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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제 1원칙

도대체 무슨 말이야?

by 글장이


단연코 쉽게 써야 한다. 예외가 없다. 반론을 제기할 여지가 없다. 왜 어렵게 쓰는가? 어렵게 써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런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없으며, 설령 어떻게든 답변을 한다 해도 분명 어려운 말을 늘어놓고 있을 테니 무슨 소린지 모를 게 뻔하다. 반면, 쉽게 써야 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첫째, 글쓰기 대전제는 독자이다. 내 글을 읽어줄 독자가 없다면 글을 쓸 필요조차 없다. 자신을 위한 글도 있지 않느냐고? 자신만을 위한 글이라면 그걸 왜 나한테 물어보는가? 그냥 혼자 쓰면 그 뿐이고, 쉽게 쓰든 어렵게 쓰든 아무 문제도 없을 터다. 독자를 위한 글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일단 무슨 소린지 정확히 알 수 있어야 한다. 공감, 설득, 정보, 재미, 감동 등 모든 요소는 '이해' 다음이다.


둘째, 글을 어렵게 쓰는 사람들은 자신의 의도에 따라 그리 쓰는 게 아니다. 쉽게 쓰는 방법을 몰라서, 자신의 글이 쉬운 지 어려운 지 고민조차 하지 않아서, 자기 얘기만 쏟아내기 바빠서, 더 쉽고 분명한 어휘가 있는지 전혀 관심을 갖지 않아서이다. 글을 쉽게 쓴다는 말은 '정성'을 다한다는 의미인 것이다.


셋째, 배아 또는 성체에 있는 미분화 세포로서 태생기 전능 세포를 가리키는 줄기 세포는 다중분화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이런 얘기는 쓰는 사람도 따로 있고 읽는 독자도 따로 있다. 특정 분야에 대해 공부한 전문가와 관심 있는 사람들끼리 주고받는 제한된 영역의 글이란 소리다. 우리는 누구인가? 대중이다. 나도 대중이며 당신도 대중이다. 우리는 대중을 위한 글을 써야 하며, 그래야 대중도 내 글을 읽는다.


넷째, 작가는 '나 잘났다'는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다. 독자에게 무슨 도움이 되는가를 적극적으로 알리는 사람이다. 독자의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사람이다. 독자에게 재미와 정보와 감동을 선물하는 사람이다. 작가는 주는 사람이다. 이왕 줄 거라면, 손에 딱 쥐어주는 것이 마땅하다.


다섯째, 오랜 세월 동안 사라지지 않고 많은 이들에게 전해지고 있는 명언과 어록 중에 어려운 글은 하나도 없다. 쉽고 명쾌하기 때문에 '전파'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쉬운 글을 써야 하는 이유다.


가끔, 어려운 글 읽는 게 더 좋다는 사람을 만날 때가 있다. 변태다. 말이 되지 않는 소리다. 어려운 글이라면 무슨 소린지 모를 텐데, 어찌 좋아할 수가 있겠는가? 어려운 글이 좋다는 것은, 이미 자신의 수준이 그 어려운 글을 읽어낼 만큼 높아졌다는 사실을 의미하는 것일 테지. 결국은 잘난 척이다.


인간의 뇌는 게으르다. 에너지 낭비를 최소화하려는 습성을 갖고 있다. 조금이라도 어렵다 싶으면 회피하고 외면하는 것이 뇌의 본성이다. 쉽게 쓰면 그 만큼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글 쓰는 이유는 전달이라면, 독자 가슴 속에 제대로 안겨주는 것이 마땅하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쉬운 글은 어떻게 써야 하는가?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자기 수준에서 조금만 더 쉽게 쓰려고 노력하면 된다. 글을 쓰는 이유는, 나보다 힘든 사람, 나보다 어려운 사람, 나보다 아픈 사람들을 위해서다. 나보다 잘난 놈 위해서 글 쓰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구체적인 방법 몇 가지를 소개한다.


첫째, 평소에 쓰는 입말을 그대로 사용해야 한다. 말하기와 쓰기는 다르다. 허나, 어휘는 크게 다르지 않다. 글을 글처럼 쓰려고 애쓰지 말고, 평소에 쓰는 단어를 자연스럽게 활용하는 것이 쉬운 글을 쓰는 데 도움된다.


다음으로, 첫째 둘째 셋째 등과 같이 순번을 매겨주는 것이 좋다. 독자 대신 요약해주는 거다. 일목요연이란 말은 이럴 때 쓴다. 그냥 줄줄이 나열하는 것보다는 번호를 달아주는 것이 이해와 판단에 도움을 준다.


문장을 짧게 쓰는 습관 들여야 한다. 말도 길게 늘어놓으면 무슨 소린지 모른다. 단문으로 짧게 치고 나가야 알아듣기 쉽다. 특히, 문장을 짧게 써야 문법적 오류가 나타날 확률이 줄어든다. 어렵게 글 써놓고 문법 망가지면 욕만 먹는다.


글 쓰기 전에 무슨 말을 전할 것인가 간단히 메모를 하고 시작하는 것도 도움된다. 핵심 메시지와 뒷받침 이야기를 구분하여 미리 구성을 짜는 노력도 권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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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 쓰기보다 쉽게 쓰는 것이 훨씬 어렵다. 자신이 쓰는 글 내용에 대해 완벽히 알아야 함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본인조차 모르는 경우, 글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이 어려운 일을 왜 하라는 것인가? 쉬운 일만 해가지고는 승부를 낼 수 없기 때문이다. 변화와 성장은 늘 어렵고 힘든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


어렵고 힘든가? 포기하고 싶은가? 다행이다. 허물을 벗고 있다는 증명이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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