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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글장이 Oct 03. 2023

내가 '나'란 사실을 설명할 필요 없다

사랑을 구하지 말고, 사랑이 되기

"그게 돈이 되겠냐?"

"요즘 책 읽는 사람이 어디 있냐?"

"누가 다른 사람 강의를 제대로 듣냐?"

명절을 맞아 친척들이 모였습니다. 제가 한참 힘들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촌 형들이 요즘 뭐하냐고 묻길래 대답했습니다. 글 쓰고 책 읽고 강의한다고요. 그랬더니 다들 한 마디씩 합니다. 혀를 쯧쯧 차면서, 여전히 돈도 안 되는 일로 고생만 하고 있다며 걱정하듯 말했습니다.

답답했습니다. 내가 하는 이 업이 얼마나 큰 가치가 있으며, 또 얼마나 대단한 비전을 가졌는가 제대로 설명해주고 싶었습니다. 아주 조금은, 내 수입을 대놓고 말해서 그들의 기를 팍 꺾어주고 싶은 충동도 느꼈습니다. 그냥 입을 다물었습니다. 웃고 말았지요.

자신이 얼마나 고생하고 있는가를 널리 알리고 싶어 하는 사람 많습니다. 자신이 얼마나 잘났는가 말하지 못해 입이 근질한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힘들면 힘들다고 말하고 싶고, 좋으면 좋다고 자랑하고 싶고, 공감도 받고 이해도 받고 인정도 받고 싶어 합니다.

자신의 감정과 상황을 말하고 싶어도 무조건 꾹꾹 참기만 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스트레스 받고, 또 감정이 쌓여 폭발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말하지 못해 안달인 경우도 문제인 건 마찬가지입니다. 표현하는 것 자체만으로 만족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인정 받기를 갈망하는 마음이 더 크다면, 타인의 반응에만 기대어 살아가는 습성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자꾸만 말하고자 하는 습성이 좋지 않은 또 다른 이유는, 세상 사람들은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나한테 별 관심이 없기 때문입니다. 나의 아픔과 상황과 정당성을 알리지 않으면 뭔가 큰일이 날 것 같지만, 실은 아무도 관심 없는 이야기를 하는 셈이라서 '내'가 실없는 존재가 될 가능성도 크다는 뜻입니다.

가장 중요한 건, 내가 나 자신을 인정하고 이해하는 태도입니다. 글 쓰고 책 출간하여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주변 사람들이 "그런 건 뭐하러 하느냐"며 빈정대고 의아해 한다고 해서 굳이 하나하나 설명을 해야만 하는 건 아닙니다. 첫째, 그냥 내가 좋으면 그만입니다. 둘째, 내가 글쓰기/책쓰기 가치를 제대로 알고 있으면 충분하고요. 셋째, 누가 뭐래도 내 인생이란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남들이 나의 마음을 이해해주고 또 나를 인정해준다는 사실에 의지해서 살게 되면, 그들이 조금만 다른 반응을 보여도 쉽게 상처 받게 됩니다. 사람이든 사물이든 기대하고 믿고 휘둘리면 반드시 실망하게 되는 법이지요.

처음부터 사람들로부터 인정 받으며 가수가 된 사람도 있지만, 그저 노래 부르는 게 좋아서 계속 부르다가 어느 날 세상에 알려진 가수도 차고 넘칩니다. 빠른 시간에 인정 받은 가수가 훨씬 좋아 보이겠지만, 사실 빨리 인정 받은 가수는 외면 당하지 않기 위해 훨씬 힘들고 고통스러운 과정을 살아야 한다는 사실도 기억해야겠지요.

글 쓰는 작가도 마찬가지입니다. 첫 책부터 수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으면 좋을 것 같지요? 그 사람은 두 번째 책을 쓸 때 머리 다 빠질 겁니다. 무조건 첫 번째 책보다 나아야 한다는 강박 심할 테고, 첫 책 독자들의 기대를 넘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릴 겁니다.

오히려 첫 책이 좀 부족하고 모자라도 두 번째 세 번째 조금씩 나아지는 글을 써서 서서히 독자를 확보해 나가는 작가가 훨씬 여유롭고 행복할 거라는 짐작도 해 봅니다. 이건 제 얘기이기도 합니다. 베스트셀러 작가? 저 그런 거 한 번도 해 본 적 없습니다. 몇 안 되는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고, 그 마음이 너무 고맙고 행복해서 계속 책을 쓸 수가 있었지요. 이전보다 조금 더 나은 책을 쓰자. 이런 마음 덕분에 멈추지 않고 집필할 수가 있었던 겁니다.

