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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Oct 14. 2023

"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기

그냥 "좋다"고 말하라


돈에 집착해서 살다 보니 친구가 다 멀어졌다며 하소연하는 사람 있었습니다. 막노동 현장에서 만났는데요. 한 마디로 "외롭다"는 뜻이었지요. 당장 먹고 살기 힘드니까 친구 만나는 것도 사치라고 여겼나 봅니다. 친구들과 함께 지내는 것이 인생 재미였는데, 그러지 못하고 일만 하며 사니까 힘들고 외롭다는 말이지요. 


친구들과 함께 지내면 재미 있고 즐겁습니다. 그런데, 혼자 있어도 나름 괜찮거든요.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자기만의 기준을 세워 놓고, 그에 부합하지 못하는 현실을 비관하면 가장 괴로운 것은 자신입니다. 친구들과 어울릴 때는 어울리는 순간을 즐기면 되고, 혼자 있을 때는 또 고독을 즐기면 됩니다. 


친구들과 어울릴 때는 돈 벌어야 한다면서 강박을 느끼고, 일하고 돈 벌 때는 친구가 그립고. 이렇게 살면 매 순간이 불행이지요. 누구도 나의 삶을 향해 "이러해야 한다"는 기준과 잣대를 들이댈 수 없습니다. 모두 스스로 정하는 것이지요. 친구들과 함께 해야 한다는 강박이 혼자서 누릴 수 있는 자유마저 박탈하게 만드는 겁니다. 


책 읽어야 합니다. 하지만, 책을 읽어야 한다는 강박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읽으면 읽어서 좋고, 읽지 않을 땐 자유롭게 시간 보내면 됩니다. 매 순간이 좋아야 살아갈 맛이 나지요. 책 읽을 땐 읽어서 괴롭고, 읽지 않을 땐 읽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초조하고. 스스로 마음을 괴롭히는 경우입니다. 


여행을 즐기는 사람 많은데요. 말 그대로 즐기는 사람들은, 여행할 때는 오롯이 여행에 집중합니다. 여행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오면 또 일상에 집중하지요. 그들은 사는 게 재미 있다고 말합니다. 즐기지 못하는 사람들은 반대로 삽니다. 여행할 때는 일상을 걱정합니다. 일상으로 돌아오면 여행 가고 싶어 하지요. 제가 딱 그랬습니다. 매 순간이 불편하고 불행했습니다.


글쓰기도 다르지 않습니다. "써야 한다"는 강박을 가지면, 쓰는 순간도 괴롭고 쓰지 않는 동안에도 마음 쫓깁니다. 행복한 글쓰기를 강조하는데요. 글을 쓰는 동안에는 글을 써서 행복하다 여기고, 쓰지 않는 동안에는 쓰지 않는 시간을 누릴 수 있습니다. 쓰는 시간도 좋고 쓰지 않는 시간도 평온해야 행복한 글쓰기가 가능합니다. 


공부해야 한다는 강박을 느끼는 아이들은 공부를 하지 않습니다. 그런 아이들은 노는 것도 제대로 즐기지 못합니다. 공부할 때는 놀고 싶어 하고, 놀 때는 시험 걱정하지요. 공부할 때는 공부하는 게 즐겁고, 놀 때는 노는 게 좋아야 합니다. 적어도 그런 마음가짐으로 공부하고 놀아야 자기 삶을 즐기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걱정과 근심은 대부분 "~ 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비롯됩니다. 삶이 이렇게 되어야 한다는 기준을 스스로 세워 놓고, 그에 맞지 않는 현실을 부정하면서 스트레스 받는 것이죠. 반드시 그렇게 되어야만 한다는 규칙은 없습니다. 살다 보면 별일 다 생기게 마련이고, 모든 순간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비로소 편안하고 행복한 인생 누릴 수 있습니다. 


돈 많아야 한다는 생각도 일종의 강박입니다. 돈을 벌 때는 돈 버는 것 자체가 즐거워야 하고, 돈과 상관 없는 일을 할 때는 나름의 의미와 가치를 누릴 수 있어야 합니다. 행복도 다르지 않습니다. 행복해야만 한다는 강박은 오히려 불행을 낳습니다. 행복할 때는 행복을 누리고, 불행할 때는 다시 행복이 올 거라는 기대로 살면 됩니다.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살든, 행복과 불행은 늘 우리 곁에 왔다가 사라졌다가 다시 오는 거니까요.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이상적인 삶을 무의식에 그려 놓고 살아갑니다. 공부는 잘해야 하고, 돈은 많아야 하며, 글도 쓰고 책도 읽고 자기계발 해야 하고, 성장과 발전을 이루어야 하며, 다정한 배우자와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살아야 하지요. 그런데, 이러한 생각들은 이상일 뿐입니다. 현실은 항상 이상과 괴리가 생기게 마련입니다. 


