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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Oct 01. 2023

지난 주 행복했고, 어제는 불행했고, 오늘은 행복하다

왔다가 갔다가


매일 열심히 글 쓰고 강의하다 보면, 어느 순간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무슨 특별한 이유라도 있으면 그걸 해결하면 될 텐데, 아무 원인도 없이 불쑥 허탈한 생각이 들기 때문에 대처할 방법도 마땅치 않습니다. 글도 쓰기 싫고 강의도 하기 싫고 아무것도 하기 싫습니다. 힘든 하루를 보내게 되지요.


사람이나 일 때문에 상처를 받을 때도 있습니다. 위의 경우와는 달리 이유가 분명합니다. 하지만, 해결책이 없는 것은 같습니다. 내가 무엇 때문에 이렇게 고생을 하고 있나 싶어서 화가 나기도 하고 짜증이 폭발하기도 합니다. 그냥 다 때려치우고 속 편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와는 정반대로, 매 순간 보람과 희열을 느끼며 사는 날도 많습니다. 한 편의 글을 쓰고도 세상을 다 얻은 것 같고, 두 시간 강의를 마친 후 몸에서 기가 다 빨린 것 같아도 싱글벙글 웃게 됩니다. 존재 가치를 느끼고, 삶의 목적에 다다른 것 같고, 이런 게 사는 거구나 생각하게 됩니다.


이유가 무엇이든, 좌절과 절망 속에 흔들리는 날이 있는가 하면 보람과 가치 느끼며 더 없이 행복한 날도 많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나에게 닥치는 다양한 고민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사는 게 이런 거구나 마음을 내려놓는 자세도 꼭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힘든 날 많이 보냈습니다. 결국은 끝났습니다. 양손을 치켜들고 만세를 부르고 싶은 날도 많았습니다. 결국은 다 지나갔습니다. 영원히 계속되는 불행도 없었고, 모든 문제가 완벽히 해결되어 영원히 행복한 순간도 없었습니다. 인생에는 항상 즐겁고 우울한 날들이 번갈아 다녀갔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테지요.


힘들다고 해서 계속 힘든 게 아닙니다. 좋다고 해서 계속 좋기만 한 인생도 없습니다. 산다는 건, 이랬다 저랬다 하는 과정입니다. 괴롭다 해서 절망할 것도 아니고, 기쁘다고 해서 설칠 것도 없습니다. 힘들고 어려울 땐 뭔가 잘못되었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수정하고 보완하면 됩니다. 좀 잘 된다 싶을 땐 겸손하고 겸허한 마음으로 다른 사람 도와야 합니다.


힘들어 죽겠다는 사람과 자주 상담합니다. 저는 주로 행복했던 기억을 묻습니다. 죽을상을 짓고 저를 찾아온 사람은 제 질문에 대답하는 과정에서 웃음을 찾습니다. 당장의 시련과 고통에 집중하기보다는 자기 인생에서 행복했던 순간이 많았음을 기억하는 것이 심리적 안정에 도움 된다는 뜻입니다.


기쁘고 행복한 날들을 보내고 있는 중이라면, 자신의 여유와 즐거움을 다른 사람에게 나눠주려고 애쓰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저도 컨디션 좋을 때 강의 준비 더 착실히 합니다. 우울할 때보다는 기분 좋을 때 더 다양한 정보와 아이디어가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준비한 내용으로 강의 마치고 나면 한결 기분이 좋아집니다. 좋아서 더 나누고, 더 나눠서 좋고. 선순환이 반복될 수 있겠지요.


행복하게 살겠다고 안간힘을 써도 불행한 일 닥치게 마련이고, 내 인생 왜 이리 불행한가 한숨 쉬며 살아도 매 순간 잔잔한 행복이 주변에 머물게 마련입니다. 자꾸만 인생을 어찌해 보겠다며 발버둥칠 게 아니라, 때마다 주어지는 인생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누리는 것이 잘 살아가는 방법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멀쩡하게 회사 잘 다닐 때는 항상 돈에 굶주렸습니다. 남들 보기에는 대기업 뱃지 달고 있으니 제법 괜찮다 싶었겠지만, 저는 늘 부족하고 아쉬웠거든요. 그러다가 회사 사표 내고 사업 시작했을 땐 또 일이 잘 풀리지 않아 고민이었습니다. 사업 망하고 나락으로 떨어졌을 땐 평범한 삶으로 돌아갈 수만 있으면 소원이 없겠다 싶었고요. 막노동 하면서 살 때는 좀 편하게 글만 쓸 수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제 인생 전체를 돌아보면, 자꾸만 뭔가를 바라면서 살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주어진 삶에 만족하고 감사한 적은 별로 없고, 때마다 부족하고 모자란 점만 읊으며 한탄과 불만을 가졌다는 말입니다.