처음부터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길 원하면, 기대치가 너무 높아서 한 줄 쓰기조차 벅찰 테지요. 그냥 쓰는 것도 힘든데, 열렬한 사랑을 받을 만한 글을 써야 한다는 강박까지 있으니 얼마나 힘들겠습니까. 그러니 조금 쓰다 포기하고, 다 써도 자신 없고, 심지어 시작조차 못 하는 작가도 수두룩한 겁니다.

나 이렇게 힘드니 좀 챙겨달라. 나 이렇게 열심히 하고 있으니 좀 봐 달라. 나 이렇게 잘했으니 칭찬 좀 해주라. 마음 속에 이런 갈망이 자리잡은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원인이 분명하지요. 그것은, 마음 속에 어린 아이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내면에 어린 아이가 존재하지만, 타인의 인정과 칭찬에 목마른 사람들 안에 존재하는 어린 아이는 조금 다른 특성을 가졌습니다.

결핍입니다. 사랑을 받지 못한 아이입니다.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사람은 세상이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랑을 구걸하지 않고 그럴 필요도 느끼지 못합니다. 이미 사랑을 받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존재 가치고 확실히 느끼고 편안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갑니다.

반면,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사람은 항상 타인의 마음을 구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게 됩니다. 자신이 글을 썼다는 사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이 "잘 썼다, 훌륭하다!" 말해주어야만 마음을 놓습니다. 꿈을 향해 달려가는 자신을 스스로 응원하지 못하고, 남들이 "잘한다! 잘한다!" 해주어야만 잘하는 줄 압니다. 상처와 아픔을 스스로 극복하지 못하고, 주변 사람들이 "아이고 얼마나 아프냐" 말해주어야 비로소 위로를 받는다고 느낍니다.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사람이 이와 같은 습성을 깨고 거듭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적용 가능하고, 또 결과를 의심할 필요조차 없는 최선의 길입니다. 다른 사람을 사랑하면 됩니다. 사랑을 베풀면 됩니다. 사랑하면 됩니다.

사랑 받지 못하고 자랐다는 사실은 참으로 안타깝고 아쉬운 일이지요. 그런데요. 마땅히 받아야 할 사랑을 받지 못했으면서도 지금껏 잘 버티고 견뎠다는 사실은, 자신이 이미 '사랑'임을 증명하는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세상에는 사랑 받은 사람도 많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이 훨씬 많거든요. 자신에게 사랑이 부족했다면, 이제 "사랑이 부족한 사람들"을 도와야 합니다. 그들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바로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글 쓰고 강의하고 상담하면서 살고 있는데요. 수많은 사람들의 문제과 고민을 접하고, 그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용기와 희망을 줍니다. 제가 이렇게 살아갈 수 있었던 이유는, 저의 상처와 아픔이 워낙 컸기 때문입니다. 아픈 사람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니까, 그들과의 상담이나 소통이 자연스럽게 가능했던 것입니다.

자신의 마음이나 상황, 상처와 아픔, 기쁨과 결실 등을 자꾸만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 받으려 애쓰지 마세요. 그러지 않아도 되고,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대신, 다른 사람의 마음과 상황을 이해하려 노력해야 합니다. 다른 사람 인정해주어야 합니다. 다른 사람 품어주세요. "나 좀 챙겨줘!"라고 외치지 말고, "내가 당신 챙겨줄게요!"라고 말하며 살아야 합니다. 태양은 자신의 뜨거움을 알아달라고 애쓰지 않습니다. 그저 세상을 비출 뿐이죠.

타인으로부터 인정과 칭찬을 받지 못해 힘들다는 사람 많이 만났습니다. "다른 사람 인정해주고 칭찬해주지 못해서, 더 많이 사랑해주지 못해서 아쉽습니다."라고 말하는 사람 거의 만나지 못했습니다. 열심히 노력하고도 인정 받지 못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습니까. 힘들고 어려운 삶을 간신히 버텨내고 있는 이들이 얼마나 많겠습니까. 단 한 번의 칭찬과 격려조차 받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하는 존재들이 얼마나 많을까요.

"사랑 받지 못한 나"를 불쌍히 여기는 자기 위안은 이제 그만 했으면 좋겠습니다. 작은 삶을 넘어 위대한 인생을 추구해야 행복과 성공도 더 크게 이룰 수 있습니다. "사랑 받지 못한 사람들"을 찾아 손 잡아주고, 그들을 위한 글을 쓰고, 그들을 위해 강연하고, 그들을 위해 사랑을 베풀면서,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