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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Aug 27. 2023

작가, 세상 모든 것에 관심을 갖는 존재

잘 보고 잘 듣고 정성 쏟으면


아버지는 등산을 좋아합니다. 360일 산에 오릅니다. 평일에는 주로 집 가까이 있는 산에 가시고, 주말에는 동호회 사람들과 한국 명산에 다닙니다. 그런 아버지를 못마땅하게 여긴 어머니는 늘 말씀하십니다. "맨날 산에 가다가 넘어지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래요!" 저도 비슷한 생각을 했었습니다. 집에서 좀 쉬시면 좋겠다 조심스레 말씀드린 적도 있습니다.


어머니는 말씀이 많습니다. 도가 지나칠 정도입니다. 굳이 말을 꺼내 대화하지 않아도 되는 이야기들까지 쉴 새 없이 하십니다. 일일이 대답하려면 피곤하고 지칩니다. 그냥 좀 조용히 있고 싶은데도, 끝도 없이 말을 하는 어머니 때문에 스트레스 받습니다. 때로는 어머니 눈을 피하기 위해 방에서 나가지 않기도 할 정도입니다.


아버지께서 산에 다니는 이유가 있습니다. 여든 넘은 나이. 이제는 집에 가만히 있거나 앉아 있거나 누워 있으면 죽음이 코앞에 닥친 것 같다 하십니다. 부지런히 움직여야 살아 있음을 느낀다고요. 어머니 말씀 많은 이유도 따로 있습니다. 한이 많아서 그렇습니다. 가슴에 쌓인 게 많으니 터져나올 수밖에요.


모르면 이해할 수 없습니다. 알면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모르면 툴툴거리게 됩니다. 알면 수긍하게 됩니다. 모르면 손가락질하게 됩니다. 알면 공감하게 됩니다.


알고 나면, 식당에서 막노동꾼들 옆자리에 앉아도 지저분하다는 느낌 전혀 들지 않습니다. 알고 나면, 길거리에서 여자들끼리 껴안고 다녀도 이상한 눈빛으로 보는 일 없어집니다. 알고 나면,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지르며 강의해도 글을 쓰지 못하는 그 심정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알고 나면,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사람들이 전부 살인자는 아니란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알고 나면, 옷차림으로 사람을 평가하지 않게 됩니다. 알고 나면, 바람이 차가워지는 계절에 걱정부터 앞서는 사람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알기 위해서는 잘 보아야 하고 잘 들어야 하며 정성 담아 느껴야 합니다. 잘 보면 보이고, 잘 들으면 들리고, 정성 담으면 마음 느낄 수 있습니다. 아버지를 그냥 보면 등산에 집착한다 정도로밖에 느낄 수 없습니다. 어머니를 그냥 보면 말 많다 정도밖에 생각 되지 않습니다. 정성 담아 보고 들으면 당신의 말과 행동에 이유가 있음을 알게 됩니다.


보고 듣고 정성 담아서, 그래서 알게 되면, 이제는 잘 쓸 수 있습니다. 글감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주변 천지에 널려 있음을. 그런 글감이 글감으로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정성 담아 보고 듣지 않기 때문임을. 이제는 알아야 합니다.


글 쓰면서 좋아졌습니다. 더 보이고 잘 들립니다.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고, 들리지 않던 것도 들립니다. 보이고 들리는 게 많으니 세상이 더 넓어진 듯합니다. 내가 사는 세상이 더 넓어지고 나니 몸과 마음이 훨씬 자유롭습니다. 글을 쓰고, 자유를 얻었습니다. 감옥에 갇혀 있던 제가, 세상을 만날 수 있게 되었지요.


쓸 수 있어 다행이고 읽을 수 있어 행복합니다. 몇 줄 쓰고 읽을 뿐인데, 세상과 인생이 자꾸만 달라집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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