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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Sep 30. 2023

도와줄 사람이 없을 때, 성공할 수 있

모든 게 내 탓이오


큰 뜻을 품고 시작한 사업이 순식간에 무너졌을 때, 저한테 회사 그만두고 사업 시작하라고 했던 사람들을 모조리 잡아 때려주고 싶었습니다. 멀쩡하게 직장 잘 다니고 있는 사람에게 사업을 하라고 부추겼으니 모든 것이 그들 탓이라고 생각했던 거지요. 실제로 그들 중 몇을 만나 물어 본 적도 있습니다. "왜 나에게 사업을 하라고 부추겼느냐? 당신들 때문에 내 인생 엉망이 되지 않았느냐!"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그들의 태도에 놀라 자빠질 뻔했습니다. 나는 눈물까지 흘리며 비통하게 말하는데, 그들은 그저 "좀 잘하지 그랬느냐"는 반응만 보였습니다. 얼마나 억울하고 분했던지 소리도 지르고 욕도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그들은 남의 일처럼 여겼고,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후회해도 소용 없었습니다. 시간을 돌이키고 싶었지만 불가능한 일이었지요. 저는 그대로 무너졌고, 생애 처음으로 처절한 실패를 맛보았습니다. 아침부터 양복 입은 채로 공원을 싸돌아다녔고, 맨날 차를 몰고 고속도로 근처에 가서 죽고 싶다는 생각만 했습니다. 그들이 나를 망쳤다, 그들이 내 인생을 이렇게 만들었다, 그들 때문이다......


돈이 필요했습니다. 이미 박살난 인생이었는데 그걸 몰랐습니다. 돈으로 땜질하면 어떻게든 버틸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이유가 백 가지는 넘었음에도, 저는 오직 돈 때문이라고만 생각했지요. 그게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필요한 만큼의 돈을 구하지 못하니까, 그 속상함과 원망이 고스란히 부모를 향하게 되었습니다. 남들은 자식이 실패해도 부모가 뒤에서 돈을 다 대주니까 거뜬하게 일어선다는데, 나는 부모가 돈이 없어 감옥에까지 가게 되었다고 생각한 것이죠.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철딱서니 없고 무지하고 형편 없는 등신 같은 생각이었지만, 당시에는 그 똥 같은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습니다.


평생 모은 재산과 노후 연금까지 탈탈 털어 밑빠진 독에 쏟아부은 내 부모님은, 결국 '모든 것이 가난한 부모 탓'이라는 자식의 원망만 안게 되었습니다. 저는 부모 가슴에 두 번 못질을 한 셈이었지요.


판사, 변호사 등 '높은 자리' 차지하고 있다는 친구들 수소문해서 찾아 가 보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반갑게 맞아주던 친구들도 자초지종을 듣고 난 후에는 아무런 대책이 없다며 그냥 돌아가라 했습니다. 평소 연락도 한 번 하지 않던 친구를 내게 문제가 생겼다 하여 찾아가 놓고선, 도와주지 않는다며 그들에게 화를 냈습니다. 모든 게 "그들이 도와주지 않은" 때문이라고 생각했던 것이지요.


절, 교회, 성당 등 신앙도 없는 놈이 온갖 종교 시설은 다 찾아다녔습니다. 새벽 기도도 가 보고, 돌부처 앞에 엎드려 엉엉 울기도 했습니다. 달라지는 건 없었습니다. 저는 또 원망했지요. 모든 게 신의 탓이다! 열심히 살았는데 왜 나를 도와주지 않느냐. 제 안에는 점점 분노만 쌓여갔습니다.


친구들 만나 매일 밤마다 술을 퍼마셨습니다. 한때 잘 나가던 이은대가 폭삭 망한 걸 보는 친구들 눈빛에는 조롱과 비웃음이 가득했습니다. 겉으로는 위로하는 척 말을 건네면서도, 그 속내는 '결국 이렇게 될 줄 알았다' 싹 다 보였습니다.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이렇게 사람을 우습게 보다니! 거짓과 위선 가득한 인간들을 친구라 여기고 살았다니! 세상으로부터 버려진 느낌이었습니다.


직장 그만두고 사업하라고 조언했던 사람들, 돈 없는 부모, 높은 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들, 종교와 신, 그리고 친구들. 온 세상이 마치 악당들로 가득한 것 같았습니다. 내가 이 더럽고 치사한 세상에서 열심히 살고 있었다니. 구역질이 날 것만 같았습니다.


결국은 모든 걸 잃고 감옥에 가게 되었습니다. 돈도 사람도 일도 모조리 다 사라졌습니다. 가족마저도 말이죠. 탐스럽게 매달려 있던 열매가 어느 날 아무런 이유도 없이 땅바탁에 툭 떨어지면 이런 느낌 아닐까 싶었습니다. 얼마나 울었는지 매일 눈이 퉁퉁 부어 있을 정도였습니다.


