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쓴 글이나 오늘 쓴 글이나
"어제 쓴 글과 오늘 쓴 글이 별 차이가 없습니다."
"지난 주에 쓴 글과 비슷한 내용입니다."
"전자책 쓴 내용으로 종이책 내도 되나요?"
위와 같은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책을 한 권 쓰기 위해서는 약 40개 꼭지, A4 용지 90매 이상을 채워야 하는데요. 초보 작가 입장에서 생각보다 많은 양의 글을 써야 하다 보니, 지난 삶의 경험 중에서 중복되는 내용을 쓰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지요.
우선, 이런 현상이 나쁜 것은 아니란 점을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하나의 주제와 연관되는 경험이 자꾸만 비슷하게 나온다는 것은, 그 경험이 그만큼 강렬하게 기억 속에 남아 있다는 의미입니다. 누구나 그럴 수 있지요. 저도 '고생'이라는 키워드로 글을 쓸 때면 항상 감옥, 파산, 알코올 중독, 실패 등의 이야기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나쁜 현상은 아닙니다만, 그래도 독자가 내 글을 읽을 때 비슷한 내용만 계속 나온다면 당연히 지루하고 재미 없다며 외면할 테니 주의를 기울어야 마땅하겠지요. 어떻게 해야 다양한 스토리로 글을 쓸 수 있을까요?
첫째, 그 경험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죄다 써 보는 것이 좋습니다. 대충 쓰거나 줄거리만 정리하지 말고, 아예 그때로 돌아가서 해당 이야기 뽕을 뽑는 것이지요. 더 이상은 쓸 수 없겠다 할 정도로 모조리 한 번 써 보면 속이 후련하다는 느낌이 들 겁니다. 이렇게 하고 나면 다음 번에 글을 쓸 때 이 경험은 더 이상 쓰지 않게 될 겁니다.
둘째, 일상 사소한 경험을 기록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일기도 좋고 메모도 좋습니다. 별 것도 아닌 일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해 보는 것이죠. 일기와 메모가 습관이 되면 일상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집니다. 엄청난 이벤트나 강렬한 사건 아니고도 얼마든지 내 인생에 중요한 일들이 많구나 생각하게 되는 것이지요. 과거 경험을 쓸 때도 소소한 기억들이 생겨날 겁니다.
셋째, 망설이지 말고 끝까지 쓰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일단 다 쓰고 나서, 다시 처음부터 자신의 글을 읽으면서 중복되는 내용을 삭제하고 새로 쓰면 됩니다. 비슷한 내용이라는 생각 때문에 자꾸만 집필을 멈추면 생각도 굳어버립니다. 나중에 싹 다 수정할 거라고 생각하고 일단은 끝까지 밀어붙여야 합니다.
넷째, 자신의 인생에 다양하고 많은 경험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하루살이도 책 쓸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사건이 벌어졌는가보다 얼마나 깊이 있게 받아들이는가 하는 것이죠. 비 내리고 눈 내리고 맑고 화창하고 먹구름 낀 날씨만 갖고도 책 한 권 쓸 수 있습니다. 분명 온갖 일이 다 있었을 겁니다. 자기 인생에서 벌어진 수많은 일들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다섯째, 무턱대고 쓰려고만 하지 말고, 커다란 종이에 라이프맵을 한 번 그려 보는 것도 도움 될 겁니다. 사람의 뇌는 연상기억장치라고 합니다. 무조건 쥐어짠다고 해서 기억이 나는 게 아니라, 무엇을 보거나 들었을 때 작동한다는 뜻입니다. 스케치를 먼저 하면서 오며 가며 눈으로 보면 평소 기억하지 못했던 과거 일들이 하나씩 떠오를 겁니다.
초등학교 4학년 주니어 작가가 저한테 말을 할 때 이렇게 시작합니다.
"옛날에요, 제가 어렸을 때에요......"
네, 맞습니다. 10년만 살아도 옛날 이야기가 술술 나오는 것이 우리 모습입니다. 하물며 30년 50년 살아온 인생에 이야기가 몇 개밖에 없다는 게 말이 되겠습니까.
마음이 조급해서 그렇습니다. 빨리 써서 결과물을 내고 싶은 욕심 때문에 머리가 팽팽 돌아가지 않는 것이지요. 느긋한 마음으로 인생 돌아본다 생각해야 합니다. 책을 내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글 쓰는 과정에서 자기 인생을 성찰해 보는 행위가 훨씬 더 중요합니다.
모든 사람에게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모든 사람에게는 다양하고 많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우리 모두에게는 그 이야기를 끄집어낼 능력도 있습니다. 문제는, 살아오면서 한 번도 자기 이야기를 세상 밖으로 끄집어내겠다는 시도를 해 보지 않았다는 사실뿐입니다.
작은 이야기를 쓰세요. 사람을 쓰고 생각을 쓰고 감정을 쓰세요. 오늘 저녁밥 먹은 것만 갖고도 글 열 편은 쓸 수 있습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