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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Aug 04. 2023

화를 냈다, 후회를 했다

오늘도 폭발할 겁니까


날씨가 더운 탓인지 화를 내는 사람이 많아진 것 같습니다. 오늘 외출했다가 돌아오는 길에 화를 내며 다투는 광경을 두 번이나 보았습니다. 어제도 그랬고요. 저만 해도 최근 들어 거의 매일 화를 내고 있습니다. 단순히 날씨 탓만은 아닐 테지요. 화를 내는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요?


어학사전을 살펴 보니, '화'란 몹시 못마땅하거나 언짢아서 나는 성, 분노, 짜증이라고 정의되어 있습니다. 어떤 상황이 못마땅하거나, 누군가의 말이나 행동 때문에 불편한 감정을 일으키게 되는 것이지요.


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화'가 외부의 어떤 요인에서 비롯된다고 착각한 채 살아갑니다. 과연 그럴까요? 화를 내는 이유가 밖에서 일어나는 어떤 자극 때문일까요?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화를 내는 이유가 외부에 있다면, 우리는 죽는 날까지 이 감정을 다스리거나 이해할 방법이 없다는 뜻이 됩니다. 평온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사람도 많지 않습니까? '화'의 원인을 다른 방향에서 짚어 봅니다.


'화'라는 것이 물리적으로 외부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거라면, 똑같은 사건에 대해 모든 사람이 똑같은 반응을 일으켜야 마땅합니다. 그래야 의학적으로든 과학적으로든 증명이 되는 것이죠.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같은 사건이 발생해도 사람마다 반응이 제각각입니다.


갑자기 폭우가 쏟아져서 계획했던 모든 일이 무산되었다고 가정해 봅시다. 불 같이 화를 내는 사람도 있고, 아주 조금 짜증을 내는 사람도 있고, 그저 실실 웃는 사람도 있고, 아무 반응 보이지 않는 사람도 있습니다. 폭우가 쏟아졌다는 외부 사실은 똑같은데, 사람마다 반응이 다르다는 얘기입니다.


'화'는 외부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마음에 불꽃이 점화되는 정도에 따른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속에 화가 많은 사람은 사소한 문제만 발생해도 분노를 일으키고요. 늘 평온하고 안정적인 사람은 아무리 큰일이 생겨도 화를 내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한 가지 더 짚어 볼 수 있습니다. 한 사람이 시차를 두고 비슷한 사건을 겪을 때, 당시의 심리 상태에 따라 다른 반응을 일으킨다는 사실에도 주목해야 합니다. '화'라는 것이 외부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거라면, 폭우가 쏟아졌을 때 화 내는 사람은 폭우가 쏟아질 때마다 화를 내야 마땅합니다.


실제로는 어떻습니까? 작년에는 폭우가 쏟아질 때 화를 냈던 사람이 올해는 폭우가 쏟아져도 별 반응이 없습니다. 오히려 즐기기도 합니다. 작년에는 사업 실패해서 마음이 불안정하고 답답했지만, 올해는 사업이 잘 풀려서 휘파람이 절로 나오는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화'는 외부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의 상태에 따라 일어나는 감정입니다. 내 마음이 불편하고 불안하고 뭔가 못마땅하면, 작은 사건만 생겨도 울그락불그락 화를 내게 마련이고요. 내 마음이 지극히 평온하고 행복한 순간에는 별 일 다 생겨도 마냥 기분 좋을 따름입니다.


사람마다 반응이 다르고, 내 마음 상태에 따라 감정이 다르다는 사실. 이것은 '화'가 밖에 있는 게 아니라 내 안에 있다는 증거입니다. 오렌지를 쥐어짰을 때 오렌지즙이 흘러나오는 것은, '쥐어짜는' 외부 힘 때문이 아니라 '오렌지 안에 오렌지즙이 있기 때문'입니다. 내 안에 화가 있으니까, 외부 어떤 자극으로 인해 그 화가 폭발하는 셈이지요.