난생 처음 철저하게 혼자가 되었습니다. 외로움? 고독? 그런 건 생각할 겨를도 없었습니다. 고통스럽고 괴롭기만 했습니다. 내가 왜 이런 수모와 모멸과 치욕을 당해야만 하는가 어처구니가 없었고요. 그보다 더 심한 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했다는 사실입니다.


감옥에 들어간 지 석 달쯤 되었을 때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글 쓰고 책 읽다가 누가 몽둥이로 후려치는 것 같았습니다. 고작 석 달만에 무슨 깨달음이 있었겠나 싶지만, 그 날 제가 느꼈던 감정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모든 게 내 탓이다!"

참 우습지요? 너무나 당연한 걸 그제야 느끼다니요. 사업 실패하고 파산하고 알코올 중독에 걸려 무려 6년 이상의 시간을 낭비하고 나서야, 그 모든 것이 내 탓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회사 그만두고 사업 시작한 것도 내 탓이고, 경험 없이 무모하게 사업해서 실패한 것도 내 탓이고, 돈 없는 것도 내 탓이고, 달리 방법을 찾지 못한 것도 내 탓이고, 친구들로부터 조롱과 비난을 받은 것도 내 탓이고, 완전히 무너진 것도 내 탓이었습니다. 단 하나도 빠짐 없이 내게 일어난 모든 일의 원인은 오직 '나'였습니다. 모든 것이 내 탓이란 사실을 온전히 받아들인 날, 아마 가장 많이 울었던 것 같습니다. 슬픔이나 고통이 아니라 '이제 됐다' 싶은 안도감이었지요.


'내 탓이오'가 주는 최고의 감정은 평온함입니다. 세상과 타인의 탓으로 여길 때는 늘 분노만 가득했습니다. 억울하고 분하고 원통하다는 생각만 하면서 살았습니다. 하지만, '내 탓이오'라는 마음을 장착한 후부터는 웃을 수 있었습니다. 망가진 이유가 싹 다 내 탓이니까, 다시 일어서는 힘도 오롯이 내게 달렸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던 거지요.


만약, 그 당시 누군가 제 문제를 해결해 줄 사람이 나타났다면, 그래서 저의 모든 상황을 정상으로 돌려준 사람이 있었더라면, 어쩌면 지금 제 삶은 더 엉망이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아무도 도와줄 사람 없었습니다. 세상과 가족과 타인, 모두가 저를 외면했지요. 덕분에 저는 다시 일어설 수 있었습니다.


부모가 자식을 계속 도와주면 어떻게 될까요? 네, 맞습니다. 그 자식은 바보가 될 겁니다. 직장 상사가 신입사원 계속 도와주면 어떻게 될까요? 그렇지요. 그 신입사원은 능력 하나도 발휘하지 못할 겁니다. 학교 선생님이 학생들 시험을 대신 쳐주면 어떻게 될까요? 형편 없는 졸업생만 양산하겠지요. 성공은, 도와줄 사람이 한 명도 없음을 느낄 때 비로소 시작됩니다.


많은 사람이 세상과 타인의 '탓'을 하며 살아갑니다. 누구 때문에, 무엇 때문에, 자신이 성공할 수 없는 온갖 핑계와 변명을 늘어놓습니다. 제가 딱 그랬지요. 분명한 것은, 누구의 탓을 하는 생각과 말과 행동이 자신의 성장이나 성공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세상과 그들이 바뀌어야만 내 인생이 좋아진다는 결론이지요. 그런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습니다.


내가 바뀌어야 합니다. 그럴려면 모든 것이 내 탓이라는 책임의식을 받아들여야만 합니다. 억울하고 분하다는 생각은 이제 그만 하고, 스스로 인생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을 장착해야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세상과 타인의 의도에 따라 내 인생이 움직인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내가 선택하고 내가 주도하고 내가 이끌어가고 내가 원하는 대로 인생을 만들 수 있어야 멋있고 근사하지 않겠습니까.


지난 삶을 돌아보면, 도움을 주고받은 사람들이 꽤 많이 떠오를 겁니다. 인간은 함께 사는 동물이니까요. 하지만, '함께'라는 말이 '누구의 탓'으로 변질되어서는 곤란합니다. 사회적 동물의 의미는 책임을 회피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혼자 하기보다 같이 하면 더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고, 그로 인해 협동하고 감사하며 살라는 뜻이겠지요. 모두가 '내 탓이오' 하면서 살면, 아마 지금보다 몇 배는 더 강력한 사회가 구축되지 않을까 상상해 봅니다.


모두가 내 책임입니다. 내가 다 책임질 겁니다. 책임지겠다고 작정하고 살았더니, 실패 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웅장한 삶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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