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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Aug 16. 2023

이기적인 글쓰기, 독자

준다는 마음으로


사람은 누구나 이기적입니다. 그런데, 많은 이들이 다른 사람을 향해 이기적이라 하면서 정작 자신은 이기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기적이란 말은,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한다는 뜻입니다. 자신의 이익을 더 많이 챙기려는 마음이고, 준 만큼 혹은 그 이상을 꼭 받아야만 한다고 믿는 심리입니다.


작가와 독자가 있습니다. 둘 다 이기적입니다. 작가는 자신이 쓰고 싶은 걸 쓰려 하고, 독자는 자신이 읽고 싶은 것만 읽으려 합니다. 바로 이 부분에서 작가의 고민이 해결되지요. 자신이 쓸 수 있는 것 중에서 "독자가 읽고 싶어 하는 내용"만 골라내면 됩니다. 나의 이기심을 조금만 내려놓으면 된다는 뜻입니다.


이기적인 마음은 주로 나쁜 뜻으로 해석되곤 하는데요. 저는 이 마음을 좋다 나쁘다 평가할 의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모든 사람이 다 갖고 있는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부처님이나 예수님 빼고는 다들 자기 이익을 우선으로 생각하게 마련이지요. 나, 내 가족, 내 친구, 내 물건, 내 돈, 내 상황, 내 인생....... 내 것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마음을 잘못되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문제는, "모두가 똑같다"는 생각을 놓치는 데 있습니다.


마트에 갔는데, 크고 맛있는 수박이 50% 세일중입니다. 마침 열 개밖에 남지 않았네요. 그걸 본 순간 당장 사야겠다 탐이 납니다. 매장에 있던 수많은 사람들이 일제히 수박쪽으로 달려갑니다. 다들 어떤 마음일까요? 내가 사서, 내 가족과 함께 맛있게 먹어야겠다는 생각이겠죠.


열 개밖에 없습니다. 가져가는 사람 열 명, 나머지는 못 가져갑니다. 기분 나빠 하고 속상해 할 일이 아니라는 거지요. 모든 사람의 마음은 똑같기 때문에, 수박을 가져가는 사람도 당연히 나와 같은 심정이란 사실을 인정하고 이해해야 합니다.


가지고 싶다는 마음도 알고, 전력질주를 해서 수박을 가지려 노력했다는 사실을 인정합니다. 하지만, 나와 똑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마트 내에 수없이 많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나면, 수박을 갖지 못했다는 사실이 그리 원통하지는 않을 겁니다. 기어이 다른 사람 흉을 보고 마트에 항의하고, 이러니까 이기적인 마음을 나쁘게 보는 습성이 생기는 것이죠.


글을 쓰기 시작한 사람 중에는 중도에 포기하는 이도 적지 않은데요. 그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첫째, 지겹고 지루하기 때문입니다. 둘째, 잘 못 쓰니까 재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셋째, 당장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넷째, 다른 사람들로부터 좋은 말 못 들으니까 그렇습니다. 다섯째,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 만큼의 결실을 맺지 못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글쓰기를 중도 포기하는 다섯 가지 이유는 모두 이기심에서 비롯되는 겁니다. 나는 열 개를 줬는데, 왜 너는 두 개밖에 주지 않느냐. 세상을 향해 실망과 분노를 일으키는 것이지요.


친구한테 사탕을 하나 주었습니다. 그 친구도 나에게 사탕을 반드시 하나 주어야만 하는 걸까요? 친구는 사탕을 줄 수도 있고, 안 줄 수도 있습니다. 열 개를 돌려줄 수도 있고, 하나 더 달라고 나에게 손을 내밀 수도 있습니다. 좋은 마음으로 사탕을 하나 건넨 것은 나의 마음이고 나의 생각입니다. 그 후에 일어나는 친구의 반응은 모조리 친구 마음이고 친구 생각입니다. 마땅히 이러해야 한다는 기준은 없습니다. 그건 모두 자기 생각일 뿐이지요.


