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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두어야 습관이 된다

눈만 뜨면 보이는 곳에

by 글장이


매일 같은 분량의 일기를 쓴 지는 3년 되었습니다. 이전에도 일기를 쓰긴 했지만, 사흘 또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끼적이는 정도였지요. 그래도 명색이 작가인데, 일상을 담은 개인적인 글을 꾸준히 써야겠다 다짐하고는 '매일 쓰기'로 했던 겁니다.


습관에 관한 책 다양하고 많은데요. 그런 책에는 사람이 하나의 습관을 잡기 위한 시간이 언급되어 있습니다. 21일이면 충분하다 말하는 책도 있고, 60일 혹은 90일 정도 지속해야 한다는 책도 많습니다.


저는 일반적인 사람과 다른 걸까요? 3년씩이나 매일 계속하고 있는데, 아직도 일기 쓰는 걸 깜빡하는 날 있습니다. 분명히 썼다 싶었는데 빠트린 날도 있고, 아예 생각조차 못하다가 사흘씩 밀린 일기를 한꺼번에 쓰는 날도 없지 않습니다.


사람이 습관을 만들고, 그 습관이 인생을 좌우합니다. 좋은 습관을 많이 만들면 삶이 저절로 좋아진다는 소리지요. 그렇다면, 습관이란 무엇일까요? 인터넷과 ChatGPT를 통해 검색해 보면, 몇 가지 키워드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일상, 반복, 자동, 행위 등이 그것인데요. 여기서 눈에 확 띄는 단어가 '자동'입니다.


첫 출근을 할 때는, 지하철 노선도를 뚫어져라 쳐다 보고 갈아타는 방향도 유심히 살피지요. 그러나, 일주일쯤 출근을 '반복'하면 스마트폰을 보면서도 회사 앞에 딱 내릴 수 있습니다. 몸이 '자동'으로 움직이는 것이죠.


그런데 왜 저는 3년 동안이나 '반복'하고 있는데도 아직 일기를 '자동'으로 쓰지 못하는 걸까요? 책이나 인터넷에서 정의하는 습관에 비해 무엇이 잘못된 걸까요?


습관은 보통 세 가지 요인에 의해 생성된다고 합니다. 트리거, 행동, 그리고 보상입니다. 첫째, 행동을 유발하는 요인이 있어야 하고요. 둘째, 행동해야 합니다. 셋째, 행동한 자신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렇게 세 가지 요소가 유기적으로 순환되어야 비로소 습관으로 자리잡힌다는 얘기겠지요.


저는 첫 번째와 세 번째 요소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우선, 일기를 쓰게 만드는 요인이 없었습니다. 그냥 머릿속으로 써야 한다 생각하고 썼던 것이지요. 3년 동안 매일 '의식적으로' 썼으니 '자동화'가 되지 못했던 겁니다. 트리거(유발요인)를 명확히 정했더라면 조금 달라졌을지도 모릅니다.


보상도 마찬가지입니다. 일기를 썼다고 해서 저 자신한테 무슨 보상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보상을 해야 한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지요. 지금도 비슷한 생각입니다. 내가 내 일기를 쓰는데 굳이 보상까지 해주어야 하는가. 습관 잡는 데 필요한 요소라 하니 한 번쯤 생각은 해 보아야겠습니다.


이렇게 습관에 대해 고민하다 보니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습니다. 제가 일기를 빠트린 날은 어떤 경우일까? 거의 공통적으로 일기장을 눈에 띄지 않는 곳에 두었을 때입니다. 무슨 일을 하든 일기장을 책상 옆에 올려두면 절대로 잊지 않고 일기를 씁니다. 그런데, 초록색 일기장을 가방에 넣어두거나 책꽂이에 꽂아두었을 때는 일기를 써야 한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렸던 겁니다.


"눈에 띄면 잊지 않는다!"

습관에 대해 저 나름대로 내린 결론입니다. 어쩌면 이것이 트리거가 될 수도 있겠네요. 따로 의지를 발휘하지 않아도, 일기장이 눈에 띄면 그냥 쓰게 됩니다. 그러니까, 언제라도 일기장을 눈에 띄는 곳에 두기만 하면 된다는 얘기죠.


아들이 초등학교 때 쓰던 앉은뱅이 책상에서 일합니다. 그 위에는 항상 책과 일기장과 노트북이 놓여 있습니다. 절대 치우지 않습니다. 그 자체만으로 할 일을 빠트리지 않고 챙기는 동력이 됩니다.


노트북이 바로 옆에 있으면 글을 쓰게 됩니다. 책이 곁에 있으면 잡아 펼치게 되고요. 일기장이 계속 눈에 들어오면 자연스럽게 일기를 쓰게 됩니다.


생각보다 많은 예비 작가들이 '덮어 놓고', '치워 두고', '정리하고', '깔끔'하게 살아가는데요. 도구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글을 쓰려고 하면 '큰 힘'을 내야 합니다. 실제로 글을 쓰는 것보다 글 쓰기 위해 책상 앞에 앉는 것이 더 힘들다 하지요. 눈에 띄게 가까이 두면 '그 일'을 하기가 한결 수월합니다.


매일 글을 쓰고, 블로그 포스팅 발행하고, 책을 읽고, 독서노트 작성하고, 강의자료 만들고, 리허설 하고, 책 집필하고, 수강생 원고 검토하고, 상담하고, 강의하고......


이 모든 것들을 수년간 지속하고 있습니다. 어느 것 하나 '자동으로' 되지 않습니다. 습관의 개념을 적용하지 않은 탓인지, 아니면 제가 남달리 머리가 둔해서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저는 앞으로도 평생 뭔가를 '자동으로' 하기는 틀린 것 같습니다.


해야 할 일들을 가까이 둡니다. 고개만 돌리면 다 볼 수 있는 위치에 둡니다. 자동으로 안 되면 수동으로 하면 되지요. 습관으로 안 되면 루틴으로 하면 됩니다. 중요한 것은 방법이 아니라 행위입니다. 더 쉬운 방법을 찾느라 시간 낭비하느니 차라리 조금 불편해도 꾸역꾸역 행하는 쪽을 선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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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식할 정도의 반복과 지속이 자이언트와 제 삶을 만들었습니다. 습관에 관한 어떤 마땅한 논리도 제 인생 변화보다 극적이지 않을 겁니다. 오늘도 글을 씁니다. 깜빡했으면, 다시 챙겨 쓰면 그만이지요.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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