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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Oct 05. 2023

심장이 너덜너덜, 신고할 수도 없고

오늘도 추행당할 겁니까


지하철에서 누군가 내 엉덩이를 만졌다고 칩시다. 불쾌하고 모욕적입니다. 성추행이지요. 당장 경찰에 신고하고, 그 사람에게 적절한 법적 조치를 취할 겁니다. 저는 '법' 하면 아주 치가 떨리는 사람입니다. 그럼에도 당장 고소를 하겠다는 건 누군가 내 몸을 함부로 만지는 것이 그 만큼 치욕적이라는 뜻입니다.


몸을 보호하는 건 본능입니다. 여름엔 얇은 옷을 입어 체온을 조절하고, 겨울에는 두꺼운 옷을 입어 추위를 피합니다. 다른 동물과 달리 거주지에 대한 욕망이 큰 것도 어찌 보면 몸을 보호하려는 본성이 강한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요.


조금만 아파도 병원에 가거나 약을 먹습니다. 이 또한 자기 몸을 지키려는 습성에서 비롯된 행동입니다. 머리가 띵하면 신경이 예민해집니다. 신체 부위 어디든 통증이 있으면 일상에 즉시 비상이 걸립니다. 몸은 소중합니다. 몸과 나를 동일시할 정도입니다. 문제는, 정신이나 마음을 몸 만큼 챙기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누가 내 심장을 함부로 만지면 기분이 어떨까요? 당장 어떤 느낌이 강하게 들지는 않을 겁니다. 엉덩이를 만진다는 건 상상이나 추측이 가능하지만, 심장을 만진다는 건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니까요. 비밀 한 가지를 말씀드리자면, 수많은 사람들이 거의 매일 타인으로부터 심장과 뇌를 추행당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친구나 가족, 회사 동료나 지인으로부터 어떤 말을 들었을 때 기분이 상하고 불쾌한 적 있지요? 그들이 내 심장을 함부로 만진 겁니다. 엉덩이와 다른 점이 있습니다. 심장을 추행당할 때는, 나 자신의 책임이 더 크다는 사실입니다. 그들이 내 심장을 만지려 해도 내가 허락하지 않으면 그만입니다. 그런데, 많은 경우 우리는 그들의 말을 기어이 받아들여 상처를 입고 속상해 합니다.


스마트폰도 마찬가지입니다. 종일 들고 삽니다. 그 속으로 빨려들어갈 것 같습니다. 게임, 유튜브, 온갖 영상과 증명되지 않은 잡소문들, 연예인을 비롯한 공인들에 대한 가십, 자극적인 영상들. 이런 것들에 심장을 몽땅 내주며 살아가는 것이지요. 추행도 이런 추행이 없습니다.


SNS에는 주로 타인의 삶이 담겨 있습니다. 그들의 말과 행동, 옷차림, 엑세서리, 음식, 사고방식 등 죄다 나와 별 상관 없는 이야기들 뿐이지요. 아무 도움도 안 되는 그런 세상에 빠져 벌컥 화를 내기도 하고 우울해 하기도 하고 짜증을 부리기도 합니다. 심지어는 다른 사람 인생을 놓고 싸움을 할 때도 많습니다.


이렇게 광분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해 거짓 소문과 불확실한 정보를 마구 흘려보내는 존재들도 많습니다. 일단 낚시밥을 던져 놓고, 아니면 말고 식이지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이들이 자신의 심장과 뇌를 추행당하면서도 신고조차 하지 못합니다. 책임이 자신에게 있으니 누굴 원망하겠습니까.


눈 뜨면 스마트폰부터 봅니다. 잠들기 직전까지 스마트폰 들고 있습니다. 정치나 사회, 경제를 들먹일 때가 아닙니다. 지금은 자신을 지키고 돌봐야 할 때입니다. 만약 이대로 계속 간다면, 머지않아 대한민국은 "생각할 줄 모르는 사람"들로 가득차게 될지도 모릅니다.


