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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Aug 15. 2023

할수록 강해진다, "걱정"

다른 생각과 다른 행동


"아버지와 어머니 모시고 꼭 한 번 놀러 오거라."

"영덕 앞바다 한 번 보고 싶네."

꼭 한 번 오라는 작은 어머니의 당부와 영덕 앞바다 보고 싶다는 어머니의 말씀을 흘려들을 수 없었습니다. 오래 전 저는, 누가 무슨 말을 하기만 하면 "나중에"라고 버릇처럼 답했습니다. 세월 지나 폭삭 망했을 때 가장 후회하는 점 중 하나였지요. 그 후로는 여간해선 "나중에"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8월 14일과 15일로 날짜를 잡았는데, 마침 14일 월요일은 공저 출간계약을 하는 날이었습니다. 자이언트 중요한 행사와 부모님 일정. 이런 경우에는 두 번 생각하면 골치 아픕니다. 자이언트 일정을 먼저 진행하고, 늦게라도 영덕으로 출발하기로!


아무 문제 없었습니다. 자이언트 공저 출간계약도 성황리에 잘 마쳤고, 어젯밤 9시 두 분 모시고 밤길 달려 영덕으로 향했지요. 어느 쪽도 불편함 없이 둘 다 추진했습니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아무 일도 아닌 거지요.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면 됩니다. 머리로만 생각하고 걱정하고 고민하면 답은 내지도 못하고 걱정만 더 하게 됩니다.


더위가 살짝 물러나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은 피서철입니다. 당연히 바다에 뛰어들 거라고 작정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 바람이 심상치 않습니다. 파도가 점점 높아져 방파제를 훌쩍 넘기도 합니다. 해변을 관리하는 사람들이 태풍 이야기를 합니다. 바람과 파도가 점점 더 거세지고 있어서 바다에 들어가는 건 불가능할 거라고 말이죠.


아들과 조카들 입이 뾰루퉁합니다. 자연재해를 나 보고 어떡하라고. 고민하던 중에 결정했지요. 펜션 주인한테 앞마당 풀에다 물 채워달라 했습니다. 금새 수영장이 만들어졌고, 아들과 조카들은 신이 나서 풍덩했습니다. 순식간에 펜션이 아이들 지르는 소리로 가득 찼습니다.


바다에 들어가고 싶다, 태풍이 몰려온다, 그래서 못 들어간다...... 뻔한 얘기입니다. 달리 방법도 없고요. 이런 상황에 대해 두 번 생각하는 것도 쓸데없는 고민이며 걱정입니다. 안 되는 건 안 되는 겁니다. 내 손으로 어쩔 수 없는 일이죠. 이럴 땐, 빨리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걱정은 아무런 답을 구하지 못합니다. 점점 더 걱정 속으로만 빠질 뿐이지요.


갑자기 머리가 뽀개질 듯 아팠습니다. 모처럼 부모님과 아들 함께 영덕에까지 놀러왔는데, 자칫하면 분위기 다 망치게 생겼습니다. 후포리, 영덕 앞바다 인근에 병원이나 약국 찾아 보기가 힘들었습니다. 기껏해야 해변가에 보건소 하나 있는데, 마침 오늘 휴일이라 문을 닫았네요.


끙 하고 인상을 쓰고 있는 저를 보며 사촌 동생이 묻습니다. "형, 왜 그래요? 어디 아파요?" 조용히 불러 티 내지 말라고 이른 뒤에 머리가 아파 죽겠다 했지요. 병원도 없고 약국도 없으니 답답한 노릇이었습니다. 동생이 말합니다. "편의점에 한 번 가 봐."


당장 차를 몰고 도로를 따라 이동하면서 편의점을 찾았습니다. 마침 해변가에 편의점 몇 개가 나란히 있습니다. 타이레놀을 팔더군요. 판콜에이와 타이레놀 사서 두 알 삼켰습니다. 20분쯤 지나니까 쿡쿡 쑤시던 머리가 서서히 맑아집니다. 살다 보면 뭔가 꼭 필요할 때 없는 경우 많습니다. 없는 걸 없다고 투덜대 봐야 아무 소용 없습니다. 편의점을 떠올렸다는 건 '다른' 쪽으로 생각했다는 증거지요. 없는 걸 가지고 걱정해 봐야 생기는 것도 아니고, 그럴 땐 걱정보다는 다른 방법을 찾는 게 지혜롭고 현명한 방법입니다.


우리가 하는 걱정 중에서 80퍼센트는 쓸데없는 걱정이라 합니다. 그 외 17퍼센트도 별 의미가 없다고 하고요. 결국 남은 것은 3퍼센트인데, 그마저도 "꼭 필요한 걱정"은 아닐 테지요. 살면서 걱정 참 징하게 하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했던 그 많은 걱정 중에 참 잘했다 싶은 걱정은 단 한 가지도 없습니다. 싹 다 시간 낭비였고 아무런 가치도 없는 걱정들이었습니다.


게다가, 걱정을 하면 할수록 점점 더 큰 걱정이 되었습니다. 할수록 강해지는 특성을 가진 것이 바로 걱정입니다. 제게 소중한 사람들에게 꼭 한 마디만 전하라고 한다면, "걱정하지 마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저도 이제 인생 절반 살았습니다. 인생에 대해 말할 자격 있을 만큼 살았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더 공부하고 배울 게 많겠지만, 그래도 "걱정"이 쓰잘데기 없다는 사실만큼은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혹시 지금 뭔가에 대해 걱정하는 중이라면, 당장 걷어치우길 바랍니다. 그런 후에, '다른' 생각을 하고 '다른' 무언가를 하면서 '다른' 접근 방식을 택하기 바랍니다.


동해바다 좋습니다. 속이 확 뚫립니다.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니, 바다는 걱정을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잠시도 가만 있지 않고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으니 말입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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