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 좋은 인생
동네 국수집이 스무 곳은 될 겁니다. 집에서 10분 거리에만 다섯 곳이 넘고요. 메뉴도 다양하고 맛도 비슷합니다. 어딜 가나 국수 한 그릇으로 든든하게 배를 채울 수 있습니다. 비싼 음식에 비해 국수 먹으면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효과도 누릴 수 있지요. 내가 살게! 해도 별 부담 없습니다.
집만 나서면 천지가 국수집인데, 아버지는 딱 한 곳만 갑니다. 거리도 제법 됩니다. 요즘처럼 날 더울 때는 그냥 가까운 곳에 가서 드셔도 될 텐데, 굳이 먼 곳까지 가서 국수 한 그릇을 비우고 오십니다. 왜 그 집에만 가시냐고 물었습니다.
"주인 양반이 좋아. 선비다 선비. 국수를 얼마나 정성스럽게 만드는지 모른다. 내가 그 집에서 국수를 먹어야 속이 풀려."
당연히 맛도 있겠지만, 맛 얘기는 아예 하지도 않습니다. 사람이 좋아서 간다 하시네요.
노트북이나 키보드 등 자주 교체하고 구입하는 편입니다. 적어도 저한테는 소중한 도구들이죠. 이왕이면 제 손에 맞고, 제가 글을 쓰는 습관에 딱 맞는 제품들을 구입하려고 애쓰는 편입니다.
대구 유통단지 전자관에 가면 노트북과 키보드를 판매하는 점포가 셀 수 없이 많습니다. 오래 전에 몇 군데 거래를 하다가, 지금은 딱 한 군데만 찾습니다. 가격이나 친절 정도는 대부분 비슷합니다. 실력도 별 차이 없고요. 그럼에도 한 군데만 가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일흔을 넘긴 아저씨가 혼자 운영하는 곳입니다. 말이 느립니다. 행동도 빠르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그 주인이 좋습니다. 믿음이 갑니다. 하나라도 더 팔아먹으려고 안달하는 장사꾼과는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사람이 좋아서, 저는 한 곳과만 거래합니다.
토니 라빈스를 좋아합니다. 인생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을 때, 그의 글은 제게 힘과 용기를 주었습니다. 토니의 책은 샅샅이 읽고, 그의 강연 동영상도 거의 매일 봅니다. 오죽하면 토니 라빈스를 멘토로 삼고, 그의 삶에다 제 인생을 대입하여 철저하게 흉내내려고까지 했을까요. 강의할 때 제가 사용하는 마이크도 토니 라빈스 강연하는 모습을 보고는 당장 구입했던 겁니다.
사람이 좋으면 그 사람 방구 소리도 예쁘게 들린다 했습니다. 사람이 싫으면 그냥 떠올리는 것도 짜증나지요. 글 쓰는 작가들이 꼭 알아야 할 게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글을 써도, 독자들에게 '좋은 사람'으로 각인되지 않으면 인정 받기 힘들다는 사실입니다.
인정 받기 위해 글을 쓰자는 게 아니죠. 내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독자에게 닿으려면, 일단 독자의 선택을 받아야 합니다. 독자는 어떤 작가를 선택할까요? 글 잘 쓰는 작가, 메시지 훌륭한 작가를 선택하는 게 당연하겠지요. 허나, 그보다 앞서 독자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의 글을 읽을 겁니다.
저는 아직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있는 초보 작가입니다. 그럼에도 매 순간 행복하게 글 쓰고 있습니다. 과거에 비하면 점점 더 많은 독자들이 제 책을 구입하고 읽어주기 때문입니다. 저 나름대로 '좋은 작가'가 되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 노력 몇 가지를 소개합니다.
첫째, 제 이야기를 씁니다.
저도 사람이라 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 많습니다. 세상 어떤 아빠가 전과자 파산자란 얘기를 세상에 공개하고 싶겠습니까. 마음을 열고 책을 출간한 이유는, 제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지 않으면 독자 마음도 움직일 수 없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럴 듯한 글을 쓰는 것도 좋겠지만, 무엇보다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고 진솔하게 전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나'는 감추고 '글'만 드러내겠다는 생각은 애초부터 틀렸습니다. 글이 나이고 내가 글입니다. 나의 경험과 나의 인생을 들여주어야 독자가 신뢰를 갖습니다.
둘째, 원칙을 지킵니다.
매일 글을 씁니다. 남을 비방하거나 세상에 대놓고 화풀이하는 글은 쓰지 않습니다. 다 쓰고 나면 읽어 봅니다. 독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확인하고, 부족하다 싶으면 수정하고 보완합니다. 누가 무슨 말을 해도, 어떤 사건이 벌어져도, 매일 글 쓰는 시간만큼은 절대 양보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나름의 원칙을 정해놓고 10년 넘게 지키고 있습니다. 놀라운 것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원칙보다는 예외에 더 신경을 쓴다는 사실입니다. 원칙 얘기하면 무조건 예외부터 주장합니다. 그럴 거면 무엇하러 원칙을 정하는 것일까요.
작가는 독자가 기댈 수 있는 존재여야 합니다. 힘들고 어렵지만 버틸 수 있어야 합니다. 쉽고 편한 길 마다하고 어렵고 힘든 길 기꺼이 가겠다고 결심한 사람. 그게 작가지요. 그냥 되는 대로 편한 대로 살 거라면, 안 그래도 먹고 살기 힘든데 굳이 글까지 쓰겠다 결심할 필요가 없습니다.
셋째, 듣기 좋은 말보다 필요한 말을 합니다.
