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하고 답하라
무엇을 써야 할까?
어떻게 써야 할까?
초보 작가 대부분이 고민하는 문제. 그들은 머리로 글을 쓰려 한다. 자기 안에서만 끄집어내려 할 뿐. 독자 생각을 거의 하지 않는다.
글을 쓰는 이유는 독자를 위함이다. 반론의 여지가 없다. 자신을 위해 쓴다는 사람 있다. 쓰든지 말든지. 다 쓴 글, 그냥 서랍 속에 넣고 자면 된다. 아무도 읽을 사람 없다. 잘 쓰고 못 쓰고 고민할 것도 없다. 문제는 '읽히는' 글이다. 독자가 존재하는 글. 함부로 쓰면 안 된다. 고민하고 고심해야 한다.
다시 질문.
무엇을 써야 하는가?
어떻게 써야 하는가?
글쓰기/책쓰기 코치인 나한테 물을 질문 아니다. 독자한테 물어야 한다. 독자를 위한 글이니까. 독자한테서 답을 찾아야 마땅하다.
빈 의자를 하나 가져와서 앞에 놓는다. 그 곳에 투명인간 독자가 앉아 있다. 이제 물어 보자. 주제를 정하지 못해 고민하고 있는 예비 작가와 대화한다.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지 투명인간 독자에게 질문한다. 그리고, 답도 직접 써 본다.
무엇을 알고 싶은가요? - 주제를 어떻게 정하는지 알고 싶어요.
글을 써 본 적은 있나요? - 네, 있어요. 엉망이지만요.
그때 어떤 주제로 썼나요? - 직장생활에 대해 썼어요.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가요? - 그냥 뭐, 직장에서 있었던 일 정도요.
특별한 게 있었나요? - 아뇨, 밋밋했어요.
특별하게 만들고 싶나요? -네, 그럼요!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 글쎄요. 톡톡 튀는 글을 쓰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겠어요.
직장 상사에 대해 쓰는 건 어때요? - 좋긴 한데, 아무래도 내용이 부정적으로 흐를 것 같아요.
그럼 동료나 부하직원에 대해서는요? - 다들 저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그래서 쓰고 싶지 않아요.
회사 생활이 원활하지 않군요? - 네, 사실은 별로에요. 먹고 살기 위해 그냥 다니고 있는 정도입니다.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요? - 의욕적이고 활기차게 직장생활 하고 싶어요.
무엇이 필요할까요? - 적극적이 되어야 하겠지요. 관계도 좋아야 할테고 일도 열심히 하고 인정도 받으면 더 좋겠지요.
"더 나은 직장생활을 위한 열 가지 방법"이라고 주제를 정하고, 본인이 생각하는 대로 한 번 정리해 보면 어떨까요? - 오! 좋아요! 그 주제로 한 번 써 볼게요.
위 열 세 가지 질문을 하기 전에, 나는 "더 나은 직장생활"에 관한 주제를 도출할 거라고 상상도 못했다. 불과 5분만에, 질문과 답을 혼자서 쓰는 동안 찾은 답이다. 질문을 바꾸면 답도 바뀔 터다. 그러면 또 다른 주제가 나올 것이고.
혼자 중얼거리고 있으면 미친 사람 같다. 그래도 괜찮다. 쓸 만한 주제 하나 뽑아낼 수 있는데 어떻게 보이든 그게 무슨 상관인가. 많은 초보 작가들이 머리로만 글을 쓰려고 한다. 메모하고 낙서하고 중얼거려야 뭐라도 나온다.
여기에, 독서 추가하면 금상첨화다. 책에 있는 괜찮은 문장 하나 발견하고, 그 문장을 둘러싼 다양한 질문과 답을 하다 보면 생각지도 못했던 주제를 발견할 수 있다. 영화나 드라마 대사도 좋다. 인터넷 '명언'도 괜찮다. 주제? 사방천지 널렸다. 부지런히 손과 입 움직이면 마구 쏟아진다. 가만히 앉아 머리만 쥐어뜯으면, 머리만 빠진다.
질문은 핵폭탄이다. 머리를 통째로 바꿔준다.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 생각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질문하는 습관 들이면 글쓰기 한결 수월하다. 문제는, 여간해서는 질문하지 않는다는 사실.
강의 마치고 질문하라 해도 묵묵부답이다. 다 알아서 질문을 안 하는 건지, 아예 몰라서 질문을 못하는 건지, 내가 되려 질문하고 싶은 심정이다. 10년 넘게 매일 글 쓰고 공부했다. 글쓰기/책쓰기 관련해서 웬만한 내용 잘 알고 있다. 무엇이든 질문하면, 최선을 다해 상세히 설명한다. 정해진 시간 넘어까지 알려준다.
좋은 기회인데. 어디 가서 돈 주고도 못 들을 내용 내가 최대한 자세히 알려줄 수 있는데. 그 소중한 기회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만다. 질문 문화 자체가 자리잡지 못한 탓이다. 남들 눈치 보느라 못 한다. 욕 먹을까 봐 안 한다. 입 다물고 있으면 본인만 손해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 것인가. 가장 큰 고민일 텐데. 투명인간 앞에 앉혀두고 질문하고 답하면 무조건 답 나온다. 굳이 흠 잡으라면, 사람이 좀 이상해 보일 수 있다는 거.
괜찮다. 나는 좀 이상해 보인 덕분에 쓸데없는 관계 깔끔하게 정리했고, 글도 많이 썼고, 책도 냈고, 사업도 잘하고 있다. 세상이 미쳐 돌아가는데, 나만 곱상하니 정상으로 살려고 하니 뭐가 제대로 되겠는가. 남한테 해코지 하자는 것도 아니고, 혼자 질문하고 답하면서 더 나은 주제와 글감 찾자는 것뿐이다.
전과자, 파산자가 이렇게 달라졌으니 이것이야말로 인생역전의 비법 아니겠는가. 질문하고 답하기. 질문하고 답하기. 어렵지도 않고 돈 드는 일도 아니다. 지금 당장 질문하라! 그리고 나름 소신껏 답변하라! 그 모든 것이 글감이고 소재이고 주제이고 이야기다.
머리로 쥐어짜며 쓴 글보다 대화하듯 질문하고 답하면서 쓴 글이 질적인 측명에서도 훨씬 낫다. 구성도 갖추고 맥락도 통한다. 역시 질문의 힘이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