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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Aug 24. 2023

문제는 항상 나에게 있었다

받아들이는 순간부터 달라진다


돈이 필요했습니다. 돈 버는 방법도 몰랐고, 돈 벌기 위해 열심히 일하지도 않았습니다. 그 시절에 제가 가장 많이 했던 생각은, '어떻게든 이 상황만 해결되면 진짜 열심히 한 번 살아 볼텐데'라는 거였습니다. 교회에도 가고 절에도 가고 성당에도 갔습니다. 기도하고 엎드려 빌고 아주 쌩쇼를 했지요.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세상을 원망했습니다. 사람들을 향해 증오와 분노를 퍼부었지요. 왜 내가 이런 꼴을 당해야 하는가. 억울하고 분해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화를 내고 폭발할수록 상황은 점점 더 엉망이 되었습니다.


모든 것을 잃고 감옥에 가서 멍하니 앉아 있다가 문득 깨달았지요. 지금 나에게 일어난 모든 일에 대해서 책임져야 할 사람은 오직 나뿐이란 사실을 말입니다. 누가 저한테 억지로 사업하라고 부추긴 사람도 없었습니다. 준비도 없이 마구 덤벼 망하라고 재촉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망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을 국가나 사회가 만들어 놓은 것도 아니었습니다. 내가 선택했고 내가 저질렀고 내가 게을렀습니다. 문제는 나에게 있었습니다.


막노동 현장에서 일할 때, 가장 힘들었던 것은 더위와 추위였습니다. 땀으로 범벅이 되고 숨쉬기조차 힘들 때는 입에서 욕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칼바람이 불고 영하의 기온이 계속되면 장갑이 아시바에 쩍쩍 달라붙고 발가락에 통증이 생기고 조금만 움직여도 허리가 삐긋거렸습니다.


그럴 때마다 현장을 통제하는 사람이 미웠고, 같이 일하는 일꾼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으며, 내 신세가 처량하고 불쌍하게 여겨져 쉴 새 없이 짜증이 일어났습니다. 그 와중에도 성실하게 요령껏 일 잘하는 사람 많았습니다. 투덜대는 저를 보면서 다들 한 마디씩 했지요. "그냥 해라 은대씨. 여기 좋아서 일하는 사람이 어데 있노!"


그들은 삶을 받아들인 사람들이었습니다. 저는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내가 누군데!'라는 허영과 자만을 내려놓지 못한 채 살고 있었던 거지요. 날씨가 아니라 내가 문제였습니다. 현장도, 일꾼들도, 일 그 자체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글쓰기가 어렵고 힘든 이유는 무엇일까요? 글 자체가 힘들고 어려운 걸까요? 아니면, 내가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고 많이 써 본 경험이 부족한 탓일까요? 문제는 글에 있지 않습니다. '내'가 문제인 것이지요. 공부하고 연습하고 훈련하고 반복해서 익숙해지면 누구나 일정 수준 이상의 글을 쓸 수가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짧은 시간에 잘 쓸 수 있는 비법을 찾으려는 탓에 실력은 늘지 않고 생각만 많아질 뿐이지요.


10년 넘게 매일 글을 쓰고 있습니다. 단 하루도 쓰지 않고 지나간 날 없습니다. 암 선고 받은 날도 글을 썼고, 아버지와 어머니 병원에 입원해 수술 받을 때도 글을 썼고, 막노동 현장에서 삽질하면서도 글을 썼고, 감옥에 앉아 있을 때도 글을 썼습니다. 그냥 글만 쓴 게 아니라, 책 읽으면서 비교하고 분석하고 공부하며 고치고 다듬는 과정도 함께 했지요. 정말이지 죽을 힘을 다해 공부하면서 글 썼습니다.


강의 시간에 실시간 글쓰기 시연을 합니다. 수강생에게 질문을 던지고 답변을 받으면, 그 자리에서 주제를 정하고 구성을 잡고 한 편의 글을 뚝딱 써내려 갑니다. 능력도 아니고 재주도 아닙니다. 10년이라는 시간입니다. 수강생이 쓴 글을 화면에 띄운 채 라이브 퇴고도 시연합니다. 어느 부분을 어떻게 고쳐야 글이 좀 더 매끄럽고 읽기 쉽게 바뀌는가 해설도 덧붙입니다. 실력도 아니고 재능도 아닙니다. 반복과 훈련입니다.


세상은 문제가 아닙니다. 사회도 문제가 아닙니다. 그런 것들이 문제라면, 잘 사는 사람 한 명도 없어야 마땅합니다. 억울하고 분하고 원통하겠지만, '내'가 문제란 사실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내'가 문제란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만 하면, 그 후로 멋진 인생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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