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최고의 걸림돌, 완벽주의

완벽할 수 없는데, 완벽하려고 한다

by 글장이


"감사합니다 대표님! 제 책이 벌써 나온 것 같아요! 이렇게 멋진 제목과 목차라니! 눈물이 날 정도입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꼭 출간해서 은혜에 보답하겠습니다!"


1주차에 제출한 과제를 씹어 먹고 기획해서 완성한 제목과 목차를 수강생에게 전했습니다. 난생 처음 자신의 이야기가 가지런히 정리 되고, 또 자기 삶을 통해 세상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하게 될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는 감동했고 가슴 벅차 했습니다.


4년 전에 만났던 이 수강생과의 일화를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는 이유는, 그가 지금도 한 번씩 제 수업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아직까지 한 줄도 쓰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목과 목차를 전달한 지 한 달쯤 지났을 때, 왜 아직 집필을 하지 않는가 물어 본 적 있습니다. "대표님! 저는 제목과 목차를 제 마음에 쏙 들도록 멋지게 완성한 후에 시작하고 싶습니다. 그래야 중도 포기 없이 끝까지 달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자기 마음에 쏙 들도록 멋지게 완성하겠다는 생각만 없었더라면, 그 마음 조금만 내려놓을 수 있었더라면, 아마도 그는 지난 4년 동안 적어도 열 권은 출간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완벽한 제목과 목차를 위해 4년간 끙끙 앓으며 고민하는 사람. 그리고, 완벽하진 않지만 자기 수준에 맞게 최선을 다해 열 권을 집필한 사람. 둘 중에서 과연 누구의 태도가 바람직한 걸까요?


눈여겨 봐야 할 점이 두 가지 있습니다. 첫째, 그는 결코 완벽한 제목과 목차를 만들어낼 수 없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무슨 신도 아니고, 태어나서 한 번도 글을 제대로 써 본적도 없는 사람이 어떻게 제목과 목차를 완벽하게 짠다는 말입니까. 둘째, 지난 4년 동안 완벽한 제목과 목차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했는가 스스로 질문해 보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모르긴 해도, 그는 아마 시간이 날 때 몇 차례 생각해 본 정도가 전부일 겁니다. 다른 할 일 다 하면서, 놀 것 다 놀면서, 그러면서 계속 고민하고 연구했다고 큰소리 뻥뻥 치는 것이죠. 온힘을 다해 집중하고 탐구한 것도 아니면서 말입니다.


어제, 교보문고 잠실점에서 작가 사인회를 개최했습니다. 함께 해주신 우리 작가님들과 뒷풀이도 가졌지요. 한 사람씩 앞으로 나와 자신의 장기를 발표하기도 했는데요. 노래 부른 사람, 뮤지컬 노래 부른 사람, 해금 연주, 듀엣 노래...... 그들의 노래와 연주는 완벽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즐거웠고 행복했으며, 그들은 아름답기만 했습니다.


만약 그들이 완벽한 노래와 뮤지컬과 연주를 준비할 때까지 시간을 달라고 했더라면, 우리는 앞으로도 영원히 그런 즐겁고 행복한 자리를 만날 수 없을 겁니다. 그들뿐만 아니죠. 세상 누가 완벽한 노래를 부를 수 있을까요? 그 완벽이란 기준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이며, 완벽하다는 평가는 또 누가 내리는 겁니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완벽이 아니라 용기입니다. 부족하고 어설프지만 자기 실력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용기. 무대에 선 자신의 모습을 통해 사람들에게 기쁨과 즐거움을 선사할 용기. 주어진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해 연습하고, 연습한 만큼의 실력을 발휘하는 용기. 부족하지만, 모자라지만, 이것이 내 모습이다 당당히 밝힐 용기. 바로 이런 용기에 사람들은 박수와 환호를 보내는 것이죠.


지금까지 일곱 권의 개인 저서를 출간했습니다. 저보다 글을 잘 쓰면서도 아직 한 권도 출간하지 않은 사람 많습니다. 언젠가 끝내주는 책을 써서 세상 사람들 놀라게 하겠다는 생각으로 여전히 '준비중인' 사람들이죠. 부족하지만 저는, 제가 가진 이야기로 사람들 돕겠다는 생각으로 완벽주의를 접고 책을 냈습니다. 일곱 권의 책을 출간하고, 554명의 작가를 배출했으며, [자이언트 북 컨설팅]이라는 일인기업을 8년째 운영하고 있습니다. 어떤 선택이 진정 세상을 위하는 길일까요.


