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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Aug 18. 2023

글쓰기 제 1원칙, "쉽게 써야 한다"

분명하고 명쾌하게


쉽게 쓰려고 노력했다. 어렵고 힘들었다. 복잡한 것을 풀어 단순하게 만들고, 어려운 내용을 쉽게 풀이하는 것이 공부다. 살면서 내가 겪은 경험과 그를 통해 깨닫게 된 바를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었다. 내 인생 이야기로 독자들이 공부하고, 그래서 그들의 인생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자 했다. 쉽게 쓰는 것이 제 1의 과제였다.


고수와 거장의 글은 쉽게 읽힌다. 무슨 뜻인지 금방 알 수 있다. 언뜻 보면 누구나 쓸 수 있는 내용 같지만, 막상 자신이 쓰려고 들면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른다. 고수와 거장은 복잡하고 어려운 내용을 자기 것으로 소화한 후, 쉽고 명쾌한 글로 다시 풀어낸 것이다.


하수와 초짜는 휘황찬란하다. 요란하다. 온갖 수식어가 덕지덕지 붙어 있다. 읽을 땐 뭐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책을 덮고 나면 멍하다. 빈 껍데기만 읽은 것 같다. 글을 쓴 작가에게 직접 물어 보면 횡설수설이다. 자신이 쓴 글의 내용을 자신조차 모르고 있다는 증거다. 공부하지 않고 그냥 멋만 부리며 수박 겉핥기식으로 쓴 글이다.


글쓰기 수업에서 입이 닳도록 강조하는 내용이 '글쓰기 제 1원칙'이다. 무조건 쉽게 써야 한다. 작가가 아무리 훌륭하고 근사한 내용을 썼다 한들, 독자가 알아듣지 못하면 무슨 소용 있겠는가. 초등학교 3학년 어린 아이가 읽어도 직독직해 가능하도록 명쾌하고 분명하게 써야 한다. 그렇다면, 쉽게 쓰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첫째, 자신이 아는 내용만 써야 한다. 많은 초보 작가들이 '자신이 아는 내용'보다 '세상 좋은 말'을 쓰는 경향이 있다. 자기 이야기를 쓰려니 부담스럽고, 혹시 독자들로부터 손가락질 받으면 어쩌나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이미 세상에 나와 있는, 검증된 내용만 되풀이해서 쓰면 모난 돌 정 맞는 일은 없을 테니 안심하는 거다. 그러나, 누구나 쓸 수 있는 글은 이미 글로써 가치를 잃는다. 나만 쓸 수 있는, 내가 가장 명확하게 알고 있는, 나의 이야기를 써야 한다.


둘째, 평소에 사용하는 어휘로 써야 한다. 글을 글처럼 쓰려고 애쓰는 이들이 많다. "세상은 어지러이 돌아가고 속에서는 뭔가 울컥 하고 치밀어 올랐다." 그럴 듯하게 보이지만 빵점짜리 문장이다. 그냥 "술을 많이 마셔 어지럽고 토할 것 같았다."라고 쓰는 문장이 훨씬 낫다. 직접적으로, 직설적으로, 단도직입적으로, 쉽고, 명쾌하게! 태어나서 한 번도 사용한 적 없는 이상한 단어 쓰지 말고, 그냥 평소에 자주 쓰는 어휘로만 글 써도 충분하다.


셋째, 글을 쓰기 전에 메모하고 낙서해야 한다.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가 무엇인지 분명하게 정리한 후에 집필을 시작하는 것이 옳다.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작가 본인조차 두루뭉술 헷갈리는 상태에서 글을 쓰면, 당연히 산으로 갈 수밖에 없다. 30초면 충분하다. 핵심 메시지 한 줄 적어 놓고 시작하라.


넷째, 자기 생각에만 빠지지 말고 독자를 위한 글을 써야 한다. 초보 작가 중에는 자기 멋에만 빠져 글 쓰는 사람이 적지 않다. 아무도 궁금해 하지 않는 이야기를 마치 대단한 이야기인 것처럼 끝도 없이 풀어낸다. 글이 아니라 수다에 불과하다. 모든 글은 "나의 경험+독자를 위한 메시지" 형식으로 구성되어야 마땅하다. 아무 얻을 것이 없는 글을 독자가 대체 왜 읽어야 한단 말인가. 내 글을 읽는 대상이 명확할 때, 그 대상에게 '전한다'는 마음으로 글을 쓰면 한결 쉽게 풀어낼 수 있다. 내용도 분명해진다.


