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끝에서 나는
목표와 계획을 세우는 일은 설레고 즐겁다. 자신이 바라는 대로 모두 이뤄낸 모습 상상하면 뿌듯하고 행복하다. 의욕과 열정이 치솟고, 한 번 해 보자는 동기가 부여되기도 한다. 빈 노트에 목표와 계획을 적는 동안 기분 좋았던 경험, 누구나 한 번쯤 해 보았을 거라고 짐작된다.
자격증을 따겠다는 목표, 그리고 어떻게 얼마나 공부할 것인가 하는 계획. 책을 출간하겠다는 목표, 그리고 언제까지 얼마만큼의 글을 쓰겠다는 계획. 부자가 되겠다는 목표, 그리고 어떤 방법으로 돈을 벌겠다는 계획. 목표와 계획은 마음까지 정갈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목표와 계획이 중요하다는 사실에 동의하고, 또 그것들이 삶에 미치는 영향 무시할 수 없다는 점에도 공감한다. 하지만, 인생 끝에 이르렀을 때 "나는 평생 동안 열심히 목표와 계획만 세웠다!"는 말을 남기게 되는 것은 아닐까 염려도 지울 수 없다.
인생에는 고난과 역경이 존재한다. 고난과 역경을 통해 배우고 성장한다. 목표와 계획을 세우는 과정에는 고난도 없고 역경도 없다. 책상 앞에 앉아 종이와 펜만 있으면 얼마든지 세울 수 있는 게 목표와 계획이다.
고난과 역경은 언제 나타나는가? 실행할 때다. 출발점에서부터 나태, 무기력, 막막함 따위와 싸워야 한다.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극복해야 한다.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다시 일어서야 한다. 이 모든 순간들은 오직 행동으로 옮길 때에만 만날 수 있다.
정상을 밟지는 못했지만,
한 순간도 멈추지는 않았다!
삶의 끝에서, 이렇게 말하고 싶다. 행동하는 사람이고 싶다. 잔머리보다 몸으로 살아가는 사람이길. 손에 잡히지 않는 단어들로 치장하지 않고, 오직 "무엇을 했는가?" 라는 질문에 답하며 살아내고 싶다.
목표와 계획 세우는 데 맛들여 다이어리 꾸미고 살았던 적 있다. 그 자체는 나쁠 게 전혀 없었다. 문제는, 내가 적었던 목표와 계획 중에 꾸준히 실행했던 일 하나도 없었다는 거다. 숱한 시간 '작성하느라' 들이부은 공과 에너지, 생각할수록 아까워 죽겠다.
'노트'는 '적용'과 이어질 때 최고의 효과를 낸다. 쓴 내용과 실천하는 행동이 맞물리면 천하무적이다. 그러나, 둘 중 하나만 택해야 한다면 단연코 실행이다. 글쓰기 전도사가 '쓰는 것'보다 '행동하기'를 강조하고 있으니 더 말할 필요 뭐가 있겠는가.
책을 출간하겠다는 각오와 결심, 목표와 계획을 내게 선언한 사람 셀 수 없이 많다. 실제로 출간한 사람은 상대적으로 적다. 차이는 오직 하나. 글을 쓰는가, 쓰지 않는가. 이것 뿐이었다.
반드시 책을 써야 한다! 이 말은 마땅치 않다. 책 쓰고 싶은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고 관심 없는 사람도 있게 마련. 무슨 일이든 마찬가지이다. 안 할 거면 말고, 할 거면 승부를 내야 한다. 실속 있는 삶은 목표와 계획에 있지 않다. 움직여야 한다. 행동해야 한다. 한 걸음 나아가야 한다.
대통령 선거가 있었다. 나라가 들썩거렸다. 수많은 공약들. 목표와 계획이다. 지켜지지 않으면 어떠한가? 국민들은 분노한다. 괘씸해한다. 정치인들을 향해 날카로운 비수를 던진다. 적어도 나랏일 하는 사람이라면 이래야 하고 저래야 하고 약속 지켜야 하는 것 아니냐! 선거는 끝났다. 그들이 약속한 바를 얼마나 잘 지키는지 눈 크게 뜨고 지켜볼 일이다. 대신, 그 날카로운 눈 스스로를 향해서도 감지 않기를. 냉철하게 나를 돌아본다.
행동하는 사람에게는 좋은 점이 있다. 첫째, 잡념이 끼어들 틈이 없다. 둘째, 한 걸음 나아갔다는 사실 덕분에 자괴감이 줄어든다. 셋째, 당당할 수 있다. 넷째, 자신감 자존감 빵빵하다. 다섯 째, 숙면을 취할 수 있다. 뭐 이것 뿐이겠는가.
목표와 계획. 지금, 그 일을 한다. 세차게 돌아가는 인생 엔진이라는 생각 덕분에 활력을 잃지 않는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