사람들은 무엇이든 잘해야 한다는 강박을 갖고 있는 듯합니다. 책도 잘 읽어야 하고, 글도 잘 써야 하고, 노래도 잘 불러야 하고, 공부도 잘해야 하고, 운동도 끝내주게 해야 하고, 외모도 수려해야 하고, 머리도 잘 돌아가야 하고, 말도 잘해야 하고, 춤도 잘 춰야 하고, 돈도 잘 벌어야 하고...... 그러면서도 인생 잘 살아야 한다는 생각은 매일 하지 않으니 아이러니한 현상이지요.


잘해야 한다는 강박은 세 가지 원인에서 비롯됩니다. 첫째, 돈과 성공이라는 물질 만능주의 때문입니다. 돈 많이 벌고 성공하면 그만이라는 생각 때문에 노력하는 과정 따위는 안중에도 없고 무조건 결과만 좋으면 된다는 성향이 생겨난 것이지요. 둘째, 타인의 인정과 칭찬에 목마르기 때문입니다. 자기 노력의 가치보다 다른 사람 '좋아요'에 더 무게를 두니까 타인의 시선만 의식하며 쭈글이로 살아가는 겁니다. 셋째, 스마트폰과 SNS 때문입니다. 맨날 좋은 것만 올리는 다른 사람 인생을 바라보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그래서 못난 자신을 허황된 욕심의 수준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겁니다.


강의 시간에 "그냥 하라"는 말을 가장 많이 합니다. 글을 쓰든 책을 읽든 그냥 좀 하면 좋겠는데, 무슨 이유와 목적과 생각과 핑계와 변명이 그리도 많은지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을 정도입니다. 독서하라고 하면 세상 독서 전문가가 되려고 하고, 글 쓰라고 하면 헤밍웨이가 되려고 합니다.


블로그 한 번 해 보라고 하면 당장 파워블로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유튜브 한 번 해 보라고 하면 무조건 돈 되는 콘텐츠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일기 한 번 써 보라고 하면 당장 이순신이나 안네가 되려고 덤벼듭니다. 무겁고 무섭고 안타깝습니다. 그냥 해도 좋은데. 그냥 해도 얼마든지 즐기면서 잘할 수 있게 될 텐데.


자기계발은 행복하고 보람 있는 과정입니다. 그러나, '완벽한 자기계발'에 대한 욕구는 사람을 지치고 힘들게만 합니다. 누구도 우리에게 잘해야 한다는 강박의 덫을 씌우지 않았습니다. 언젠가부터 우리 스스로 '잘하지 못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뿐이죠.


'완벽주의'의 뜻이 무엇입니까? 『완벽하지 않은데 완벽하려고 애쓴다』라는 의미입니다. 안 되는 걸 되게 하려고 발버둥친다는 뜻입니다. 없는 걸 쫓는다는 말입니다. 불가능한 걸 가능하다고 착각하며 살아가는 태도를 일컫습니다.


우리는 완벽한 존재가 아닙니다. 물질 세상에서 한 평생 살아가며 어제보다 나른 존재로서 확장하고 창조해가는 경험을 쌓는 존재입니다. 이것도 해 보고 저것도 해 보고, 그러면서 다양한 감정과 느낌을 체험해 보는 것이죠. 이렇게 경험으로 알게 된 진실과 법칙을 통해 함께 살아가는 타인을 돕는 것이 바로 삶의 보람이자 가치 아니겠습니까.


책을 많이 읽는 편입니다. 지난 10년간 하루도 빠짐 없이 독서하고 있는데요. 그 어느 책에서도 "당신은 완벽해야 한다!"는 문장을 읽은 적 없습니다. 위대한 거장들 모두 다들 그냥 했고, 열심히 했고, 있는 그대로 자신을 사랑하고 아끼면서, 스스로 괴롭히지 않는 인생을 살았습니다. 완벽은 없고, 완벽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도 없습니다. 완벽을 추구할수록, 당신은 점점 더 불완전해질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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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입니다. 완벽한 하루 말고요. 그냥 내가 행복한 하루를 보내려고 합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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