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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Sep 14. 2023

글쓰기 말고 전달하기

핵심 독자와 주제


비가 오는데 마침 우산을 들고 나오지 않았다고 가정해 봅시다. 소나기에 온몸이 폭삭 젖었다는 이야기만 쓸 수도 있고요. 미리 준비해야 역경을 피할 수 있다는 메시지로 확장해서 쓸 수도 있습니다. 단순히 비 맞은 내용만 쓰면 일기와 다를 바 없습니다. 독자에게 도움이 될 만한 메시지를 덧붙이면 비로소 에세이나 자기계발 글이 될 수 있는 것이죠.


많은 사람이 글을 잘 쓴다 못 쓴다에만 연연하는 듯합니다. 글을 잘 쓴다는 말의 기본은, 독자가 내 글을 읽고 이해하고 수긍할 수 있게 쓴다는 뜻입니다. 근사한 문장을 써서 독자로 하여금 밑줄을 긋게 만들겠다는 생각은 두 번째입니다. 우선은 '전달'이 되어야 합니다.


독자가 내 글을 읽었습니다. 비 맞아서 기분 나쁘다는 얘긴지, 그래도 비 내리는 날이 좋다는 의미인지, 비 오는 날에는 밖에 나가지 말라는 뜻인지. 작가가 하려는 말이 대체 무엇인지 독자가 알아들을 수 없다면, 아무리 수려한 문장으로 글을 썼다 하더라도 이 글은 빵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반드시 아래 세 가지를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이 세 가지 요소를 무시한 채 그냥 마구 쓰기만 하면 독자에게 아무 의미 없는 글이 되고 맙니다. 말과 글은 표현 수단입니다. 나의 생각과 주장과 느낌과 의견과 정보와 지식을 타인에게 전달하기 위한 수단입니다. 감동과 감탄은 부가적인 요소입니다.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 먼저란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됩니다.


첫째, 이 글의 독자는 누구인가?

둘째, 그들의 문제 또는 고민은 무엇인가?

셋째, 나는 어떤 부분에 도움을 줄 수 있는가?


첫째 항목이 '핵심 독자'입니다. 두 번째 항목은 '핵심 독자 분석'입니다. 세 번째는 '주제'입니다. 이 세 가지 요소를 정리한 후에 글을 쓰면, 글쓰기에 있어 가장 중요한 '맥락'을 놓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글이 산으로 간다거나 횡설수설하는 경우는 모두 이 세 가지 요소를 놓친 탓입니다.


지금 제가 쓰고 있는 이 포스팅을 위 세 가지 요소에 맞춰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핵심 독자 : 글을 잘 쓰고 싶지만 방향과 줄기를 잡지 못하는 사람들            

              핵심 독자 분석 : 그들의 고민 - 글을 다 쓰고 나서 보면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알아 보기 힘들다.            

              주제 : 글을 체계적으로 쓰지 못하는 이들에게 '전달'의 개념을 설명함으로써 그들이 지금보다 수월하게 잘 쓸 수 있도록 돕는다.            


이제 저는 무엇을 하면 될까요? 네, 그렇습니다. 글쓰기의 본질이 전달에 있음을 설명하고, 어떻게 전달해야 하는가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기만 하면 됩니다. 잘 써야 한다는 강박은 전혀 가질 필요가 없습니다. 전달이 잘 되면 잘 쓴 것이고,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형편 없는 글이 되는 겁니다.


독자를 선정하고 그들을 분석하는 과정을 소홀히 여기거나 대충 건너뛰는 초보 작가들 많은데요. 기본을 철저하게 지켜야 실력도 탄탄하게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말을 잘하지 못하는 사람이 갑자기 100명 청중 앞에서 연설을 하면 당연히 버벅거릴 수밖에 없겠지요. 우선을 한 사람과 대화를 나눠 보고, 다음에는 세 사람 앞에서 연습을 해 보아야 합니다. 명확한 독자를 선정하여 메시지를 전달해야 어떻게 쓰고 말해야 하는가 풀어낼 수가 있습니다.


불특정 다수를 독자로 삼아야 많이 팔릴 거라고 착각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독자는 항상 '나에게 무슨 득이 있는가'라는 생각밖에 하지 않습니다. 자신을 위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야만 비로소 읽습니다. 직장인을 위한 책보다는 '입사 2년차 미만 남성 독자를 위한 경쟁에서 살아남는 기획서 작성법' 정도로 콘셉트를 잡아야 승산이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기억하세요! 글이나 책을 쓰기 전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핵심 독자를 선정하고 그들이 어떤 사람들인가 분석하는 일입니다. 누구를 향해서 메시지를 전달할 것인가 정해야만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선명하고 강렬해질 수 있습니다.


주제를 명확하게 정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주제라는 것은 한 마디로 "내가 독자들에게 전하려는 메시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회사에서 팀장이 주로 하는 말이죠. "그래서? 하려는 말이 뭐야?"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분명하게 적으면 그게 바로 주제입니다.


주제를 정하는 데 꼭 필요한 작업이 하나 있습니다. 글을 쓰기 전에 빈 종이에다 낙서하듯 주제를 적어 보는 일입니다. 이것만 해도 글이 산으로 가는 일은 없습니다. 글을 쓰면서 수시로 자신이 적어 놓은 주제를 보게 될 겁니다. 중심 딱 잡고 관련된 이야기만 쓸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이 메모와 낙서를 하지 않은 채 그냥 글을 씁니다. 지난 8년 동안 강의하면서 수도 없이 반복하고 강조했음에도, 메모나 낙서를 아예 하지 않고 바로 한글 파일 열어서 글을 쓰기 시작하는 이들이 차고 넘칩니다. 고질적인 습관이란 것이 얼마나 무섭고 고치기 힘든 것인가 실감했지요.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절대로 잊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글을 쓰려고 한다면, 가장 먼저 빈 종이 한 장을 준비해서 "내가 이 글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하려는 메시지는 이거야!" 한 줄로 딱 적어 놓고 시작하세요.


할 엘로드의 <미라클 모닝>, 팀 페리스의 <타이탄의 도구들>, 로버트 기요사키의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등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입니다. 온라인에 서평도 많이 올라와 있지요. 그런데, 어떤 서평에서도 이들이 "글을 참 잘 쓴다"고 표현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독자인 우리들에게 전해지는 메시지의 강렬함이 위 책에 열광하게 만든 것이죠.


수려한 문체와 미사여구 등 문장으로 승부한 책과 작가도 많습니다. 그야말로 아름다운 책이자 글인 것이죠. 허나, 초보 작가인 우리가 그토록 아름다운 문장을 쓰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현실을 짚어야 합니다. 평생을 바쳐 문장을 공부할 것인가. 아니면, 그 동안 살아온 내 인생 경험과 지식을 토대로 다른 사람 삶에 도움이 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초점 맞출 것인가.


옳고 그름은 없습니다. 작가 본인의 선택입니다. 다만, 초보 작가를 대상으로 강의하는 제 경험에 비추어 보자면, 우선은 메시지에 초점 맞추는 것이 계속 글을 쓰게 만드는 동력인 것은 분명하다고 판단됩니다. 어떻게든 글을 써야만 문장력도 향상되게 마련이니까요.


메시지를 정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다시 포스팅을 작성할 예정입니다. 우선은, '글을 쓴다'는 개념에서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마음으로 접근 방식을 바꾸도록 노력해 보시길 바랍니다. 핵심 독자를 선정하고, 독자를 분석하고, 주제를 선명하게 정하는 것. 세 가지 요소부터 확실하게 잡으면 됩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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