좋은 마음으로 주었다면, 그것으로 딱 끝낼 수 있어야 합니다. 내가 주는 것마다 전부 돌려받을 생각으로 산다면, 아마 며칠 못 가서 심정 터져 죽고 말 겁니다. 불행도 그런 불행이 없겠지요. 사는 게 지옥 같을 겁니다. 주는 것 이상으로 돌려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돌려받겠다는 생각으로 사는 것과 편안하게 살다가 돌려받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글 쓰는 사람은 두 가지를 줍니다. 하나는 시간과 노력입니다. 다른 하나는 독자를 위한 마음입니다. 이 두 가지는 돌려받을 때도 있고 그렇지 못한 때도 많습니다. 돌려받겠다 작정하는 순간부터 "괴로운 글쓰기"가 시작되는 것이죠.


책은 생각만큼 팔리지 않고, 독자들 반응도 신통찮고, 친구들도 말만 많지 책을 사주지 않습니다. 오랜 시간 공들여 책을 썼는데, 결과가 신통찮으니 실망하고 좌절하게 됩니다. 실망과 좌절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많은데요. 다시 말하지만, 돌려받겠다는 생각만 내려놓을 수 있다면 얼마든지 다시 집필할 수 있습니다.


세상과 독자가 어떤 반응을 보이든, 나는 또 글을 쓰는 거지요. 사탕 하나를 주었는데 별 반응이 없으니, 두 개도 주고 세 개도 주는 겁니다. 그러다 어떤 폭발적인 반응이 있으면 다행인 것이고, 여전히 별 반응 없다면 또 쓰면 됩니다. 작가는 "글 쓰는 삶"을 선택한 존재이지 "보상 받는 삶"을 선택한 존재가 아닙니다.


[자이언트 북 컨설팅]이라는 일인기업 운영중입니다. "돌려받겠다"는 생각으로 일했다면, 아마 진즉에 그만두었을 겁니다. 창립 초기에는 서운한 감정 때문에 우울했고, 거의 발작을 일으킬 수준에까지 갔던 적도 있습니다. 내가 이토록 열심히 준비하고 혼신을 다해 강의하는데, 그래서 결실을 맺도록 도와주었는데, 어떻게 저리도 뻔뻔스럽게 등을 돌릴 수 있을까. 씩씩거리며 울분을 토했지요.


8년쯤 해 보니까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세상은,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과 결실 외에는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게 나쁘다는 게 아니라, 제가 그런 진실을 몰랐다는 게 문제라는 말입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오직 나눈다는 생각으로 글도 쓰고 강의합니다만, 그 속에는 당연히 나와 내 인생에 도움 되는 의미와 가치 찾겠다는 이기심이 스며 있는 것이죠. 봉사하고 헌신한다는 사람 많이 만나 봤는데요. 결국은 그들도 자기 이익과 자기 편의와 자기 실속과 자기 시간과 자기 에너지 먼저 챙기더라고요. 씁쓸했지만 그게 현실이고 그런 곳이 세상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글 쓰는 사람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자신이 쓰는 만큼 마땅한 보상을 계산적으로 돌려 받기를 원한다면, 다른 길을 찾는 게 현명합니다. 대신, 기꺼이 주고 나누겠다는 마음으로 쓰겠다는 사람은 좋은 마음으로 이 길을 가면 됩니다. 옳고 그름이 아니라, 자신의 선택일 뿐입니다.


다만, 어떤 길을 선택하든 일단 선택을 했다면 그 다음부터는 궁시렁거리지 말아야 합니다. 뻔히 다 알고 선택한 길인데 자꾸 투덜거려 봐야 무엇 하겠습니까.사람들에게 실망하고 상처 입고 좌절하는 날 많았지만, 그래도 내가 나눈 흔적이 세상에 남았다는 사실이 저를 계속 나아가게 만드는 동력이 됩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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