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방법이 있다면 기꺼이
무턱대로 한글이나 워드 파일에 첫 문장부터 쓰는 사람 많은데요. 그런 방식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글 쓰는 방법은 딱 정해진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각자에 맞는 방식으로, '쓰는 행위' 자체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여러 가지 글 쓰는 방법이 있지만,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잘 맞고 조금이라도 쓰기가 수월한 방식을 찾아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한 가지 방식으로 글을 써 보았는데, 그것이 마땅치 않거나 자꾸만 벽에 부딪힌다면 다른 방법을 찾는 태도를 가져야 하겠지요. 잘 안 되는데 계속 그 방식을 고집할 아무런 이유가 없습니다.
글 쓰기가 어렵고 힘들다는 말을 가장 많이 듣습니다. 좋은 말도 두 번 들으면 잔소리로 여겨진다는데, 저는 부정적인 하소연을 하루에도 골백 번 듣고 있으니 무슨 대안을 찾아야겠다 생각하게 되었지요.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수월하게 글을 쓸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을까? 고민 끝에 찾았습니다. 글 쓰기 전에 세 가지를 먼저 하면 쓰는 과정이 확 달라지는 걸 경험했습니다.
첫째, 왜 쓰려고 하는가 그 이유부터 명확히 정리해야 합니다.
글 쓰는 행위는 마라톤에 비유하곤 합니다. 끝까지 뛰려면 동력이 필요하지요. 이 글을, 이 책을 왜 쓰려고 하는가. 스스로 질문하고, 그에 대한 답을 명확하게 정리하는 것이 글 쓰기 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입니다.
예를 들어, '독서법'에 관한 글이나 책을 쓴다고 가정해 봅시다. 독자들에게 책 읽는 방법을 전하기 위함이지요. 어떤 독자들일까요? 책 읽기가 쉽지 않다고 생각하는 독자일 겁니다. 그들에게 독서 방법 한 가지를 소개하고 설명함으로써, 조금이라도 책을 수월하게 제대로 읽을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글을 쓰는 겁니다.
자, 이제 이유가 분명해졌습니다. 만약, 위 글을 쓰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수많은 독자가 책을 수월하게 제대로 읽는 방법을 모른 채 살아가게 되겠지요. 위 주제를 글로 쓰는 것과 쓰지 않는 것은 많은 독자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선택이 되었습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나'는 그저 내 인생만 잘 살아가면 되는 존재였습니다. 그런데, 글을 써야 하는 이유에 대해 명확하게 정리하고 나면, 이제 '나'는 세상과 사람들을 돕는 존재로서 다시 태어난 것이죠. 소명이라고도 하고 사명이라고도 부릅니다. 쓰지 않을 수 없습니다. 책 읽기 힘들어하는 독자들을 그냥 방치할 수는 없으니까요. 작가의 책임과 소임을 다해야 합니다. 힘들어도 써야 합니다. 계속 나아가야 합니다.
제가 지금 이 포스팅을 쓰는 이유는, "글 쓰기 힘들다 어렵다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수월하게 쓰는 방법을 제시하여 그들의 쓰는 삶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입니다. 왜 써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이 구체적이고 명확할수록, 동시에 차원 높고 위대할수록 작가는 멈추지 않고 계속 글을 쓸 수가 있습니다. 글을 쓰고 싶다면, 가장 먼저 왜 쓰는가 이유부터 명확하게 정리하시기 바랍니다.
둘째, 어떤 내용을 쓸지 빈 종이에 끄적끄적 메모와 낙서부터 해야 합니다.
지난 8년 동안 [자이언트 북 컨설팅] 운영하면서, 메모와 낙서의 중요성에 대해 수도 없이 강조했는데요. 습관으로 만든 사람 거의 없습니다. 글 쓰는 것도 힘들어 죽겠는데, 메모와 낙서까지 하려니 더 귀찮고 어렵다 느꼈을 테지요. 더 쉽고 분명하게 알려드리지 못한 제 책임이 더 큽니다.
다시 강조합니다. 그냥 쓰지 말고, 메모와 낙서부터 한 후에 자신이 한 메모와 낙서를 보면서 글을 써야 합니다. 한글이나 워드 파일에 바로 글부터 쓰는 것과, 메모와 낙서를 한 후에 보면서 쓰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우선, 글에 일관성이 생기고요. 다음으로, 횡설수설 막을 수 있습니다. 또한, 무엇을 써야 할지 고민하는 시간도 확 줄일 수 있습니다. 밑그림이 있으니 색깔만 칠하면 되는 것이죠.
