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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Jul 27. 2023

쫄지 마라 인생아

감옥도 아닌데


1. 뭘 하려고 하면 모두 통제 당했습니다. 이것도 못 하게 하고 저것도 못 하게 했지요. 자유를 제한 당하는 것이 얼마나 고통인지 감옥에서 제대로 배웠습니다.


2. 꿈과 목표를 갖기 힘들었습니다. 나중에 출소하면 뭘 어떻게 해야지 하고 생각하다가도, 현실을 마주하게 되면 즉시 고개를 숙여야 했지요. 희망이 없다는 사실이 얼마나 지옥인지 감옥에서 배웠습니다.


3. 나의 의견과 주장을 말할 수 없었습니다. 무슨 말만 하려고 하면 입을 다물라 했습니다. 교도소 방침에 따라, 규정에 따라, 법에 따라, 재소자는 자기 의사를 표현하기 힘든 부분이 많았습니다. 나의 이야기를 써내지 못한다는 것이 얼마나 불행인지 감옥에서 배웠습니다.


4.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없었습니다. 접견할 수 있는 횟수도 제한되었고,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대화할 수 있는 시간도 한정되어 있었습니다. 누군가를 만나지 못하고 대화를 나누지 못한다는 사실이 얼마나 답답하고 괴로운 일인지 감옥에서 배웠습니다.


5. 하고 싶은 일을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뭔가 배우고 싶어도 방법이 없었고, 궁금한 게 있어도 물어 볼 사람 없었고, 공부하고 싶어도 방법이 제한되어 있었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세상이 얼마나 축복인지 감옥에서 배웠습니다.


지금 저는 꿈 같은 하루하루를 누리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루에 꼭 한 번은 그때를 떠올립니다. 절대로 잊지 않을 겁니다. 그 참혹했던 시절을 생생하게 떠올리는 것이 지금의 행복을 놓치지 않는 힘이 되기 때문입니다.


지옥 같던 수감 생활을 마치고 세상에 나왔을 때, 두 번 다시 내 인생을 함부로 살지 않겠다 다짐했습니다. 그런데요. 막상 세상에 나와 보니까, 바깥에서도 그 안에서와 비슷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첫째, 스스로를 통제하며 살아갑니다. 무슨 일이든 자유롭게 할 수 있는데도, 다른 사람 눈치를 보면서 주저하고 망설이고 미루고 있는 것이지요. 강의하면서 그들에게 "해도 된다"고 강조하지만, 여간해서는 움직이질 않았습니다.


둘째, 꿈과 목표 얼마든지 근사하고 멋있게 세워도 되는데, 다들 무엇이 두려운지 자신의 삶을 간장종지에 담아 키우는 듯했습니다. 희망 없는 감옥을 스스로 만들어 그 안에 갇힌 채 살아가는 셈이지요.


셋째, 자신의 의견과 주장을 마음껏 펼치는 사람도 드물었습니다. 아니, 자신의 의견과 주장이 무엇인지조차 모른 채 살아가는 사람이 더 많은 것 같았습니다.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고 물어 보면 대부분 공자님 말씀만 되풀이합니다. 누가 입을 틀어막는 것도 아닌데, 자기 주장이 없거나 당당히 말하지 못하는 것은 감옥이나 다를 바 없다는 얘기지요.


넷째, 먹고 살기 바쁘다는 이유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지 못하는 이들도 많았습니다. 감옥에 갇혀서 못 만나는 것이나 시간 없어서 못 만나는 것이나 아무런 차이가 없지요.


다섯째, 하고 싶은 일이 있다고 하면서도 이런 저런 이유로 할 수 없다는 말만 계속 합니다. 하고 싶으면 그냥 하면 되지요. 세상은 감옥이 아닙니다. 하고 싶은 일을 못 하도록 가로막는 것은 오직 자신뿐이란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하고 싶은 일을 그냥 해도 아무런 '큰일'이 생기지 않습니다.


실제로 감옥에 가면 처참합니다. 눈물이 며칠 동안 마르지 않고 흘러내립니다. 가슴은 찢어지고요. 살아오면서 겪은 모든 일들이 머릿속을 스쳐가고, 온갖 후회가 겹쳐 숨을 쉬기가 힘듭니다. 하루 세 끼 밥 먹을 때마다 집 생각이 나고, 아들 얼굴이 기억나지 않아 벽에다 머리를 처박습니다. 옆 사람과 스치기만 해도 시비가 붙고, 휘파람 불었다간 종일 욕을 들어처먹고, 온몸에 문신 그려놓은 인간들 때문에 눈치 보는 게 습관이 되어버립니다.


그런 곳에 가야 한다고 한 번만 상상해 보세요. 끔찍하지 않겠습니까? 저는 지금도 자다가 벌떡 일어납니다. 온몸에 식은땀을 줄줄 흘리면서 말입니다. 지워지지 않는 트라우마를 평생 안고 살아야 할지도 모릅니다.


이 멀쩡한 세상에서, 이 자유로운 시절에,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곳에서, 대체 왜 스스로 감옥을 만들어 살아가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기어이 저처럼 모든 것을 잃고 나서야 지금이 지상 낙원이란 사실을 떠올리겠습니까. 이제 그만 자신이 지은 감옥을 때려부수고 세상 밖으로 나오길 바랍니다.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무엇이든 자유롭게 해 봐야 합니다. 그래야 후회가 없습니다. 꿈과 목표도 한계 없이 한 번 세워 보고요. 자신의 이야기를 마음껏 펼쳐 글도 쓰고 강연도 해 보면 좋겠습니다. 주변에 좋은 사람들 많이 만나고, 무슨 일이든 신나게 도전해서 성취하길 응원합니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그렇게 해도 되는 곳입니다. 감옥도 아닌데 쫄보처럼 살 이유가 뭐가 있겠습니까.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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