스티브 잡스는 영웅입니다. 적어도 현재까지는 말이죠. 하지만, 백 년쯤 지나고 나면 우리 후손들이 스티브 잡스를 가리켜 "인간의 삶을 망친 주범"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영화 <터미네이터> 보셨지요? 기계인간을 만든 과학자가 '현재'에서는 영웅이지만 '미래'에서는 인류를 파멸시킨 시발점이 된 겁니다.


기계와 문명은 어디까지나 인간의 삶을 편리하고 안락하게 만드는 도구로서만 의미 있습니다. 그 속에 빠져 헤어나오질 못한다면, 결국 인간은 스스로 노예의 길을 선택하는 것이나 다름 없겠지요. 우리의 미래와 자녀들을 삶을 위해서, 이제는 진지하게 생각해 보아야 할 때입니다.


거창한 목표나 계획 세우지 말고, 하루에 딱 15분만이라도 "스마트폰을 끄는" 시간 가져야 합니다. 당장은 무슨 큰일이라도 날 것 같지만, 절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걸 금방 알게 될 겁니다. 익숙해지면 5분씩 늘여가는 것이죠. 저 위대한 발명품에 더 이상 추행당하지 말아야 합니다.


온라인상에서 소통과 교류가 많아지다 보니, 인간관계도 더 없이 약해지는 듯합니다. 특히, 조금만 대화가 어색하거나 막혀도 쉽게 상처를 받고 오해를 하고 등을 돌리는 일 허다합니다. SNS를 통해 자극적인 말과 영상을 워낙 자주 접하는 탓에, 누가 무슨 말만 하면 자기식으로 해석하곤 하지요.


정치에 관한 기사 한 건 올라오면, 그 아래 댓글이 수북하게 달리는데요. 언젠가 한 번 댓글을 살펴 본 적 있습니다. 차마 입에 담기도 힘든 온갖 욕설과 비난이 난무합니다. 관리자가 심한 댓글을 모두 삭제한 게 그 정도라 하니 기가 찰 지경이었습니다. 모두가 애국자처럼 나라를 위하는 것처럼 말하는데, 제가 보기엔 나라를 두 개로 쪼개는 데 앞장서는 사람들 같았습니다.


쉽게 비난하고, 쉽게 상처 주고, 쉽게 상처 받습니다. 갈수록 사람의 마음이 약해지고 너덜너덜해지고 있습니다. 추행 정도가 아니라 폭행을 당하며 살아가는 것이죠. 그것도 스스로 그렇게 만드는 것이나 다름 없으니 어디 하소연할 때도 없습니다. 어떻게 해야 지금이 위기를 극복하고 더 나은 인생을 만들 수 있을까요?


첫째, 스마트폰 중독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자신이 중독이란 사실을 알아차리고 받아들이는 게 먼저이고요. 하루에 15분만이라도 스마트폰을 꺼두는 시간 가져야 합니다.


둘째, 책 읽어야 합니다. 텍스트를 읽고 해독하고 자기 언어로 재생산하여 일상에 적용하는 행위야말로 뇌에 주름을 지게 만드는 최고의 지적 활동입니다. 독서는 스마트폰으로 발생하는 문제의 90%를 해결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셋째, 산책해야 합니다. 집 밖으로 나가서 자연과 호흡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죠. 나무도 만져 보고 흙도 밟아 보고 크게 심호흡도 합니다. 정신을 깨워야 추행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넷째, 다른 사람 비난하고 험담하는 일 당장 그만두어야 합니다. 삼삼오오 모여 앉아 그 자리에 없는 사람 흉 보고 욕하는 한심한 짓을 이제는 그만해야 합니다. 할 말 있으면 앞에서 당당하게 해야지요. 쥐새끼도 아니고 뒤에서 그게 뭐하는 짓입니까.


다섯째, 내 마음을 소중하게 여기고 지킨다는 생각을 하면서 살아야 합니다. 엉덩이도 중요하지만 심장도 중요하고 뇌도 소중합니다. 몸 귀한 줄 알면 마음 귀한 줄도 알아야지요.


마음이 튼실하면 두려울 게 없습니다. 정신이 온전해야 몸도 건강합니다. 지금은 자신의 마음을 지키는 데 온 힘을 기울여야 할 때입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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