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과정에서 인생을 얻다
글을 쓰려는 사람 중에는 자신의 이름으로 책을 내고 싶은 바람을 안고 있는 이가 많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내 이야기를 책으로 출간해서 많은 독자들에게 전할 수 있기를 바랐지요. 하지만, 글을 쓰는 동안 알게 되었습니다. 출간 그 자체는 글 쓰는 삶에서 얻게 되는 아주 작은 성과에 불과하다는 사실을요.
실제로 글을 쓰는 과정에서 얻는 이익은 그보다 훨씬 많고 큽니다. 출간 자체만을 바라고 글 쓰는 사람들은 이 많은 이익과 깨달음을 전부 놓치게 됩니다. 우리 주변에 한 권 쓰고 사라지는 작가가 많은 이유입니다.
강의할 때마다 강조하는 두 가지 키워드가 있습니다. 본질과 태도입니다. 어떤 일을 하든 본질을 제대로 알아야 하고요. 아무리 돈 많이 벌고 성공한다 해도 태도 엉망이면 그 인생 볼 것 없습니다. 글을 쓰는 과정에서 우리가 얻게 되는 것은 무엇일까요? 제 경험에 비추어 하나씩 정리해 봅니다.
첫째, 용기입니다.
잘 못 쓸 수도 있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많은 거절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영영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 모든 위험을 무릅쓰고, 저는 도 글을 쓰는 것이지요.
위험의 반대편에는 희망과 성취가 있습니다. 세상 모든 일이 마찬가지입니다. 살아가는 데에는 반드시 위험을 무릅쓰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매일 글을 쓰면서, 내 글이 앞으로 마주하게 될 모든 운명을 상대해 보는 것이지요.
매일 쓰는 용기는 점점 커지고 단단해집니다. 다른 일을 할 때도 이 용기가 적용됩니다. 일단 씁니다. 일단 도전합니다. 계속 씁니다. 계속 나아갑니다.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입니다. 덕분에 글도 삶도 점점 좋아졌습니다.
둘째, 휘둘리지 않는 중심입니다.
제가 쓴 글을 읽은 독자들의 반응은 천차만별입니다. 도움이 되었다는 독자도 있고, 아무런 반응 보이지 않는 독자도 있고, 영 별로라고 말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모든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세상에 그런 작가는 없습니다.
어떤 글을 쓰든 독자는 세 부류로 나뉘어집니다. 좋아하는 독자, 싫어하는 독자, 무관심한 독자. 어떤 일을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를 두고 '삼분의 일 법칙'이라 하지요. 글을 쓰는 이유는, 내 글을 좋아해주는 독자들을 위함입니다. 오직 그들만 생각하며 쓰면 됩니다.
매일 쓰는 행위를 통해 딴지 거는 사람들을 무시하고 꿋꿋하게 나의 길을 걸어가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중심을 잡을 수 있게 된 겁니다. 이제는 누가 뭐라고 해도 저의 글쓰기 인생 흔들리지 않습니다. 행복합니다.
셋째, 세상 사람들에게 전할 만한 메시지가 내 인생에 많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는 기쁨입니다.
더 이상 살아갈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모든 걸 잃고 무너졌지요. 감옥이라니! 파산이라니! 알코올 중독이라니! 막노동이라니! 멀쩡하게 대학 나와 대기업 다니면서 고생이라곤 해 본 적 없던 제가 한 순간에 인생 박살이 나버렸으니 얼마나 참담했겠습니까.
그러다가 글쓰기를 만났지요.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내가 쓴 글을 읽은 독자가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그 순간의 기쁨은 이루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였지요.
모든 걸 다 잃었다 생각했는데, 아직도 내게는 누군가를 도울 만한 뭔가가 남아 있다는 생각에 밤잠을 설쳤습니다. 매일 글을 쓰다 보니, 그렇게 남을 도울 만한 메시지가 내 삶에 제법 많이 있다는 사실을 추가로 알게 되었고요. 아주 신이 나서 펄쩍 뛰었습니다. 그렇게 기쁜 마음으로, 오늘도 글을 쓰며 살아갑니다.