다섯째, 문장을 짧게 써야 한다. 군더더기를 빼라는 소리다. 쓸데없는 수식어를 모조리 삭제하라는 뜻이다. 접속사, 부사, 형용사 등 "빼도 되는 단어"는 빼는 것이 정답이다. 문장이 간결해야 뜻도 분명해진다. 문장을 짧게 써야 어순도 바르게 정리할 수 있다. 비문 즉, 문법에 어긋나는 문장이 많은 이유도 문장을 길게 쓰는 탓이다. "주어+서술어" 형식으로 간결하게 쓰면 비문이 나올 리 없다.


많은 독자들이 쉬운 글을 읽을 때 별로 생각할거리가 없다며 불평하는데, 이는 잘못된 인식이다. 글을 읽고 생각한다는 건 문장이 아니라 내용 측면이다. 작가가 글을 쉽게 썼다고 해서 생각할거리가 없는 게 아니라, 쉽게 이해했으니 더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문장은 작가가 쓴다. 독자는 그 문장을 토대로 자신의 경험과 철학과 가치관을 정립하고 비교하고 분석하고 따지고 들어 자기만의 문장을 새롭게 쓸 수 있어야 한다.


굳이 어려운 책을 원한다면, 사서삼경 갖다 놓고 읽으면 된다. 어려운 한자성어, 무슨 뜻인지도 모를 철학자들의 난해한 문장들, 만연체의 글...... 세상에 어려운 글도 차고 넘친다. 쉬운 글 읽으면서 투덜거리지 말고, 어려운 책 찾아서 읽으면 그만이다. 아무도 말리지 않는다. 그런 책을 읽고 무엇을 얼마나 얻어갈지는 모르겠지만.


쉽고 명쾌한 책을 읽고, 온전히 이해한 다음, 자기만의 생각과 가치관을 정립하는 과정.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는 중에 생각은 확장되고 정신은 성숙한다. 잊지 마시라. 글쓰기 제 1원칙은 "쉽게 쓰기"다.


한 가지 덧붙이고자 한다. 쉽게 쓰겠다고 작정한다고 해서 쉽게 쓸 수는 없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쉽게 쓰는 것이 가장 어렵고 힘들다. 공부해야 한다는 뜻이다. 내가 명확히 아는 것이 먼저다. 그 다음이 표현력이고, 마지막이 공감력이다. 쓰는 사람 입장에서만 쉽다는 생각을 한다고 해서 독자도 쉽게 이해할 거란 생각은 버려야 한다. 지식의 저주는 글쓰기에도 해당된다.


독하게 공부해서 어려운 걸 풀어내고 복잡한 걸 명쾌하고 단순하게 정리하는 것이 글쓰기다. 보도 섀퍼, 토니 라빈스, 팀 페리스, 할 엘로드, 라이언 홀리데이, 밥 프록터, 말콤 글래드웰, 존 멕스웰 등등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각 분야 대가들의 글이 널리 읽히는 이유는 바로 쉽고 명쾌하게 쓰기 때문이란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공부 많이 해야 한다는 소리에 주눅이 들었을까 싶어서 다른 이야기도 한 마디 얹을까 한다. 안 쓰겠다면 모르겠지만, 일단 무엇이라도 쓰겠다 작정했다면 자신감 갖고 써야 한다. 쓰겠다는 작정을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독자들에게 뭔가 전달할 자격 충분히 갖춘 것이다. 글 쓰는 일은 남 돕는 행위이다. 움츠러들 아무런 이유가 없다.


그래도 이왕에 책을 쓸 거라면 그럴 듯한 문장을 써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아직도 하고 있다면, 지금 당장 가까운 교보문고로 달려가서 "읽고 싶은 책" 한 권 골라 보라. 자신이 고른 그 책이 어려운 책인지 쉬운 책인지 판단해 보면 금방 알 수 있을 거다. 세상에 어려운 책 원하는 독자는 없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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