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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Oct 04. 2023

상처를 잘 입는다면, 기대하는 마음 때문에

나를 지키는 울타리


인기 많은 강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강사라면 누구나 비슷한 마음을 가진 적 있을 거라고 짐작합니다. 저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이 저를 좋아하고 환호하고 따르면 좋겠다 싶었지요. 사업 실패 후 절망과 좌절의 시간을 오래 보냈기 때문에 사랑 받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열심히 강의했습니다. 사랑 받으려고요. 인기 끌려고요. 처음엔 사랑도 받고 인기도 높아지는 줄 착각했습니다. 다들 겉으로는 좋아하는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알고 보니 뒤에서 저를 흉 보고 있더군요. 마음 아팠습니다. 상처 입었습니다. 대체 내가 뭘 그리 잘못했는가. 반성도 하고 후회도 했습니다.


강사가 강의하면서 사랑 좀 받고 싶다는데, 그게 대체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인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단정했지요. 나를 흉 보는 그들이 잘못 되었구나. 내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문제이구나, 이런 생각을 계속 하니까, 점점 사람이 싫어졌습니다. 앞으로 계속 책도 쓰고 강의도 해야 하는데, 사람이 싫으니까 다 하기 싫어졌습니다.


어느 책에 보니까, 사랑 받고 싶으면 먼저 사랑을 주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뭔가 탁 깨달음이 오는 듯했습니다. 아! 그렇구나! 내가 먼저 사랑을 주어야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거였구나! 설레고 기뻤습니다. 마치 인생의 큰 비밀 하나를 알게 된 기분이었지요.


노력했습니다. 먼저 사랑을 주려고 했습니다. 강의도 더 열심히 하고, 공부도 더 많이 하고, 글도 더 많이 썼습니다. 욱하는 마음도 조금씩 줄이고, 답답해도 속상해도 많이 참았습니다. 저 나름대로는 사랑을 주려고 최선을 다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옘병하고, 사랑 아무리 많이 줘도 똑같았습니다. 저를 좋아하는 사람은 계속 좋아해주고, 저를 싫어하는 사람은 계속 싫어하더군요. 뒤에서 흉 보는 사람들 여전했습니다. 또 생각했지요. 내가 뭘 잘못했는가. 대체 무엇 때문에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생기는 것인가. 상처와 아픔을 안은 채 계속 강의하고 글 쓰려니 미쳐버릴 것만 같았습니다.


지금은 어떨까요? 세상 행복합니다.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신나게 강의하고 행복하게 글 씁니다. 사람들 반응은 어떠냐고요? 뒤에서 험담하는 사람들 사라졌냐고요? 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어느 스님의 말씀처럼, 산이 나를 좋아해서 산에 가는 게 아니지요. 그냥 내가 산이 좋아서 갈 뿐입니다.


이제는 압니다. 사랑 받기 위해 애쓸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요. 그들이 나를 좋아해주길 바라는 마음 자체가 아무 쓸모 없는 허황된 꿈이란 걸 이제는 잘 압니다. 세상에는 짜장면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짬뽕 좋아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짜장면 싫어하는 사람도 있고 짬뽕 싫어하는 사람도 있고요. 각자 자기 먹고 싶은 것 먹으면서 살면 됩니다. 짜장면 싫어하는 사람한테 좋아하라고 강요할 수 없고, 짬뽕 좋아하는 사람한테 먹지 말라고 강요할 수도 없습니다.


제 강의 좋아하는 사람은 계속 들으면 되고요. 저를 싫어하는 사람은 강의 안 들으면 됩니다. 좋다는 사람 말릴 이유도 없고, 싫다는 사람 억지로 강의 듣게 만들 수도 없습니다. 제가 할 일은, 최선을 다해 강의를 하는 것뿐입니다. 그것이 삶의 방식이자 세상 돌아가는 법칙입니다.


하나를 주면 하나를 받는 것이 당연하고 믿는 사람 많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내가 준 만큼 돌려받아야 마땅하다고 믿었지요. 하지만, 세상은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하나를 주면, 내가 준 사람에게 돌려받는 게 아닙니다. 나중에 다른 경로로 돌려받게 됩니다. 그것도 몇 배로 불어난 양을 받게 되지요.


