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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Aug 18. 2023

실패 이후 나에게 일어난 변화

실패하면 좋겠습니다


실패했습니다.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삶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실패하기 전에도 열심히 살았습니다. 다만, 세상과 인생을 보는 눈이 달랐습니다. 지금의 삶에 만족합니다. 실패 덕분입니다. 그 소중한 경험이 제게 무엇을 주었는가, 몇 가지 정리해 봅니다.


첫째, 한 가지 일에 집중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실패하고 나니까 살아야 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다양한 일, 내가 좋아하는 일, 내가 잘하는 일, 뭐 그런 걸 따질 겨를조차 없었습니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글 쓰는 것밖에 없었고, 그래서 매일 치열하게 적었습니다. 실패는 제 삶에서 쓸데없는 군더더기를 모조리 없애주었습니다. 글 쓰는 사람. 딱 하나만 남겨놓았습니다.


둘째, 욕심과 존재 목적을 분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더 많은 돈을 벌고 싶다는 마음은 욕심입니다. 더 많은 이들에게 글 쓰는 삶을 전하고 싶다는 마음은 존재 목적입니다. 미묘한 차이입니다. 이 차이를 알게 되는 순간부터 삶에 활력이 생깁니다. 욕심은 만족을 모릅니다. 존재 목적은 매 순간 감사를 품게 합니다. 욕심은 숨이 찹니다. 존재 목적은 항상 여유롭습니다.


셋째, 시간, 그리고 일상 모든 것들이 소중하다는 사실을 알게 해주었습니다. 잃고 나니까, 모든 것들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잃어버린 시간은 지금 생각해도 아까워 미칠 지경입니다. 소중한 줄 모르고 살았던 지난 날도 후회되긴 마찬가지고요. 한 순간도 허투루 보낼 수 없습니다. 주어진 모든 것들이 소중합니다.


넷째,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습니다. 푹 빠지지 않습니다. 무조건 멀리하지도 않습니다. 원칙과 신념을 세우고, 그에 맞게 행동합니다. 때로 기계처럼 냉정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그래도 사람과의 일정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행복하게 사는 최선의 비결임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너무 친하면 상처 입습니다. 무조건 싫어해도 그 미움 돌려받습니다. 적정 거리 유지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다섯째, 누가 뭐래도 내 인생이라는 생각을 확고하게 갖게 되었습니다. 아무도 내 인생 대신 책임져주지 않습니다. 감 놔라 배 놔라 주변 사람들 말에 휘둘릴 이유가 전혀 없다는 뜻입니다. 영화나 소설에 나오는 동반자나 조언자는 현실에는 없습니다. 적어도 제 경험으로는 그렇습니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나아가야 합니다.


실패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사실들을 모르고 살았을 테지요. 온갖 일 다 하려고 발버둥치며 바쁘게 살았을 것이고, 끝도 없는 욕심 부리며 힘들게 살았을 겁니다. 시간과 일상 소중한 줄 몰랐을 테고, 사람한테 정주고 사람 미워하면서 상처 투성이로 살았을 것이고, 주변 사람들 말에 휘둘리며 이리저리 중심 못 잡고 살았을 겁니다.


다시 실패하라고 하면 두렵습니다. 불안합니다. 심장이 쿵쾅거립니다. 그럼에도 저는, 선택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기꺼이 실패를 택하려 합니다. 배우고 얻는 게 많습니다. 인생 제대로 알 수 있습니다. 실패 경험 없는 사람과는 대화도 나누고 싶지 않을 정도입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실패만 한다고 해서 다 깨닫는 게 아니라 의식적으로 배울 점을 찾아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좌절하고 절망하면서 시간만 보낼 게 아니라, 이번 실패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 눈 씻고 찾아야만 얻을 수 있습니다. 똑같이 실패해도 다시 일어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사람도 많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지금 실패를 겪고 있는 사람 혹은 실패로 무너진 사람이라면 정신 똑바로 차리고 자기 삶을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왜 실패했는가 원인을 정확히 짚고, 그 실패로부터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 하나하나 따져 보아야 합니다. 지금 실패했다는 사실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후의 삶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 하는 점에 집중하는 것이 마땅한 태도입니다.


아직 이렇다 할 실패를 겪지 않아 다행이라 여기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누구보다 겸손한 마음으로 하루하루 살아야 합니다. 실패하지 않은 것이 과연 다행인 것인가 의문이기도 합니다. 실패하지 않은 사람에게 성공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묻고 싶기도 하고요. 언제 어떤 실패를 경험할지 아무도 알지 못합니다. 그러니, 항상 겸손한 마음으로 실패를 받아들이겠다는 마음을 평소에 훈련해 두면 좋겠습니다.


실패한 사람의 마음이 편안하고 즐거울 리야 있겠습니까. 그러나, 어떤 식으로든 인생에서 겪어야 하는 것이 실패라면 조금이라도 지혜롭고 현명하게 그 과정을 지나는 것이 마땅하겠지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실패는 좋다 나쁘다 구분지을 일이 아니라 배울 수 있는 기회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실패하는 걸 두려워하는 것도 문제지만, 실패가 두려워 망설이고 주저하며 시도하지 못하는 것이 더 문제입니다. 지독한 실패를 겪었을 때, 제 머릿속에 가장 많이 떠오른 것은 실패 자체가 아니었습니다. 그 동안 숱한 일들을 시도하지 못하고 도전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더 큰 후회로 다가왔습니다.


막상 실패해 보니까, 실패도 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실패하기 전에는 실패하면 곧 죽을 것처럼 느껴졌지만, 정작 실패를 하고 난 후에는 다시 살아내야 한다는 집요함과 의지가 더 불타올랐습니다. 과거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나'란 존재의 강인함을 확인하기도 했고요.


저는 하나뿐인 아들에게도 매일 이야기합니다. 기꺼이 실패하라고 말입니다. 무슨 일이든 실패하겠다 작정하고 시작하라고 강조합니다. 무조건 넘어지고 피 흘리고 숨이 콱 막힐 정도로 고생하라고 전합니다. 대신, 반드시 다시 일어서야 한다고. 그런 과정을 두어 번만 거치면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사나이가 될 거라고 말합니다.


이제 더 이상 실패라는 단어 앞에서 주저하지 말기를 바랍니다. 내가 인정하지만 않으면, 배우기만 하면, 다시 일어서기만 하면, 실패는 그저 지나치는 과정일 뿐입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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