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탑처럼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일정 시간 누적이 되면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 나는 매일 일기를 쓴다. 그냥 '일기를 쓴다'고만 하면 별 것 아닌 것처럼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439일째 하루도 빠짐없이 일기를 쓰고 있다'고 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이것이 바로 누적의 힘이다. 사람들은 '일기'라는 것이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회의적이다. 나는 강의를 할 때마다 일기를 언급한다. 그리고 그 동안 쓴 나의 일기장을 수강생들에게 펼쳐 보여준다. 일일이 세어 보지는 않았지만, 내 강의를 계기로 매일 일기를 쓰는 사람이 꽤 많아졌음은 부정할 수 없다.
네이버 창에 '이은대'를 검색하면 내 블로그가 뜬다. "약 1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이은대 자이언트 북 컨설팅(ydwriting)의 블로그, 약 4.8천 건의 게시물이 있습니다." 하루 평균 방문자 수가 불과 200명 남짓이다. 파워블로거? 애당초 관심조차 없었다. 어떤 글을 써야 한다는 틀에 갇히는 게 싫었고, 상위 노출을 위한 키워드를 고민하는 것도 귀찮았다. 다만, 내 글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매일 블로그에 들러 기운 받고 가는 것이 기쁘고 행복했다.
2016년 1월 4일부터 지금까지, 나는 하루도 빠짐없이 포스팅을 발행했다. 책 한 권 출간하려면 약 40편 정도의 글을 써야 하는데, 내 블로그에는 4만 8천 편의 글이 있다. 책 쓰는 게 두렵지 않다. 부담스럽지도 않고 스트레스 받지도 않는다. 쓸 만한 글감 떠오르지 않을 때면 일기장이나 블로그를 살핀다. 누적의 힘이다.
배가 툭 튀어 나와 볼품없었다. 외모가 뭐 그리 중요하냐며 신경 쓰지 않았다. 강의할 때마다 사람들이 배만 쳐다봤다. 집어넣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등산을 시작했고 헬스클럽에 등록했다. 빡세게(?) 운동한 날 없었다. 그저 매일 산에 오르고, 매일 근력 운동을 했다. 조금이라도 무리하면 다음 날 가기가 싫다. 그래서 내 체력에 맞게 하되 하루도 빠지지 말자고 다짐했다. '왕'자가 새겨질 정도는 아니지만, 예전에 비하면 그래도 봐줄 만하다.
지금까지 여섯 권 출간했다. 오늘까지 480호 작가를 배출했다. 조급한 마음으로 서두르거나 욕심 부렸다면 결코 이룰 수 없는 성과이다. 강의 시간에 대놓고 말한다. 쫓기는 마음으로 쓰지 말고 마음이 열릴 때 쓰라고. 다만, 일단 시작했다면 매일 조금씩이라도 좋으니 절대 멈추지 말라고.
책 내고 싶다, 성공하고 싶다, 돈 벌고 싶다, 강의하고 싶다...... 많은 이들이 나를 찾아와 조언을 구한다. 돕고 싶다. 진심이다. 그들을 돕는 것이 곧 내 자신을 돕는 일이란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나의 경험과 지식을 몽땅 동원해서 그들의 삶이 나아지고 바라는 걸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급하다. 서두른다. 기다리지 못한다. 터무니없이 빨리 포기한다. 진정한 성공과 탁월함은 수 개월만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쌍커풀 수술도 며칠씩 걸리는데, 인간 통째로 바뀌는 시간이야 오죽하겠는가.
누적의 힘에는 두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반복과 시간이다. 매일 한다. 그냥 한다. 자꾸 확인하지 말고 꾸역꾸역 나아간다. 6개월이 지나고 1년이 지나면 자신의 변화와 성장이 지극히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 그 때부터는 신념과 확신이 생기고, 누가 말려도 절대 멈추지 않는다.
엄마는 아이를 열 달 동안 품는다. 가장 기본적인 인생 원칙이자 진리이다. 시간이 필요하다. 그 시간에 내 모든 걸 투자해야 한다. 결코 배신하지 않는 오직 하나의 절대 요소다.
마음이 급한 건 충분히 이해한다. 나도 그랬다. 사업하다가 쫄딱 망했을 때, '빨리 돈 버는 법'을 얼마나 많이 검색했는지 셀 수조차 없었다. 로또 복권은 또 얼마나 샀던지. 허망한 시간들이었다. 신이 내게 딱 한 번 시간을 돌릴 기회를 준다면, 그 시절의 내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은대야. 괜찮으니까, 숨 크게 쉬어라.
당장 내일 일어날 일에 대해서는 과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고, 10년 20년 뒤에 일어날 일에 대해서는 아무 생각 없는 사람 많다. 내 인생에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누구도 짐작하지 못한다. 시간이 있다. 그러니 지금 처한 상황이나 환경에 연연하여 조급하게 굴지 말고, 인생 멀리 보고 한 걸음씩 '누적시키는' 습관을 들이길 진심으로 권한다.
하루아침에 책 쓸 수 없다. 단어 하나, 문장 하나, 글 한 편, 차곡차곡 쌓이고 쌓이면 책이 된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해야 할 일을 한다. 오늘도 내일도. 나와 당신의 삶이, 우리의 인생이, 거대한 탑처럼 쌓여간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