넷째, 상처와 아픔까지도 쓸모가 있다는 인생 의미와 가치입니다.
무모한 사업을 시작하지 않았더라면, 실패하지 않았더라면, 감옥에 가지 않았더라면, 파산하지 않았더라면, 술을 마시지 않았더라면...... 한 때는 매일 이런 생각으로 후회와 한탄만 하면서 살았습니다.
글을 쓰면서 알았습니다. 지난 모든 시간과 경험들이 모두 나름의 의미와 가치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요. 어떤 메시지를 전하는 데 있어서 제가 겪은 모든 경험은 하나 같이 '쓸모'가 있었습니다. 후회할 일이 아니라 기쁘게 받아들여야 할 경험이었습니다. 한탄만 하고 있을 게 아니라 그 의미와 가치를 찾아 소중하게 보관해야 할 삶이었던 것이지요.
덕분에, 남은 인생에서 어떤 일이 닥쳐도 기꺼이 마주하고 상대할 배짱과 패기가 생겼습니다. 시련도 아니고 고통도 아닙니다. 그저 글감일 뿐입니다. 세상과 타인을 도울 수 있는 귀한 소재!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은 또 어떤 고난과 역경을 만나 한 편의 글을 쓸 것인가 흥미진진합니다.
다섯째, 사람 사는 게 다 비슷하다는 측은지심입니다.
글을 쓸 때는 '나'라는 존재 한 사람에 대해서만 다룰 수 없습니다. 가족, 친구, 지인, 동료, 친척 등 제가 살면서 만났던 모든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고루 쓰게 됩니다.
당시에는 괘씸하고 억울하고 분하고 원통하고 화만 났었는데요. 글을 쓰면서 하나씩 돌이켜보니, 그 사람이 그럴 수도 있었겠구나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아울러, 그들도 나 못지않게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다는 이해도 하게 되었고요.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아 괴롭고 힘든 심정 또한 나와 비슷하겠구나 동병상련의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모든 사람을 이해하고 배려할 만큼 내공이 깊어지려면 아직도 한참 멀었고, 죽는 날까지 그게 가능이나 하겠나 싶습니다. 하지만,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제보다 나은 내가 되는 것이죠. 과거 저와 비교하면 지금의 저는 그래도 사람을 조금은 받아들이게 되었거든요. 앞으로는 더 나아질 테고요. 사람 미운 마음 덜해진 것만으로도 저는 평온한 인생을 누리고 있습니다.
글을 쓰는 과정에서 얻게 되는 다섯 가지 덕목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자, 어떤가요? 책 한 권 출간하는 것과 비교해 보면 실로 엄청난 깨달음과 이해 아닌가요? 이런 마음으로 꾸준히 글을 쓰면 책 출간 정도는 기본으로 얻게 되는 중국집 군만두 정도입니다.
본질과 태도가 중요하다 했습니다. 글 쓰는 과정에서 얻게 되는 모든 마음이 글쓰기 본질에 해당됩니다. 세상과 타인을 위해 나의 경험과 깨달음을 나누겠다는 것이 작가의 마땅한 태도라 할 수 있겠지요.
그러니, 책 써서 성공하느니 부자 되느니 인생 역전하느니 등등 장삿꾼 같은 광고를 보고 있으면 제가 화가 안 나겠냐고요. 글은 뭣 같이 써 놓고 팔리는 책이 어쩌고 마케팅이 어쩌고 지껄이는 사람들 보면 아주 혈압이 치솟습니다. 자신의 경험에 정성을 더하여 글에 담고, 이를 통해 다른 사람 인생에 도움을 주겠다는 선한 마음으로 쓰면 그 과정에서 충분한 보상과 행복 다 누릴 수 있습니다. 본질과 태도를 잊지 말고 글 썼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마음을 내면 글 쓰기가 한결 수월해집니다. 물질적 욕망에 사로잡혀 수단으로서만 책을 내려고 하면, 글 쓰는 모든 순간이 고역일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