작가이고 강연가입니다. 독자 많고 수강생 많으면 더 좋겠지요. 돈도 많이 벌고 인기도 많으면 금상첨화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제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돈도 아니고 인기도 아닙니다. 태도입니다. 오직 태도뿐입니다.
잘 나가던 인생, 태도 엉망으로 살다가 싹 다 말아먹었습니다. 능력도, 실력도, 공부도, 자기계발도, 독서도, 글쓰기도...... 태도 엉망이면 전부 필요 없습니다. 생각 바르게 하고, 좋은 말을 하고, 당당하게 행동해야 합니다.
힘들고 어렵다 하소연하는 이들에게 토닥토닥 위로만 해주는 것이 과연 그들을 위하는 길일까 생각해 봅니다. 그들이 듣기를 원하는 따뜻한 위로만으로 과연 변화와 성장이 가능할까요. 정신적으로 나약하고 육체적으로 나태한 이들에게 감성적인 멘트만으로 깨달음이나 각성을 일으키려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입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따뜻한 조언만 건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상대를 아프게 하는 것이 힘들기 때문입니다. 위로가 훨씬 쉽기 때문입니다. 상대를 위하는 게 아니라 내 마음 편하게 하기 위함입니다. 잔소리 퍼붓고 모진 말 쓴 소리 하고 나면 제 마음도 불편하거든요. 그럼에도 해야 합니다. 더 열심히 언성을 높입니다. 도움이 필요한 그들에게 진짜 도움을 주기 위해서입니다. 순간적인 인기는 필요 없습니다. 그들이 저를 험담한다는 것도 잘 압니다. 그럼에도 저는 모진 소리를 멈추지 않을 겁니다. 지금은 토닥토닥이 아니라 충격파가 필요한 시대입니다.
넷째, 공부합니다.
이미 가지고 있는 경험이나 지식만으로 돌려막기 하는 태도는 작가나 강연가로서 최악입니다. 늘 새로운 방법을 고민하고 새로운 경험을 추구하며 다르게 보는 눈을 가져야 합니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데, 작가와 강사는 늘 그 자리에 머물면 안 되겠지요.
주변에 공부하지 않는 작가가 너무나 많습니다. 공부하지 않는 강사도 넘치고요. 독자나 청중에게도 예의가 아니지만, 스스로도 성장하지 못할 겁니다. 정체는 곧 퇴보입니다. 나아가지 않으면 후회해야 하는 것이죠.
독자나 청중이 믿고 따르려면, 계속 공부하고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할 필요가 있는가 라고 생각한다면, 작가와 강연가를 그만두면 됩니다. 힘들고 어려운 과정은 겪기 싫고, 인정과 칭찬은 받고 싶고...... 이런 걸 욕심이라 하지요.
다섯째, 어떤 게 좋은 인생인가 매 순간 탐구하고 고민해야 합니다.
사람마다 '좋은 인생'에 대한 정의가 다를 겁니다. 정해진 답도 없습니다. 각자 찾아내야 합니다. 자기만의 답을 찾는 과정 자체가 공부이고 훈련입니다.
저는 다른 사람에게 필요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인생을 '좋은 인생'이라 정의합니다. 먹고 살기 바쁜데 남 챙길 시간 어디 있냐고 생각하며 살다가 인생 망했습니다. 내가 가진 경험과 지식으로 남을 도우며 살겠다 노력해 보니, 모든 것을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실패했다는 사람들 만나 대화를 나눠 보면, 그들의 입에서는 세상과 타인에 대한 증오와 분노와 불평이 가득했습니다. 한 마디로, "다른 사람 때문에" 자기 인생 망했다는 거지요. 그런데, 실체를 들여다보면 세상이나 타인은 별다를 게 없거든요. 본인의 마음가짐, 본인의 말하는 습관, 본인의 행동, 본인의 가치관 등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훨씬 많았습니다.
'좋은 인생'에 대해서는 하나도 생각지 않고, '성공하는 인생, 돈 많이 버는 인생'에 대해서만 생각하며 살아가니까 중심을 잃게 되는 겁니다. 책도 읽고 글도 쓰면서 자기만의 '좋은 인생' 정의를 분명히 하고, 그렇게 정한 길을 따라 한 걸음씩 우직하게 걷다 보면 바라는 삶을 이룰 수 있습니다.
잘 쓰는 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잘 사는 게 중요하지요. 잘 살면 잘 쓸 수 있습니다. 글이 좋아지면 인생도 더 좋아지고요. 결국 사는 것과 쓰는 것은 떼놓고 생각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남들이 뭐라고 하든 난 그냥 내 방식대로 못됐게 살 거야!"
이렇게 고집부리는 사람 종종 만나는데요. 재미있는 것은, 이런 말을 하는 사람 입에서도 "내 책이 잘 팔렸으면 좋겠다"는 말이 거리낌 없이 흘러나온다는 사실입니다. 타인을 무시하면서 타인으로부터 사랑 받겠다 하니 이런 무모한 생각이 어디 있겠습니까.
돈 많은 게 잘 사는 게 아닙니다. 인정 받고 칭찬 받는 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스스로 부끄럽지 않아야 합니다. 자기 생각과 말과 행동이 바람직한가 여부에 대해 끝도 없이 고민하고 사색해야 합니다. 완벽한 삶은 존재하지 않겠지요. 허나, 노력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끝이 아니라 과정에서 우리는 조금씩 나아질 수 있으니까요.
사람이 좋으면 그 사람 책을 삽니다. 사람이 좋으면 그 사람 강의를 듣습니다. 사람이 좋으면 그 사람을 따릅니다. 무엇을 하든, '좋은 사람' 되는 것이 먼저이고, '좋은 인생' 만드는 게 우선입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