'화'가 가지는 두 가지 특성이 있습니다. 첫째는, 어떤 이유에서든 화를 내고 나면, 시간이 흐른 뒤에 대부분 후회를 한다는 사실입니다. 화 내는 그 순간에는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고 말하지만, 조금만 지나면 내가 왜 참지 못했을까 하고 후회하는 것이죠.


'화'가 지니는 두 번째 특성은, 화를 내는 사람 대부분이 자신의 화를 정당화 또는 합리화 한다는 사실입니다. 당연히 화 낼 일이었다, 그러게 왜 화 나게 만드느냐, 이런 일에 화를 내지 않을 수 있는가, 나를 화 나게 만들지 마라...... 이런 말들 많이 들어 봤지요? 모두가 자신이 화를 낼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하는 표현입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화를 내지 않을 수도 있었다는 사실에 공감할 겁니다. 이 모든 것이 내 안에 있는 성질과 성향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는 말입니다.


저는 화가 많은 사람입니다. 감옥에 수감 되어 있을 때도 화가 많았고, 막노동 현장에서도 화를 많이 냈으며, 집에서 가족한테도 자주 소리를 지르고 분풀이를 하고 성질을 피워댔습니다. 돌이켜보면, 당시의 제 마음이 늘 불편하고 불안하고 초조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사업 실패하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했던 순간들. 온 가족이 나만 쳐다 보며 먹고 살 길을 기대하고 있는데, 도무지 아무런 방법 찾을 수가 없었으니 얼마나 참담했겠습니까. 그런 내면의 심리가 외부 자극을 받아 아주 쉽게 불꽃이 점화되었던 겁니다.


요즘도 화가 전혀 없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과거에 비하면 많이 줄었습니다. 과거에 저를 만났던 사람들은 지금의 제 모습을 보면서 달라졌다는 소리 많이 합니다. 무엇보다 제 마음이 평온해졌기 때문입니다. 10년 넘게 매일 글 쓰고 책 읽으면서 제 안에 존재하던 분하고 원통한 마음이 대부분 사라진 덕분입니다.


후회와 상처만 남기는 '화'를 어떻게 해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을까요? 인생에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 '화'를 현명하고 지혜롭게 다룰 수 있다면, 중요한 순간에 일을 그르치는 경우도 막을 수 있고, 무엇보다 나 자신 평정심을 유지할 수가 있겠지요.


첫째, 자신이 화를 낸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자꾸 정당화 합리화 하지 말고, 내가 이럴 때 화가 많이 나는구나 알아차릴 수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무슨 일이든 원인과 결과를 제대로 알아야 바꾸고 해결할 수 있는 법이지요. 자신이 어떠한 때에 화를 내는 존재인지 주의 깊게 살피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둘째, 화를 내고 짜증을 부리는 이유가 내 안에 화와 짜증이 있기 때문이란 사실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대부분 사람은 "~ 때문에 화가 났다"고 표현합니다. 화가 난 이유를 밖으로 타인으로 사건으로 돌려 탓합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어떤 사건이나 사람 때문에 화가 나는 것 같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인 원인은 내 안에 화가 잔뜩 고여 있기 때문입니다. 이 사실을 받아들여야 스스로 바꿀 수 있습니다.


셋째, 화를 내더라도 금방 마음을 추스릴 수 있어야 합니다. 특히, 한국사람의 경우 불 같이 화를 냈다가 금방 웃으려 하면 어색하고 민망하고 무안해서 잘 실천하지 않는 경우 많은데요. 그럴 필요 없습니다. 제가 해 보니까요. 마음을 빨리 진정시키고 풀기 위해서는 빠른 감정 전환을 시도하는 것도 크게 도움 됩니다. 비록 어떤 이유로 화를 냈지만, 자신이 화를 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후에는 가급적 빨리 웃고 마음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인간의 감정은 본능이기도 하고, 또 모든 감정은 필요에 의해 생겨난 거라 하지요. '화'를 내는 것도 생존에 필요했기 때문에 생겨난 인간의 반응 중 하나인 겁니다. 무조건 나쁘다고만 볼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쪽으로 풀어낼 필요가 있겠지요.


자꾸 후회를 하고 자신과 타인에게 상처만 준다면, 화 내는 습관은 당장 고치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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