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
"너무 못 써서 고치고 싶지만, 일단 제출해 봅니다."
"제가 봐도 너무 엉망입니다."
"쓰면 쓸수록 더 개판이네요. 어째야 할지..."
글을 써서 카페에 올리거나 오픈채팅방에 공유하면서, 예비 작가들이 하는 말입니다. 더 심한 말도 많지만, 여기까지만 소개합니다. 자, 어떤가요? 그 심정이 조금은 이해가 되나요?
물론입니다! 충분히 이해가 되고도 남습니다. 글을 잘 쓰고 싶은데 뜻대로 되지 않으니 답답한 거죠. 자신의 이름으로 책도 내고 싶은데, 문장력이 부족하다 싶으니 자책하는 겁니다. 막막하고 안타깝습니다. 그럼에도 한 편의 글을 써서 제출하니, 그 정성에 감동하기도 합니다.
이것도 글이라고 썼습니까?
혹시, 작가 되려고 합니까?
다 지우고 다시 쓰세요!
뭐가 이렇게 엉망입니까!
한 편의 글을 써서 제출했는데, 만약 누군가 그 글을 읽고 난 후에 위와 같이 피드백 한다면 기분이 어떨까요? 실감나게 상상해 보세요. 기분이 어떨 것 같습니까?
저 같으면 다시는 글 쓰기 싫을 것 같습니다. 아니, 적어도 글을 검토한 그 사람한테는 두 번 다시 제 글을 보여주지 않을 것 같습니다. 화가 납니다. 속상합니다. 옆에 누가 있으면 화풀이라도 할 게 뻔합니다.
위와 같은 말을 들었을 때, 아무런 감정 동요 없이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사람 아마 한 명도 없겠지요. 아무리 수행 많이 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기분 팍 상할 겁니다.
남한테 들었을 때 기분 나쁜 말이라면, 자신에게 해서도 안 됩니다. 겸손 아닙니다. 자폭 아닙니다. 그건 그냥 자신을 비난하는 말일 뿐입니다. 똑같은 말을 다른 사람이 나에게 했을 때 기분이 나쁠 것 같다면, 그 말은 절대로 자신에게 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하루 동안, 원하든 원하지 않든 자신과 대화를 나누며 살아갑니다. 생각이라고도 하고, 혼잣말이라고도 하고, 중얼거린다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자신에게 하는 모든 말은 머릿속 뇌가 '현실'로 받아들입니다. 이후로는 뇌가 받아들인 현실을 계속해서 눈으로 확인하게 됩니다. 인생이 그 말처럼 되는 겁니다. 무서운 진실이지요.
"에잇! 글 참 더럽게 안 써지네!"
이렇게 말하면, 글이 더럽게 안 써지는 상황이 계속 펼쳐집니다. 뇌는 "글이 더럽게 안 써지는 상황"을 진실로 받아들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신경 세포가 "글이 더럽게 안 써지는 인생"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게 됩니다.
공공장소에서 큰 소리로 욕하는 사람 없지요. 간혹 그런 사람 나타나면 뉴스감이 됩니다. 다른 사람한테 말을 함부로 하는 것도 마땅치 않습니다. 가끔 그런 사람 보게 되면 몰지각하다며 인상 쓰게 되고요.
그럼에도, 자신에게 욕을 하고 자신에게 말을 함부로 하는 사람은 너무나 많습니다. 상담을 해 보면, 아예 대놓고 자신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는 사람 셀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충격적입니다. 만약 그 대상이 자신이 아니라 타인이라면, 그 자리에서 멱살 잡고 당장 싸움 벌어질 일이지요.
