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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Oct 02. 2023

횡설수설 반듯한 인생

글이 산으로 간다면


주제와 글감 다 잡아놓고 글을 써도 산으로 가는 경우 많습니다. 맨 처음 글을 쓸 때는 정말이지 제가 의도한 대로 쓰지 못하는 것이 가장 답답했습니다. 글이라는 게 참 희안했습니다. 분명히 마음 속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는데, 한참 쓰다 보면 엉뚱한 길로 빠지곤 하거든요. 다 써놓고 읽어 보면 이게 아닌데 싶어 실망하고 좌절하기도 합니다.


초보 작가들이 쉽게 포기하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쓰고자 하는 바를 명확하게 쓸 수 있다면 글 쓰는 행위에 재미 붙이기도 쉬울 겁니다. 위대한 거장 만큼은 아니더라도, 자신의 의도한 바를 분명하게 표현할 수 있어야 보람과 가치를 느낄 수 있을 테니까 말이죠.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한 편의 글을 썼는데, 읽는 사람이 "이게 무슨 말이야?"라는 반응을 보인다면 작가로서는 참 힘 빠지는 일입니다. 쉽게 써라, 분명하게 써라, 짧고 간결하게 써라 등등 글쓰기 원칙이 등장하는 이유도 이런 현상 때문입니다.


작가 본인이야 답답하고 힘들겠지만, 저는 기꺼이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경험이 없는 일에 도전하는 건데, 당연히 서툴고 부족하겠지요. 스케이트를 처음 타는 사람이 넘어지지 않으면 이상합니다. 갓 태어난 아기가 "엄마, 저예요"라고 또박또박 말하면 소름이 끼칠 겁니다. 초보 운전 도로에 나서면 여기저기서 빵빵 소리 듣는 게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중요한 것은, 쓰기 시작했다는 사실입니다. 횡설수설이든 산으로 가는 글이든, 일단 쓰기 시작했다는 사실만으로 자신을 칭찬하고 인정해주어야 합니다. 그것은 시도이고 도전이며 모험이자 용기이기 때문입니다.


고개를 숙여야 할 사람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자책해야 할 사람은 시도하지 않고 도전하지 않고 시작하지 않는 사람들이죠. 그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기 때문에 입도 다물어야 합니다. 행동하고 시작하고 움직이는 사람들은 고개를 들고 어깨를 펴고 당당하게 살아갈 자격이 충분합니다.


잘 하지 못하는 일에 기꺼이 용기를 내어 도전하는 사람들. 그 인생이야말로 반듯하다 말할 수 있습니다. 글이야 뭐 좀 엉망이면 어떻습니까. 앞으로 얼마든지 좋아질 테고, 또 멋지게 성장할 거니까 아무런 문제 없습니다. 글보다 중요한 게 인생이고 태도입니다. 부족하고 모자라지만, 나도 한 번 해내겠다 정신으로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간 이들에게 누구도 손가락질 할 수 없고 해서도 안 됩니다.


못 쓰는 글을 많이 써야 합니다. 못 타는 스케이트 많이 타야 합니다. 못 하는 말을 많이 해야 합니다. 어설프고 서툰 그 일을 뻔뻔스러울 정도로 당당하게 '많이' 해야 합니다. 주변의 조롱이나 반대는 신경 쓸 필요도 없습니다. 실력 향상되면,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르면, 손가락질 하던 사람들 순식간에 사라집니다. 세상을 평정하는 건 말이 아니라 행동입니다. 자신의 행동으로 주변의 말을 없애버리세요.


처음부터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 우리는 모든 작가의 '출간된 책'만 읽습니다. 그들의 습작이나 초고는 전혀 볼 수가 없습니다. 얼마나 오랜 시간 연습을 하고, 또 얼마나 엉망인 글을 많이 썼는지 알 수가 없지요. 김연아 선수의 엉덩방아는 보지 못합니다. 박지성 선수의 헛발질도 보지 못했습니다. 박찬호 선수의 엉망진창 투구 연습도 볼 수가 없었지요. 세상 모든 영웅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부족하고 모자란 상태에서" 많은 연습을 합니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게 묵묵히 피나는 연습을 하는 것이죠.


정반대로 사는 사람 많습니다. 온통 설레발 치고 동네방네 떠들고 다니면서 실제로 글은 별로 안 쓰지요. 연습량은 쥐꼬리만 한데, 말만 들어 보면 노벨 문학상입니다. 글 쓰는 사람이 글로 얘기해야지 자꾸 말이 많아지면 곤란합니다. 말 많으면 힘 빠져서 글 못 씁니다.


못 쓴다는 말 많이 해서 동정 받으려 하지 말고, 제법 쓴다는 말 많이 해서 시건방 떨지 말아야 합니다. 서툴고 부족하지만 그냥 쓰는 거지요. 아직은 초보 작가니까 욕심 부리지 말고, 어제보다 조금 나은 글을 쓰겠다는 자세로 임하면 됩니다. 글은 정직합니다. 공부하고 연습하는 만큼 좋아집니다.


문제는 시간인데요. 빨리 잘 쓰게 될 거라는 조급한 기대 때문에 마음이 불편하고 힘든 겁니다. 조금만 여유를 가지고, 자신에게 충분한 시간을 허락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마음에 여유를 가지면 글에도 여유가 생깁니다.


글이 산으로 가는 건 괜찮습니다. 인생이 산으로 가면 큰일이지요. 시도하고 도전하는 자신을 인정해주세요. 세상은 결국 시작하고 끝내는 사람의 손을 들어줍니다. 자꾸만 횡설수설하는 글만 쓰게 된다면, 그 글 다 모아서 <횡설수설>이라는 제목으로 책 내면 됩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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