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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Aug 26. 2023

내가 매달 강의 자료를 전부 새로 만드는 이유

정성, 오직 정성뿐


수강생들을 위하는 마음도 분명 있습니다. 그러나, 저 자신을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어머니가 허리를 다쳐 응급실에 가고, 또 입원해서 수술 받으신 적 있습니다. 그때 병원에서 간호사들을 유심히 지켜 보았는데요. 죽었다 깨어나도 간호사들처럼 일하지는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환자 한 명이 입원하고 퇴원할 때마다 "똑같은 주의사항"을 열 번이고 백 번이고 되풀이하는 거였습니다. 대충 하지도 않습니다. 그냥 넘어가는 법도 없습니다. "고혈압이나 당뇨약 드세요? 다른 약은 드시는 것 없나요? 복용하신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혹시 수술 받은 적은 있나요? 알레르기, 천식 등 지병이 있습니까?"


성격이 급한 탓인지 아니면 천성이 두 번 말하는 걸 싫어해서인지 모르겠지만, 저는 같은 말을 두 번 세 번 반복하는 걸 견디지 못합니다. 제가 말을 되풀이하는 것도 싫어하고 다른 사람이 제게 두 번 말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습니다.


두 시간짜리 강의안을 만들었습니다. 맨 처음에는 이 강의안을 가지고 조금씩 수정/보완 하면서 강의를 했습니다. 그런데, 회가 거듭될수록 저 스스로 열정이 떨어지는 걸 느꼈습니다. 이미 몇 차례 강의했던 내용이라서 "앵무새처럼 반복"한다는 느낌이 든 것이죠.


강의장에는 재수강하는 사람도 있었고 제 강의를 처음 듣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자이언트 북 컨설팅]은 평생 무료 재수강 제도라는 파격적인 운영 체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신규 등록자도 중요하지만, 재수강하는 분들도 챙겨야 합니다. 같은 강의를 두 번 세 번 되풀이하면서 열정 떨어지면 신규와 재수강 모두 놓칠 수밖에 없겠다는 결론에 이른 것이지요.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글쓰기/책쓰기라는 큰 틀과 뿌리는 살려둔 채, 나머지 모든 뒷받침 내용과 사례와 근거와 예시와 이론들은 싹 다 바꾸기로 했지요. 보통 일이 아니었습니다. 정규과정만 한 달에 4회, 총 8시간입니다. 무료특강, 외부특강, 독서법, 스토리텔링, 문장수업 등등. 두 시간 강의에 보통 파워포인트 100매 정도 자료가 소요됩니다. 월 평균 1천 매에 가까운 파워포인트 자료를 매달 새로 만드는 대작업이지요.


"똑같은 강의를 한 번도 하지 않는다!"

이제는 [자이언트 북 컨설팅] 이은대 강의의 시그니처 구호가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제게 묻습니다. 힘들지 않냐고 말이죠. 그런데 저는 조금 다른 대답을 하고 싶습니다. 강의 자료를 매번 전부 새로 만드는 덕분에 매 강의 때마다 뜨거운 열정을 불태울 수 있다고 말이죠.


강의 자료를 전부 새로 만드는 과정을 통해 얻은 것이 또 한 가지 있습니다. 누구보다 많은 공부를 하게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강의 준비하면서 파워포인트 자료 만들어 본 사람은 다들 아실 겁니다. 자료 만드는 것 자체가 공부이고, 그 과정에서 생각도 정리 되고 이론도 분명해집니다. 한 마디로 실력이 쭉쭉 는다는 말입니다. 덕분에 자신감도 더 강해졌고요.


또 있습니다. 수강생들 앞에서 당당할 수 있습니다. 계속 공부하고 연구하며 새로운 이론과 자료를 만들어 전달하는 입장에서 주눅들 아무런 이유가 없겠지요. 강사가 자신감에 넘치고 당당할수록 수강생들의 집중력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매달 강의 자료를 새로 만든다는 저 자신을 자랑하고자 하는 게 아닙니다. 무슨 일을 하든 정성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은 것이지요. SNS시대, 1인 기업의 시대, 인공지능의 시대 등등 지금을 일컫는 많은 수식어가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시대가 변하고 문명이 발달한다 하더라도 정성의 가치는 달라지지 않습니다.


사람을 향한 정성이 결국은 통하게 마련이고요. 일을 대하는 정성이 결국은 성장과 성공을 만들어내고야 말지요. 빠른 시간에 큰 성과를 내려는 성급함과 조바심이 정성을 뒤로 하게 만듭니다. 힘들고 어려운 세상일수록 기본이 중요합니다. 지금은 "정성"을 생각해야 할 때입니다.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냥 한 편 쓰는 것과 정성을 다해 쓰는 것. 그냥 책 한 권을 내는 것과 온 정성을 기울여 출간하는 것. 당연히 큰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정성 담은 글이 독자에게 닿습니다. 정성 기울인 책이 독자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이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정성을 다하는 건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변화와 성장을 이루고 싶다 하면서도 쉬운 일만 찾는다면 그것은 욕심이라 해야 하겠지요. 어렵고 힘든 일을 기꺼이 해야 합니다. 그것이 정성이라면 더할 나위도 없고요.


강의하는 사람이나 글 쓰는 사람은 청중과 독자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존재입니다. 자기 잘난 맛에 강의하고 글 쓰는 게 아니라, 타인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말하고 써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만약 강의와 글쓰기를 사업으로 확장하고자 한다면, 마땅히 그 숭고함을 바탕에 깔고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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