그렇다면, 메모와 낙서는 어떤 식으로 해야 할까요? '키워드'가 가장 중요합니다. 첫 단계인 "왜 쓰려고 하는가"에서 주제는 이미 정해졌습니다. 이 주제와 관련해서 떠오르는 모든 단어들을 브레인스토밍 형식으로 마구 적는 것이죠. 필요하다면 간단한 문장도 몇 개 추가하면 좋습니다. 그런 다음, 자신이 적어 놓은 키워드를 보면서 중얼중얼 이야기를 해 봅니다. 이렇게 하면, 이미 절반쯤은 글을 완성한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셋째, 대략적인 구성을 해야 합니다.
'구성'이라는 말을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습니다. 빈 종이 꺼내서 커다란 동그라미를 5~6개 대충 그립니다. 조금 전에 적어 놓았던 메모와 낙서를 바탕으로, 맨 처음에는 무엇을 적고 그 다음에는 어떤 내용을 채울지 간단하게 스케치하는 과정입니다.
구성은 논리와 직결됩니다. '독서법'에 관한 글을 쓴다면 다음과 같은 구성으로 짜 볼 수 있겠지요.
"독서의 필요성-초보 독서가들의 고민-작가가 제시하는 독서법 소개 및 설명-이 독서법의 효과-구체적인 실천 방법 안내-독자 격려"
지금 이 포스팅의 구성은 아래와 같습니다.
"이 글을 쓰는 배경 및 취지-글 쓰기 전 해야 할 세 가지 설명-세 가지 방법의 중요성 재강조-마지막 당부"
미리 구성을 짜놓고 쓰는 글은 그냥 막 쓴 글에 비해 한결 논리적이고 읽기 수월하며 설득력도 강합니다. 조금 과장하면, 구성부터 짜고 시작하기만 해도 초보 작가 티를 싹 벗을 수 있다고까지 말씀드리고 싶네요.
글 쓰기 전 해야 할 세 가지 항목에 대해 정리해 보았습니다. 가장 먼저 "왜 쓰려고 하는가" 이유를 분명히 정하라고 했습니다. 두 번째는, 빈 종이에 주제 관련 키워드 위주로 낙서 및 메모를 하라고 말씀드렸고요. 마지막으로, 어떤 순서로 어떤 내용을 채울지 구성을 짠 후에 글을 써야 한다는 내용까지 정리했습니다.
살아가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글 쓰는 방법이나 순서도 다양합니다. 우리는 항상 '선택'이라는 걸 해야 하는데요. 선택의 기준은 '더 나은 삶'을 지향하는 거겠지요. 그렇다면, 더 나은 글쓰기 방법을 찾아 고민하고 연구하며 적용해 보는 작업이 꼭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글 쓰는 당위성, 메모와 낙서, 구성 잡기. 예전에 그냥 막 쓸 때보다 이 세 가지를 먼저 한 후에 글 쓰는 것이 훨씬 수월하고 분명하고 맥락 있고 논리적이고 분량 채우기 쉽고 메시지 선명해지고 쓸데 없는 말 줄어들고 퇴고하기도 쉬웠습니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고 글 쓰는 스타일도 제각각입니다. 저한테 맞다고 해서 다른 이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수는 없겠지요. 그럼에도 꼭 한 번 시험해 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너무 좋으니까요! ^^
마지막으로 당부말씀 한 가지 드리겠습니다. 글을 쓰기 전에 해야 할 세 가지 항목은 '최대한 빠른 시간'에 끝내야 합니다. 왜 쓰려고 하는가 이유 생각하느라 사흘 보내고, 메모와 낙서 하느라 일주일 보내고, 구성 잡느라 열흘 보낼 거라면 차라리 그냥 쓰는 게 낫습니다.
아직 습관으로 자리잡지 않은 어떤 새로운 도전 앞에서는, 우리의 뇌가 자꾸만 '핑계와 변명'거리를 찾으려는 속성 있거든요. 글 쓰기 싫은, 글 쓰는 걸 미루는 합당한 이유로 위 세 가지 항목을 사용하는 부작용이 절대로 없어야 하겠습니다.
하루만에 끝내야 합니다. 오래 걸릴 아무런 이유가 없거든요. 이유 정하고 메모하고 구성 잡고 바로 집필! 길에 죽죽 늘어지지 말고 단칼에 베어버려야 합니다. 그래야 쓰는 맛도 나고, 한 편의 글을 완성해가는 성취감도 가질 수 있습니다.
글을 잘 쓰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잘 쓰기 위해 이런저런 노력을 기울이고 고민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걸 배울 수 있습니다. 새로운 시도와 도전, 모험을 멈추지 않는 것이 곧 인생이겠지요.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