그냥 주면서 살면 됩니다. 다 주면, 싹 다 돌려받습니다. 대신, 내가 준 사람한테 돌려받는 게 아니라 전혀 다른 경로를 통해서 돌려받습니다. 이 진리를 깨우쳐야 합니다. 누군가에게 뭔가를 기대하는 마음 자체가 없어야 합니다. 사랑을 받기 위해 애쓸 필요도 없고, 사랑을 받겠다는 조건을 건 상태에서 주지도 말아야 합니다.


매번 강의할 때마다 혼신을 다합니다. 두 시간 강의하고 나면 진이 다 빠집니다. 내가 이렇게 많은 걸 주었으니 당신도 받은 만큼 내놔라. 이제는 이런 생각 하지 않습니다. 돌려받겠다는 생각을 없애고 나니까 속이 다 편합니다. 강의할 때도 부담 없고, 글을 쓸 때도 가볍습니다. 부담 없이 강의하고 가볍게 글 쓰니까 강의도 더 잘 되고 글도 더 잘 써집니다. 덕분에 수강생도 더 많아지고 돈도 더 많이 벌었습니다. 사랑 받기 위해 애쓸 때보다 그냥 주면서 살게 된 이후로 더 풍요롭고 멋진 인생 누리고 있습니다. 제가 준 것보다 몇 배 돌려받고 있는 셈이죠.


뒤에서 제 험담하는 사람들 가만히 보면, 8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 하나도 없습니다. 자기 만족으로 그럭저럭 살고 있는 것처럼 느낄지는 모르겠지만, 저나 함께 하는 이들의 성장에 비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런 사람들의 험담과 비난에 제가 흔들릴 이유가 없는 것이죠. 오히려 안타깝고 불쌍합니다. 이제라도 정신 차리고 다른 사람 흉 보는 습성 없애야 할 텐데 아쉽습니다.


주변에 보면, 상처 쉽게 받는 사람 많습니다. 기대가 커서 그렇습니다. 자꾸만 뭔가를 기대해서 그런 겁니다. 친구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 거라는 기대, 가족이 내게 이렇게 대해줄 거라는 기대, 직장에서 동료들이 이렇게 반응할 거라는 기대, 세상이 이렇게 돌아갈 거라는 기대, 내 인생이 이렇게 풀릴 거라는 기대. 그런 기대 때문에 계속 실망하고 좌절하며 상처를 입는 것이죠.


기대는 반드시 상처를 주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아무것도 바라지 말고 그저 "내가 세상과 타인을 위해 무엇을 줄 것인가"만 생각하며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준다"는 게 무슨 대단한 행위가 아니거든요. 글 한 편 쓰는 것도 주는 일이고요. 친구한테 위로 한 마디 전하는 것도 주는 행위입니다. 그렇게 자꾸만 마음을 내면, 결국에는 어떠한 경로를 통해서라도 몇 배로 돌려받게 되어 있습니다.


세상에는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가족조차도 내 마음에 쏙 들지 않습니다. 내 속으로 낳은 자식조차 내 뜻과 다른 인생 살아갑니다. 하물며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사람들이야 오죽하겠습니까. 옳고 그름이 없다는 얘기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걸 저 사람은 싫어할 수 있고, 내가 싫어하는 걸 이 사람은 좋아할 수 있습니다. 모두가 내 마음 같지 않다는 걸 최대한 빨리 받아들일수록 상처를 줄일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상처와 아픔을 많이 겪어 본 제 입장에서 보면, 마음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제일 안타깝습니다. 그거 참 견디기 힘들고 속상하거든요. 기쁘고 행복하기 위해 태어났는데, 허구헌날 괴롭고 아프니 얼마나 힘들겠습니까. 이제는 생각을 달리 하고, 더 많이 웃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사람 비방하고 흉 보고 험담하는 사람치고 행복하다는 사람 본 적 없습니다. 자신은 무슨 정당한 얘기를 하는 것처럼 느낄지 모르지만, 그것이 결국은 자신을 향한 비난이며 손가락질이란 사실을 알지 못하는 것이죠. 자기 인생을 시궁창으로 몰고 가는 말과 행동임을 알아야 합니다.


상처 받지 맙시다. 누구도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습니다. 상처는, 내가 허락할 때만 내 심장에 꽂힙니다. "상처 입지 않겠다!" 하루에 세 번씩 외칩니다. 그럭로나서, 뭐 한 가지라도 다른 사람에게 "주겠다"는 생각으로 오늘을 살아야 합니다. 남의 험담이나 하는 수다 떠는 아줌마 되지 말고, 세상과 인생을 위한 큰 생각을 하는 존재로 거듭났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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