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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Sep 06. 2023

인내, 참기만 해도 절반은 성공한다

분노 조절


저의 실패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모두가 '참지 못해서' 일어난 사건임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 순간 딱 한 번만 눈 감고 참았더라면 무사히(?) 지나갈 수 있었던 일들이지요. 타고난 성격이 불 같고, 뭔가에 끌리거나 욱할 때 바로바로 표현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향이라 그 폐해가 인생에 고스란히 반영되었던 겁니다.


대표적으로 사업 실패가 그러합니다. 돈 많이 벌고 싶은 욕심 때문이었지요. 어쩌다 술 장사에 꽂혔습니다. 가만히 앉아서 돈 벌 수 있다는 망상에 사로잡혔죠. 철저한 준비, 시장 조사, 사업 계획 등 전혀 없었습니다. 그냥 심장이 쿵쾅거리는 대로 일을 질러버린 겁니다. 욱하는 마음에 시작하는 사업의 결과는 세 살 먹은 아기도 뻔히 알 만합니다.


싸움박질도 많이 해서 파출소에 끌려간 적도 더러 있습니다. 물론, 사업 실패로 모든 것을 잃었기 때문에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멋대로 살았던 탓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누가 무슨 말을 했을 때 그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하고 주먹을 휘두른 책임은 모두 제가 져야 했습니다. 그냥 참고 지나쳤으면 아무 일도 없었을 텐데, 괜한 시비에 휘말려 소중한 제 삶에 오점을 많이도 찍었습니다.


참는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인간의 감정은 본능입니다. 감정을 무조건 무시하거나 외면한다고 해서 좋은 건 아닙니다. 때로 화를 내기도 하고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내가 지금 몹시 불쾌하다는 표현을 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나의 감정 표현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냉철하게 짚어 보는 습관입니다.


화를 냈을 때 기억을 더듬어보면 다들 알 수 있을 겁니다. 기분이 좋던가요? 흐뭇하고 기쁘던가요? 아마 대부분 사람은 그렇지 않았을 겁니다. 실컷 화를 냈는데도 마음은 여전히 불편합니다. 괜히 소리를 질렀다고 후회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시간을 돌이킬 수 있다면, 그렇게 화를 내지 않을 거라고 말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어떤 감정이든, 그 결과가 결코 행복하지 않은 거라면 굳이 있는 그대로 감정을 표현할 이유가 없겠지요. 예를 들어, 소리를 지르고 욕을 한 후에 지극히 평온하고 행복하다면 한 번 생각해 볼 만합니다. 하지만 그런 일은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더 불행해지고 마음 불편해지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마음가짐으로 일상을 살아야 극단의 감정을 표현하지 않고 잘 견딜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해야 인내심을 장착할 수 있을까요?


첫째, 나에게 일어난 그 일이 사실을 별 것 아니라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아이들은 사탕 하나를 두고 피 터지게 싸우지만, 어른 입장에서 보면 그건 사실 아무 일도 아니거든요. 우리 어른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장은 내게 중요한 일처럼 여겨지지만, 그래서 화를 내지만, 인생 전체를 놓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경우가 허다합니다.


둘째, 내게 일어난 그 일이 화를 낸다고 해서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사실도 인정해야 합니다. 분노는 문제 해결의 열쇠가 아닙니다. 문제를 더 복잡하고 어렵게 만들 뿐이죠. 적어도 자기 삶을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이라면, 화가 인생에 아무런 도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셋째, 분노의 표출이 나를 '대단한 사람'으로 보이도록 하지 못하고 '멍청하고 어리석은 사람'으로 보이게 만든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합니다. 자신이 화를 낼 때는 정당해 보이지만, 다른 사람 화 낼 때 모습을 보면 참 어리석고 못나 보이거든요. 이왕이면 멋있게 화를 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마구 소리 지르고 상처 주는 그런 화 말고, 묵직하고 고요하게 상대방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지혜롭게 화 내는 방법을 연구하는 것이 마땅하겠습니다.


넷째, 화를 내는 이유가 세상이나 타인에 있지 않고 내 안에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똑같은 상황에서도 화 내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웃는 사람도 많거든요. 상황 때문이 아닙니다. 내 안에 화가 많기 때문입니다. 모든 이유가 나에게 있음을 이해할 때, 비로소 삶이 좋아지기 시작합니다.


다섯째, 고요한 행위를 하는 시간을 매일 가져야 합니다. 대표적인 도구가 글쓰기와 독서입니다. 감정 가라앉히는 데에는 글쓰기와 독서 만한 게 없습니다. 감정을 차분하게 만드는 행위를 매일 반복하면, 일상에서 툭 튀어오르는 격한 감정을 잘 가라앉힐 수 있습니다.


저는 지금도 욱하는 성질 완전히 고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예전의 저와 비교하자면 지금은 상상도 못할 만큼 나아졌습니다. 한 번씩 화를 내기도 하지만, 그 화가 사흘 넘기지 않습니다. 괜히 화를 냈다는 마음으로 성찰하기도 하고, 다음에 똑같은 일 생겨도 더 잘 참아야겠다 다짐하기도 합니다.


화를 줄이면 좋은 점이 있습니다. 첫째, 당장 혈압이 낮아집니다. 둘째, 내가 나 자신을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 생깁니다. 셋째, 화를 내는 그 에너지를 변화와 성장에 투자할 수 있습니다. 넷째, 훨씬 많이 웃게 됩니다. 다섯째, 마음이 편안하니까 하는 일마다 잘 됩니다.


뭐 이것뿐이겠습니까. 인생 완전히 달라지는 과정에서 큰 힘이 된 것이 바로 분노 조절이었습니다. 그런데요. 한 가지 더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저는 화를 내는 드러운 성질도 많이 줄였지만, 좋아서 방방 뛰는 촐싹거림도 많이 없앴다는 사실입니다. 감정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습니다. 좋아서 난리 치는 사람은 화도 잘 냅니다. 불 같이 화 내는 사람은 좋을 때도 참지 못합니다.


인간의 감정은 본능이라 했지만, 극단의 감정 표현은 스스로와 타인을 힘들게 만듭니다. 부드러운 강철이 될 수 있어야 합니다. 깊게 흘러가는 강물 같은 존재가 되면 좋겠지요. 일상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문제들로 욱하고, 조금 좋은 일 생길 때마다 방방 뛰는 습관으로는 우직하게 나아갈 수 없을 겁니다.


"은대야! 강의 가기 전에 이거 스마트폰 좀 해결해주고 가거라."

"은대야! 오늘 몇 시에 오냐? 마늘 좀 날라야 하는데."

"은대야! 오늘 나 치과에 가야 한다. 오후에 차 좀 태워주라."

"은대야! 은대야! 은대야! 은대야!"


참아야 하느니라......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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