글 쓰고 책 읽고 강의하면서 제 인생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뭔가 더 바라지 않습니다. 종일 생각하는 건 딱 세 가지뿐입니다. 어떤 내용의 글을 쓸까. 어떤 내용으로 강의를 할까. 이 좋은 삶을 어떻게 해야 더 많은 이들과 나눌 수 있을까. 불만 가질 것도 없고 한탄할 일도 없으며 더 바랄 것도 없습니다. 더 바라지 않는데도 삶은 점점 더 좋아지기만 합니다.


인생은 날씨와 똑같습니다. 추운 날도 있고 더운 날도 있고 청명한 날도 있고 흐린 날도 많습니다. 날씨 기다리는 사람 바보입니다. 날씨 바꾸려는 사람 어리석지요. 날씨 불평하는 사람 불행합니다. 추운 날에는 추운가 보다 하면 되고 더운 날에는 더운가 보다 하면 됩니다. 청명한 날에는 날 좋다 하면 되고 흐린 날에는 구름 꼈구나 하면 그만입니다. 뭘 어쩌겠습니까.


도 통한 사람처럼 살자는 얘기가 아닙니다. 지나치게 고통스러워 하지는 말자는 뜻입니다. 너무 아파 하지 말고, 너무 괴로워하지 말고, 너무 우울해 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10년 전에 괴로웠던 일 한 번 적어 보라고 하면 바로 적는 사람 극히 드뭅니다. 5년 전도 마찬가지고요. 심지어는 사흘 전에 했던 고민도 적지 못하는 사람 수두룩합니다.


사흘만 지나면 잊어버릴 고민인데, 우리는 그 고민 때문에 식음을 전폐합니다. 이런 식으로 살아가기엔 내 앞에 주어진 오늘과 지금이 아깝고 아쉽습니다. "배째라!" 하고 살아도 사실은 큰일 생기지 않거든요. 열심히 살지 말자는 얘기도 아니지요. 어제와 내일에 관심 끄고 오늘과 지금에 충실하자는 의미입니다. 걱정과 근심으로 시간을 낭비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연휴 빨리 왔으면 좋겠다 기다리다가, 음식 만드느라 지쳐 힘들다고 투덜대다가, 이제 연휴 이틀밖에 남지 않았다고 한숨 짓습니다. 우리는 대체 언제 좋아해야 합니까. 기다리는 마음 설레서 좋고, 음식 만들어 맛나게 먹으니 좋고, 아직 이틀이나 남아서 좋아야 사는 게 행복하지 않겠습니까.


지금 제가 열심히 글 쓰고 있지만, 사실 부정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은 제 글을 읽으면서도 투덜거리고 있을 게 뻔합니다. 그렇게 행복한 마음 갖기가 어디 쉽냐고 투덜거리겠지요. 마음먹고 노력해 봐도 현실이 그렇지 않더라 불평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세상과 현실과 상황이 자신을 불행하게 만들고 있다는 뜻이지요. 마음 바꾸지 않으면 인생 달라지지 않습니다. 세상과 현실과 상황은 절대로 자신이 원하는 대로 바뀌지 않을 테니까요.


지금 기분을 좋게 만드는 건 오직 자신에게 달려 있습니다. 오늘 행복을 누리는 것도 오직 자신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지난 주에는 행복했고, 어제는 불행했으며, 오늘은 행복합니다. 좋은 날, 나쁜 날, 이상한 날이 번갈아 우리를 찾아옵니다. 인생이 그런 거구나 받아들이면, 왔다가 사라지는 날들을 구경하는 맛도 제법 괜찮습니다.


마음이 허하고 괜히 우울하다면, 글 한 번 써 보시길 권합니다. 자기 마음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도 치유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백지는, 다 받아줍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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