자신이 바라는 이상적인 삶과 현실 사이 간극이 존재하기 때문에, 실망하고 우울하고 좌절하고 절망하는 것이죠. 한 마디로 기분이 안 좋은 겁니다. 누구도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강요한 적 없고, 또 그런 삶이 최고라고 정의 내린 적 없습니다. 모두가 '내'가 만들어낸 기준이자 환상인 것이죠. 


SNS 세상이 되면서 상황은 더 심각해졌습니다. 다른 사람의 삶을 엿보는 것이 쉬우니까요. 나만 빼고 다른 사람들은 다들 잘 사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들이 '좋은 것만' 올린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마치 그들의 삶이 통째로 훌륭하고 멋진 것 같은 착각에 빠집니다. 상대적으로 내 삶은 초라하게 느껴집니다. 박탈감을 느끼니까 더 높은 곳으로 올라야만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게 되는 겁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자는 뜻이 아닙니다. 있으면 있는 대로 즐거울 수 있어야 하고, 없으면 없는 대로 행복할 수 있어야 하루하루 살아갈 맛이 납니다. 있으면 있는 대로 걱정하고, 없으면 없다고 근심하면서 살면 인생 모든 순간이 고통일 수밖에 없습니다.


행복이다 생각하고 살면 모든 게 행복이지만, 불행이다 여기고 살면 모든 게 불행입니다. 입시 준비를 할 때는 공부하느라 힘들고, 대학 가면 군대 갈 걱정을 하고, 전역하면 취업 고민하고, 직장 들어가면 결혼 걱정하고, 결혼하면 부부 갈등과 돈 때문에 스트레스 받고, 애 낳으면 애 때문에 힘들고, 애 크면 애 인생 걱정합니다. 평생을 걱정과 근심으로 살아가는 것이죠. 


입시 준비할 때는 십대의 패기와 도전을 즐기고, 대학 들어가면 청춘과 자유를 만끽하고, 군에 가면 몸도 마음도 남자로 만들고, 전역하면 다른 세상 느껴 보고, 취업하면 성취감도 누려 보고, 결혼하면 사랑도 마음껏 해 보고, 애 낳으면 가족의 의미와 가치를 새겨 봅니다. 어떻게든 자신에게 유리하고 즐겁고 유쾌하고 행복한 생각을 함으로써 살아갈 맛을 내야 하는 것이죠. 


너무 억지스럽지 않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적지 않은데요. 자기 삶을 애써 초라하고 못난 인생으로 몰아붙이는 것이 훨씬 더 억지스럽지요. 사업 실패 후에, 저도 제 삶을 세상 형편 없이 여기며 살았습니다. 스스로 비관하고 비난하고 자괴하면서, 존재 자체가 쓸모 없다고 여기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생각들이 죄다 저를 힘들게 할 뿐, 털끝만큼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직시하게 되었지요. 


현실이 좋아서 좋은 생각을 하는 게 아닙니다. 좋은 생각을 하면 현실이 좋아지는 겁니다. 글을 잘 써서 글쓰기 즐기는 게 아니고요. 즐겁다고 생각하면서 글을 쓰다 보면 어느 순간 글 쓰는 게 재미 있어집니다. "써야 한다"는 생각으로 쓰면, 쓰는 시간이 고통이자 노동이 됩니다. "쓰는 게 재미 있다"고 생각하면서 쓰면, 거짓말처럼 점점 재미가 생깁니다. 


두 가지로 정리합니다. "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났으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자기 인생의 기대치를 너무 높게 가지지 말았으면 합니다. 오늘을 잘 살면, 어제도 내일도 저절로 좋아집니다. 지금을 잘 살기 위해서는 머리와 가슴이 가벼워야 하고요. 가벼운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주어진 환경과 상황을 그저 "좋다"고 느끼는 습관이 필요하지요. 


살아야 해서 사는 게 아니라, 사는 게 좋아서 사는 거지요. 써야 해서 쓰는 게 아니라, 쓰는 게 좋아서 쓰는 겁니다.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게 아니라, 그냥 모든 일을 좋아하는 척하며 살아가는 겁니다. 돈 드는 일도 아니고 애써야 하는 일도 아닙니다. "좋다!"고 말하면 됩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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