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과 시련의 순간에
"이놈의 세상! 술이나 먹자!"
입에 달고 살았습니다. 한숨과 눈물. 끝도 없었지요. 아는 사람 만나면 반가운 척 술 먹자 했고, 혼자 있을 때도 술병 끼고 살았습니다. 나름 열심히 살았다 생각했는데, 무너지는 건 한 순간이었지요. 바로 옆에서 산사태가 일어나는 것처럼, 제 삶은 그렇게 박살나고 말았습니다.
개인의 지난 시간(역사)을 공부하는 것은 의미가 있습니다. 지금과 내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 합니다. 비슷한 위기에 처하더라도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현명한 판단과 선택을 내릴 수 있겠지요.
그 시절의 저는 대체 무엇 때문에 그리도 어이 없이 무너졌을까요. 어떻게 사람이 한 순간에 그렇게 처참하게 망가질 수 있었을까요. 사람들은 저한테 다 지난 이야기라며 지금 행복하니 됐다고 말하지만, 저는 지금까지 단 한 순간도 그때를 잊은 적 없습니다. 저한테는 더 없는 인생 공부이고, 미래를 위한 준비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첫째,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인도 속담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폭풍우를 만나면 절실하게 기도하라. 대신, 반드시 계속 노를 저어라." 저한테 뒷통수 후려치는 속담입니다. 저는 노를 젓기는커녕 아예 노를 손에서 놓아버렸거든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매일 술만 마셨습니다. 인생 최대 위기를 맞았는데 아무 것도 하지 않다니. 지금 생각해 보면 아주 망조가 들려고 작정을 했나 보다 싶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시기에 처하면, 무슨 일이라도 해야 합니다. 매일 해야 합니다. 더 치열하게 해야 합니다. 당장 그 순간의 고통을 피할 수 없다 하더라도, 그래도 매일 뭔가 계속해야 합니다. 살아내야만 살 수 있습니다. 루틴을 정하고, 천지가 개벽을 해도 그 일을 매일 한다는 생각으로 이겨내야 합니다.
둘째, 핑계와 변명이 많았다.
사업 실패 때문에, 빚 때문에, 건강 때문에, 체력 때문에, 상황 때문에, 환경 때문에, 조건 때문에, 사람 때문에, 사건 때문에, 이런 나의 처지 때문에...... 입만 떼면 "~때문에"라는 말을 뱉으며 살았습니다. 그 말은 제 인생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남은 인생에서는 어떠한 경우에도 핑계와 변명을 대지 않으려 합니다. 핑계와 변명은 스스로 노예임을 자처하는 행위입니다. '세상과 그들'이 내 삶을 좌우하게 두는 것이지요. 질질 끌려다니는 인생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태도입니다.
내 책임입니다. 내가 책임집니다. 내가 잘못했고, 내가 실수했고, 그래서 내가 다시 수습하고, 내가 다시 만들고, 내가 다시 일어서는 겁니다. 모든 것이 내 손에 달려 있다고 믿을 때, 비로소 삶의 주인이 될 수 있습니다.
셋째, 의미 없는 눈물을 많이 흘렸다.
감성적인 눈물이나 슬픔의 눈물은 얼마든지 흘려도 됩니다. 하지만, 약해빠진 정신상태에서 비롯되는 동정을 유발하는 눈물은 한 방울도 흘려서는 안 됩니다. 신세한탄, 하소연, 푸념, 자기 비관...... 이런 눈물은 눈물이 아니라 독극물입니다. 자신을 망치는 것은 물론, 그 눈물을 지켜보는 사람들 인생까지 우울하게 만듭니다.
잘못했으면 바로잡으면 됩니다. 실수했으면 실수를 인정하고 고치면 됩니다. 죄를 지었으면 죗값을 치르면 됩니다. 망했으면, 현실을 인정하고 다시 재기하면 됩니다. 이 모든 과정 어디를 봐도 눈물을 흘릴 단계는 없습니다. 우는 것도 사치이고 시간 낭비입니다. 질질 짜며서 남들로부터 동정 구하는 모습이 얼마나 치욕적이고 엉망인지 똑똑히 깨달아야 합니다.
넷째, 분노를 제대로 써먹지 못했다.
분노가 단순한 화이기만 한 경우, 그것은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습니다. 분노는 에너지입니다. 그 에너지를 오기와 독기로 바꾸어야만 의미와 가치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세상을 향한 분노! 사람들을 향한 분노! 그것들을 모두 한 데 모아 내 인생 다시 일으켜세우는 데 썼더라면, 어쩌면 그렇게까지 처참하게 망가지지는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부정적인 감정을 '내 삶을 위해서' 사용하지 못했고, 그저 비난하고 불평하는 데에만 쏟아부었습니다. 망하는 게 당연한 결과였지요.
다섯째, 현실을 회피했습니다.
좋아질 거야, 나아질 거야, 내일은 달라질 거야, 좋은 소식 있을 거야, 어떻게든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게 될 거야...... 대책 없는 낙관! 이것이 저를 점점 더 시궁창으로 몰았지요.
사태가 벌어지면 현상을 직시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더 큰 사고와 실패를 막을 수 있습니다. 저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현실을 똑바로 보지 못해서, 제가 얼마만큼 망가지고 있는가를 몰랐지요. 주변 사람 다 알고, 세상이 다 아는데, 저만 몰랐습니다. 어리석고 못난 인생이었지요.
냉철해야 합니다. 용기를 내야 합니다. 그래야 막을 수 있습니다. 피하고 돌아가고 괜한 기대 품고 살면, 결국은 몽땅 잃고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제 경험이 누군가에게 절실한 메시지가 되길 바랍니다.
힘든 일 생길 수도 있습니다. 어려운 고비 맞딱뜨릴 수도 있습니다. 살다 보면 별 일 다 생기게 마련이지요. 욕도 나오고 원망도 하게 되고 분통도 터집니다. 그러나, 어떤 상황이 펼쳐지든 그 날 해야 할 일은 반드시 해야 합니다. 할 일 하면서 욕도 해야지요. 그래야 욕에도 정당성이 생깁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