뭘 잘 못 할 수도 있지 않습니까. 부족하고 모자라고 어설픕니다. 경험이 부족하고 배운 적 없는 일인데 어떻게 다 잘할 수 있을까요. 못 하면 못 하는 대로, 노력하면 노력하는 대로, 조금씩 나아지면 나아지는 대로,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태어나서 지금까지 참 열심히 살아왔지요. 저도 한 번씩 인생 돌아보면 눈물 납니다. 어떻게 참았을까. 어떻게 견뎠을까. 어떻게 이겨냈을까.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 그렇게 모진 세월 견뎌온 저 자신을 생각하면 손이라도 꼬옥 잡아주고 싶고 어깨 안아주고 싶습니다. 지금 제 모습이 어떠하든 상관 없이, 그 동안 잘 견뎌준 것만으로도 기특하고 대견하지요.
이렇게 소중한 자신에게, 잘 버텨준 자신에게, 왜 자꾸 비난과 조롱과 욕설을 퍼붓는 것인가요. 글을 잘 못 쓴다고요? 그럼, 자신이 글을 끝내주게 잘 쓸 거라고 생각했습니까? 한 번도 진지하게 충분한 분량으로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다양한 에피소드를 곁들여 구성 탄탄하게 글을 써 본 적이 없지요. 못 쓰는 게 당연한데도, 자신을 과대평가하고 살았던 탓에 글을 못 쓴다는 사실에 자괴하는 겁니다.
초연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글을 써서 제출할 때는, 나름 최선을 다했다는 사실에 부끄럽지만 않으면 됩니다. 혹시라도 몰아치기를 했다거나 대충 썼다면, 글을 못 썼다는 사실보다는 자신의 태도와 자세에 대해 반성하는 게 먼저겠지요.
"최선을 다했으나, 부족한 점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
"못 썼다는 사실보다는 끝까지 써서 마감 일정에 맞게 제출했다는 사실에 큰 점수를 주고 싶다."
"이제 시작이다. 오늘 쓴 글을 잊지 않겠다. 언젠가 내가 쓴 글로 다른 사람을 위로하고 용기를 줄 거라 생각하면 가슴 설렌다."
"수고했다! 잘했다! 기특하다! 대견하다! 해낼 줄 알았다! 멋지다!"
자신을 향해서는 좋은 말만 해야 합니다. 그리고 냉철해야 합니다. '평가'하려 들지 말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인다'는 자세로 스스로를 대해야 합니다. 그래야 더 나아질 수 있습니다.
자신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만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아무리 큰 목표와 꿈을 가진 사람이라도, 현재의 자신을 업신여기면 불행한 인생을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제대로 알아야 수정하고 보완하며 변화와 성장을 추구할 수가 있는 것이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는 습관 가지면, 나중에는 다른 사람도 있는 그대로 보게 됩니다. 평가하고 비난하고 손가락질하는 게 아니라,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품어주고 위하게 됩니다. 저 사람도 나름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고 있구나. 측은지심 갖게 되고 돕고자 하는 의지를 발휘할 수 있지요.
좋은 세상은 '나'를 받아들이는 것부터 시작됩니다. 가족이나 친구 생일은 챙기면서 자기 생일 안 챙기는 사람 많습니다. 주변 사람 위로하고 토닥거리면서 자신의 심장은 그냥 방치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직장 동료들한테는 수고했다 맨날 말하면서, 정작 자신에게는 수고했다 잘했다 한 마디도 하지 않는 사람 천지입니다.
가장 소중한 게 가족인가요? 가장 소중한 게 자식입니까? 가장 소중한 게 부모일까요? 아닙니다. 절대로 아닙니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건 바로 나 자신입니다. 무조건 자신의 이익만 챙기라는 이기주의 권하는 게 아닙니다.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라는 뜻입니다. 마음이 아픈 이유는, 자신을 방치하고 살기 때문입니다.
자신과 나누는 대화에 주목하세요. 털끝만큼도 삐딱한 소리 하지 마세요. 좋은 말만 하고, 토닥거려주고, 그러면서도 내일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냉철하게 중심 잡아주세요. 내가 바로 서야 세상이 달라집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