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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Aug 13. 2023

새로운 도전 앞에서, 시간과 나이

나를 가로막는 핑계와 변명을 넘어


글을 쓰고 싶지만 시간이 없다고 합니다. 작가가 되고 싶지만 나이가 많아 늦었다고 말합니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며 저 자신을 돌아보았습니다. 나는 과연 시간이 많아서 글을 쓴 것일까. 나는 젊은 나이에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일까.


감옥에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시간? 어쩌면 아주 많았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물리적 시간이라는 것은 마음의 여유와도 연결되는 개념이겠지요. 매 순간 고통스럽고, 가족에 대한 죄책감 느끼고, 앞날에 대한 희망 한 점도 없이 감옥이라는 곳에서 전과자라는 오점을 찍은 채 지냈던 저한테 과연 시간이 많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나이도 마찬가지입니다. 마흔 다 되어 시작했습니다. 마흔에 작가가 된 것이 아니라, 마흔에 글을 쓰기 시작한 겁니다. 상대적인 개념이지요. 오십 된 사람이 보면 젊은 나이일 테고, 서른에서 보면 많은 나이 아니겠습니까. 제가 글을 쓰고 작가가 되는 데에는 나이도 아무런 상관이 없었습니다.


정신 없이 바쁘고 나이가 많다는 사실이 글을 쓰지 못하는 이유가 되려면, 바쁘고 나이 많은 사람들은 모두 글을 쓰지 못해야 마땅합니다. 그러나 실제로 바쁘고 나이 많은 이들이 글을 쓰고 책을 출간한 사례는 차고 넘칩니다. 당장 [자이언트 북 컨설팅] 회원만 보더라도, 누구보다 바쁘게 지내면서도 글을 쓰고 70세가 넘었음에도 책을 출간한 사람 많습니다.


비율로 따지자면, 오히려 시간이 많고 여유로운 사람들보다 하루를 촘촘하게 살아가는 이들이 더 열심히 글을 썼다고 볼 수 있습니다. 나이도 그렇습니다. 2030 세대보다는 4050 세대 출간율이 높고, 6070 세대도 모수에 비해서는 글 쓰고 책 내는 사람 상대적으로 많다고 봐야 합니다.


팩트는 빨리 인정할수록 자신에게 유리합니다. 혼자만 아니라고 우겨 봐야 아무 소용 없지요. 본인만 손해입니다.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배울 건 배우고, 인정할 건 인정해야 자기 성장과 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이지요.


A라는 사람이 "시간이 없다!"라고 하면, 그걸로 끝입니다. 글쓰기를 포기하고 책도 내지 못합니다. 시간이 없다는데 뭘 어떻게 하겠습니까. 저는 주제와 제목과 목차 등 기획에 도움을 줄 수 있고, 집필간 멘탈 유지하는 데도 조언해 줄 수 있으며, 어떻게 써야 하는가 다양한 노하우를 전수해줄 수도 있습니다. 글 쓰고 책 출간하는 모든 과정에 대해 누구보다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안내드릴 수 있습니다. 허나, 시간 만큼은 제가 어찌해줄 수가 없습니다.


하루는 24시간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제가 무슨 시간 초월자도 아니고, 본인이 시간이 없다는데 달리 무슨 방법이 있겠습니까. 다른 건 몰라도, 쓸 시간이 없다고 하는 사람에게는 아무런 도움도 줄 수가 없습니다. 다른 일 때려치우고 글만 쓰라고 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문제는, 정말로 시간이 없는가 하는 것뿐이죠. 글 쓰고 책 내는 사람들은 시간이 넉넉해서 가능한가도 짚어 보아야 합니다. 물리적으로 바쁜 것인지 아니면 스스로 바쁘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인지 분명하게 구분해야 합니다. 이것은 다른 누군가가 대신해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반드시 스스로 숙고하고 판단하고 결정할 문제입니다.


나이도 마찬가지입니다. 뭔가 새로운 도전을 하지 못하는 이유가 나이 때문이라면, 65세 이상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성취와 성장을 이루고 있는가를 직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나이는 세월 간다고 먹는 게 아닙니다. 도전과 성장을 멈추는 순간부터 노화가 시작되는 것이죠.


대학생들 대상으로 글쓰기 강의를 한 적 있습니다. 집중하고 경청하더니 다들 각자의 이야기를 책으로 쓰겠다 다짐을 하더군요. 그러더니, 강의가 끝나자마자 술 마시러 갑니다. 오늘 무슨 날이냐고 물으니까,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 날이라 기념하기 위해 술을 마신다고 합니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확신했지요. 저 사람들 중에 작가 나오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


나이가 젊다는 사실이 새로운 도전에 약간의 이점이 있다는 사실은 부인하지 않겠습니다. 일단 체력이 되고, 패기도 있고, 눈도 손도 밝고 재빠를 테니까요. 하지만 글쓰기/책쓰기가 그런 단순한 힘과 빠릿함으로만 이루어지는 행위는 아닙니다. 인생 경험과 연륜과 사색과 철학과 가치관이 모두 함께 어우러져야 가능한 일이죠. 살아온 시간이 지긋한 분들이 오히려 더 잘 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쁘게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자기 변명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패기 넘치는 젊은이들이라고 해서 모두 술만 퍼마시는 것도 아닙니다. 나이 많은 노인이라 해서 무조건 뒤로 물러나는 것도 아닙니다. 일부에 국한된 얘기라고 믿습니다. 그래서 저는 더욱, 누구나 글 쓰고 책 낼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지요.


"하기 싫다!"고 당당히 말하는 게 차라리 더 멋있습니다. 무엇 때문에 못한다, 무엇 때문에 힘들다, 무엇 때문에 어렵다, 무엇 때문에, 누구 때문에...... 이런 탓과 핑계와 변명은 자신을 초라하게 만드는 투정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글을 쓰고 싶지만 시간이 없다는 말은, 시간만 있으면 글을 쓰겠다는 뜻이지요. 지난 일주일만 돌아봐도 답 나옵니다. 시간이 조금이라도 있었을 때 무엇을 했는가 한 번 적어 보세요. 결국, 글을 쓰지 못하는 이유가 시간이 아니라는 사실이 증명되는 셈입니다.


나이 때문에 글을 쓰지 못한다는 말은, 앞으로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는 겁니다. 10년? 20년? 나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될 줄 알고 그런 포기와 좌절을 벌써부터 하는 것인가요. 힘 내야 합니다. 노인이 강해야 세상 균형이 맞춰집니다. 지금 시작해도 전혀 늦지 않습니다. 아버지는 82세입니다. 네이버 풍수지리 카페지기, 캘리그라퍼, 작가, 등반가, 퇴직경찰 모임 운영진 등 수없이 많은 활동을 젊은 시절보다 더 열심히 하고 계십니다. 뜨거운 열정으로 하루하루 살아가는 아버지 모습을 보면, 잠시 눕고 싶은 생각이 확 사라집니다. 정신이 번쩍 듭니다.


새로운 도전 앞에서, 시간과 나이는 아무런 제약이 될 수 없습니다. 스스로 자기 삶에 둘러치는 울타리일 뿐입니다. 자신을 가로막았던 핑계와 변명이라는 담을 넘어 가능성과 잠재력을 보여주어야 할 때입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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