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삶을 만들고 싶다면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는, 사업에 실패하고 전과자 파산자가 된 저의 이야기에다 "아프다, 힘들다, 괴롭다, 죽고 싶다" 등의 표현을 썼습니다. 그런 식으로 글을 쓰니까, 쓸 때마다 눈물이 났지요. 이미 다 지난 일인데도 자꾸만 상처를 들쑤시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제법 흐른 뒤에는, 저의 과거를 "이야기, 글감, 소재"라고 표현했습니다. 상처가 많이 아물었나 봅니다. 처음 글 쓸 때와 비교해 보면 다소 엉뚱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어떻게 쓸까요? 전과자, 파산자, 알코올중독자, 막노동꾼이었던 제 인생을 글로 쓰면서 어떤 표현을 주고 사용하고 있을까요? 네, 맞습니다. "덕분에!"라고 쓰고 있습니다.
글은 생각의 표현입니다. 내 안에 있는 생각, 주장, 느낌, 감정, 경험 따위를 문자 언어로 드러내는 것이죠. 그러니까,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생각을 체계적으로 할 필요가 있습니다. 생각이 정리되면 글도 자연스럽게 정리가 됩니다.
그렇다면, 이 생각이란 것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걸까요? 당연히 인생이지요. 살아온 경험을 통해 생각이 만들어집니다. 좋은 경험이든 나쁜 경험이든, 우리는 경험을 통해 이해하고 깨닫고 살아가는 법을 터득하게 마련입니다.
글이란 인생을 그대로 드러낸 결과물이라 할 수 있겠지요. 잘 쓰기 위해서는 잘 살아야 한다는 말도 여기에서 비롯된 겁니다. 오늘 하루 의미 있게 잘 보냈다면, 그 내용을 글로 쓰기가 한결 수월합니다. 오늘 하루를 엉망으로 보냈다면, 글을 쓰기조차 싫겠지요. 잘 쓰고 싶다면, 오늘 하루를 잘 살아내야 한다는 말입니다.
중요한 것은, 삶이 곧 글이 되듯이 글도 삶이 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조금 어렵게 들리지요? 예를 들어 설명해 보겠습니다.
1. 사업에 실패하여 절망하고 자살 시도까지 했었다. 내 인생은 그야말로 처참한 좌절 그 자체였다.
2. 그렇게 큰 실패는 난생 처음이었다. 뭐가 뭔지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혼란스러웠다. 덕분에 나는, 웬만한 사건이나 사고에는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멘탈을 키울 수 있었다.
위 1번과 2번은 동일한 상황과 사건을 표현한 글입니다. 1번은 "끝장났다"고 쓴 것이고요. 2번은 "그런 와중에도 좋은 점 있었다"라고 의역한 겁니다. 어떻게 쓰든 작가 본인의 선택입니다. 그러나, 어떻게 쓰는 것이 지금과 남은 인생에 더 도움이 될 것인가는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겠지요.
우리는 일상에서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부정적인 단어를 남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힘들다, 아프다, 어렵다, 죽겠다, 짜증난다 등등. 욕설까지 섞으면 훨씬 많겠지요. 순간적인 감정으로 뱉는 이러한 말들이 사실 당장 큰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습관적으로 매일 사용하다 보면 그 말이 가진 에너지가 우리 정신을 갉아먹는다는 게 문제입니다.
"망했다!"라고 쓰면, 실제로 망합니다. "힘들고 어렵다"라고 쓰면, 실제로 힘들고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망했다!"고 쓰고 "힘들고 어렵다"고 쓰는데, 어떻게 성공하고 쉬워질 수 있겠습니까.
부부싸움을 하고 난 직후에도, "죽일 놈, 나쁜 놈, 이혼할 거야, 억울해, 분해, 속상해" 등의 말을 가감없이 사용해서 글을 쓰면 감정은 더 격해질 뿐입니다. 부정적으로 격한 감정을 쌓아갈수록 인생은 더 고난에 빠지게 되지요. 말과 글이 가진 에너지는 엄청납니다. 인생 잘 풀리길 바란다면 말과 글부터 바꿔야 합니다.
글 쓰는 삶을 만나 다행입니다. 덕분에 제 과거는 "참으로 처참했다"에서 "덕분에 달라졌다"로 바뀔 수 있었습니다. 삶이 달라져서 글이 좋아진 게 아니라, 글이 달라져서 삶이 좋아진 경우입니다. 글쓰기를 사랑할 수밖에 없지요.
초보 작가들의 글을 검토해 보면, 대부분 자신의 과거를 상처와 아픔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지나간 과거이기도 하고, 제가 잘 모르는 깊은 속사정이 더 있을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자신의 과거를 시련과 고통으로만 여기는 사람의 인생은 앞으로도 좋아질 가능성이 매우 적다는 사실입니다.
어떤 사건에서도 '좋은 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없다고 생각된다면, 억지로라도 찾아내야 합니다. 이건 정말 최악이야 싶은 그런 일에서도 나름의 장점과 배울 점을 찾아낼 수 있을 때, 삶은 급속도로 좋아집니다. 제가 바로 그랬으니까요.
전과자 파산자 알코올 중독자 막노동꾼의 삶에서 무슨 '좋은 점'을 발견할 수 있겠습니까. 그럼에도 찾아내야 한다니까 억지로 찾으려 노력했던 겁니다. 감옥에 가지 않았더라면, 저는 아직도 수렁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며 방황하고 괴로워하면서 살고 있었을 겁니다. 인생 고통 딱 잘라내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감옥'이라는 극단의 수를 만난 덕분이지요.
파산하지 않았더라면 돈 욕심 버리지 못했을 테고요. 알코올 중독에 걸리지 않았더라면 여전히 도망과 회피가 제 삶의 키워드였을 겁니다. 막노동 하면서 3년쯤 살아 보니 제가 누렸던 모든 일상이 감사인 줄 깨닫게 되었습니다.
보려고 하면 보입니다. 보려고 해야만 볼 수 있습니다. 타성에 젖어 내 인생 그렇지 뭐 대수롭지 않게 하루하루 살아가지 말고요. 딱 정신 차리고, 의미와 가치를 매 순간 적용하려는 노력 기울여야 합니다. 에스컬레이터가 멈춰 선 것처럼 보이지만, 내가 스스로 다가서면 어느 순간 자동으로 움직입니다. 조금만 노력하면 위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가 작동을 시작한다는 뜻입니다.
삶을 쓰면 글이 됩니다. 글에다 쓰는 대로 인생이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좋을 삶을 꿈꾼다면, 꿈꾸는 그 이야기를 글로 쓰십시오. 쓰면 달라집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