붙어 있고, 정문 앞에는 근린 공원이 근사하게 조성되어 있습니다. 공원 한 쪽에는 아이들 놀이터가 마련되어 있는데, 그 곳에는 미니 워터파크까지 설치되어 있어서 6월~8월 사이 주변에 주차하기가 힘들 정도입니다.


영화관까지 도보로 10분, 홈플러스까지 차로 5분, 집앞에 효성마트와 빅마트 등도 자리잡고 있습니다. 칠곡시장도 차로 10분 거리. 각종 유명 음식점과 유흥주점이 밀집되어 있는 3지구 맛집거리도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습니다.


지하철 역까지 20분, 칠곡 경대병원 암센터를 비롯한 대형급 병원도 많습니다. 대구 시내 전 방향으로 향하는 버스 노선도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고요. 서울, 부산, 창원, 광주 등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때는 칠곡 IC와 북대구 IC를 이용하면 됩니다. 모두 가까이 위치해 있습니다.


이렇게 하나씩 적어 보니까, 제가 살고 있는 아파트가 제법 살기 편하고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새삼 드네요. 돈 많은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다니, 그럴 만도 하다 싶습니다.


사무실에 가려고 채비를 하고 엘레베이터를 탔습니다. 한 쪽 구석에 쓰레기가 보이네요. 구석에 딱 박아둔 것이 누군가 의도적으로 버린 게 분명합니다. 아이들 짓일까요? 설령 아이들이 한 짓이라 해도, 그런 짓을 누구 보고 배웠을까요?


관리실 옆을 지나는데 뭔가 눈에 띕니다. 엄연히 처리 비용을 내든가, 아니면 분리수거 해야 하는 물건을 아무도 모르게 툭 던져 놓고 사라진 모양입니다. 버린 물건 주인한테 연락하라는 안내 메시지를 붙여 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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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을 학대하는 인간 말종이 벤츠를 타고 다니면, 그 벤츠는 똥차가 됩니다. 마구 폭행을 휘두르는 쓰레기 같은 인간이 BMW를 타면, 그 BMW는 똥차가 되지요. 똥차가 뭡니까? 차 안에 똥 들어 있으면 똥차지요. 똥 싣고 다니면 그게 똥차인 겁니다.


아무리 돈 많고 살기 좋은 아파트라 해도, 그 아파트에 살고 있는 사람의 인성이나 태도가 개판이면 "쓰레기 아파트" 되는 거지요. 작은 행동 하나를 보면 전부를 알 수 있다 했습니다. 과자 봉지 하나 제대로 버리는 게 그렇게 어려웠을까요? 분리 수거 처리 비용 기껏해야 2천 원입니다. 힘들고 어려운 일이라서가 아니라, 인간 됨됨이 문제입니다.


돈 많은 사람 모여 사는 아파트라고 해서 어깨가 으쓱한 게 아니라, 쓰레기 더미에 섞여 사는 것 같아 제가 다 부끄러울 지경입니다. 없이 살아도, 불편하게 살아도, 사람은 스스로 당당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나만 잘살면 된다고 생각하며 살았던 적 있습니다. 보는 사람 없을 때는 대충 살아도 된다고 생각했던 적도 있습니다. 그랬던 제 삶의 끝이 어땠습니까? 쫄딱 망했지요. 엉망이 되어버렸습니다. 사람들은 제가 사업에 실패해서 인생 망했다고만 생각하는데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삶의 태도가 엉망이었기 때문에 망한 겁니다.


남들이 볼 때는 다들 반듯하게 사는 것 같지요? 진정 중요한 것은 혼자 있을 때 모습입니다. 보여지는 삶보다 실체가 훨씬 중요하지요. 혼자 있을 때 당당한 습관이 쌓이면 자존감 자신감 따로 공부할 필요도 없습니다.


경찰차 지나갈 때 가슴 뜨끔한 것보다, 자신에게 당당하지 못한 인생이 더 초라하고 불쌍한 겁니다. 한 번뿐인 인생인데, 스스로 떳떳하지 못하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개인도 아파트와 다름 없습니다. 남들이 볼 때는 돈 많고 잘 나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뒤에서 남 속일 궁리나 하고 돈 빼먹을 생각만 하며 사는 인간들 천지입니다. 실력도 쌓지 않고 공부도 하지 않으면서 남들 지적질하고 가르칠 생각만 하는 거지요. 온라인 강의는 넘쳐나는데, 실력 있는 강사는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자격증 많이 따고 학위 취득하고 유학 다녀오면 뭐합니까. 아무데나 쓰레기 버리고 눈속임이나 하는 정도 수준이라면, 그 많은 공부와 노력과 시간 아무 짝에도 쓸모 없겠지요.


아무데나 쓰레기 버려도 돈 많았으면 좋겠다. 눈속임하고 분리수거 막 하며 살아도 부자였으면 좋겠다. 혹시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래 전 저처럼 돈에 환장한 사람들. 안타깝고 아쉽습니다. 그게 바른 삶이 아닌데도 자꾸만 눈이 뒤집히는 거지요. 결국은 가슴을 치며 후회할 텐데. 지금이라도 무엇이 옳은 삶인가 생각해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엘레베이터 안에 쓰레기를 버린 사람은 아마 혼자 있을 때 그랬을 겁니다. 분리 수거 비용을 내지 않고 그냥 내다 버린 사람도 아무 보는 사람 없을 때 그런 짓을 한 거겠지요. 이래서 혼자 있는 시간이 중요한 겁니다.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 대부분은 자신이 제대로 잘살고 있다는 증명을 '남들 눈'을 통해 증명하려 합니다. SNS에 좋아요 갯수가 많으면 잘했다 생각하고요. 그렇지 않으면 잘 못하고 있다 여깁니다. 남들이 인정하고 칭찬해주면 뿌듯해 하고, 그렇지 않으면 좌절하고 절망합니다.


자신이 제대로 살고 있는가 점검하려면 혼자 있어 봐야 합니다. 아무도 보지 않을 때, 누구도 간섭하지 않을 때, 그럴 때 반듯하게 행동하고 치열하게 살 줄 알아야 잘사는 것이지요. 적어도 스스로 부끄럽지는 않을 테니까요. 잣대를 남의 시선에 두지 말고 내 안에 두어야 합니다. 자기 중심이 바로 서 있을 때 비로소 '나의 삶'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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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파트에 돈 많은 사람 말고 정신 똑바로 박힌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그 정신 똑바로 박힌 사람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테고요. 살기 좋은 아파트는 외부 환경이 만드는 게 아니라 사람이 만드는 거겠지요.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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