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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Oct 14. 2023

열정 말고 루틴으로 쓰기, "좀비 정신"

그냥! 그냥! 그냥!


열정 넘치는 사람 수도 없이 많이 봤습니다. 당장이라도 책을 낼 것처럼 활활 타오르는 사람, 작가와 강연가로 인생을 바꿔 보겠다는 사람, '올해 안에' 반드시 책을 출간하겠다는 사람, 하루도 빠짐 없이 글을 쓰겠다는 사람. 저한테 자신의 각오와 다짐을 이야기할 때, 그들의 눈빛은 빛났고 목소리는 들떠 있었습니다.


그토록 뜨거웠던 사람 중 대부분은 마치 혹한기라도 겪는 듯 순식간에 식어버리곤 했지요. 언제 그렇게 뜨거웠는지 모를 정도로 전혀 다른 사람이 되기도 했습니다. 여전히 글을 쓰고 싶다 하면서도 스물스물 기가 꺾이는 사람도 많았고요. 애초부터 글쓰기를 아주 싫어했던 사람처럼 돌변하는 이도 적지 않았습니다.


글을 쓴다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합니다. 하지만, 열정 가득 뜨거웠다가 훅 식어버리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깝기도 합니다. 차라리 있는 듯 없는 듯 묵묵히 자신의 글을 써 나가는 사람들이 더 낫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토요일 아침 7시부터 두 시간 동안 70명 예비 작가님들과 "온라인 책쓰기 수업 117기, 2주차" 함께 했습니다. 강의 마칠 즈음, 열정보다 규칙이 중요함을 강조했습니다. 뜨거움을 즐기면 차가움에 무너지게 마련입니다. 


세상은 '열정'이란 단어를 좋은 뜻으로 해석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지속 가능한 열정'일 때에만 해당하는 내용입니다. 툭하면 꺼져버리는 불꽃을 열정이라 부르지는 않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저는 열정과 의지 두 단어를 믿지 않게 되었습니다. 소풍 가는 날에만 반짝 들뜨는 심리 상태를 가지고는 험한 세상 상대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열정 그 자체는 나쁜 게 아닙니다. 뜨거웠다 식었다 반복하면서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사람의 마음에는 에너지가 있습니다. 양극단으로 오갈수록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게 됩니다. 활활 타올랐다가 차갑게 식어버리기를 반복하면, 정작 일상을 살아내는 힘이 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뭔가를 하겠다고 단단히 각오를 다지고 있다고 마음이 식어버리면, 한동안 사람이 멍해지고 기운 빠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어떤 일을 꾸준히 계속하려면 에너지가 있어야 합니다. 쓸데 없는 곳에 낭비하지 않도록 에너지를 응축시켜도 시원찮을 판에, 자꾸만 감정의 파도를 타면서 힘을 날려버리면 목표를 달성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결과겠지요.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무슨 일이든 꾸준히 지속할 수 있을까요? 소중한 에너지를 중요한 일에 집중시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열정 말고 루틴으로 살아야 합니다. 밤 10시가 되면 그냥 글을 쓰는 것이죠. 새벽 5시가 되면 그냥 일어나는 겁니다. 저녁 8시가 되면 그냥 산책을 하면 됩니다. 글 써야 한다, 미라클 모닝 하겠다, 산책을 한다 등등 각오하고 결심할 필요 없습니다. 


뜨거운 열정 없이도 얼마든지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이런 태도를 저는 "좀비 정신"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저는 감옥에서 글을 쓰기 시작했기 때문에 좀비 정신을 다소 쉽게 장착할 수 있었습니다. 그 안에서는 뜨거워질 필요도 없었고, 열정 따위 생기지도 않았거든요. 세부 시간 통제가 아예 없기 때문에 대부분 사람이 그저 멍하게 시간을 보냅니다.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나름 시간을 배분했고, 그냥 "몇 시가 되면 무엇을 한다"는 생각으로 1년 6개월을 보냈습니다. 


어떻게 됐을까요? 단 하루도 빠짐 없이, 글도 쓰고 책도 읽고 필사도 하고 일기도 쓰고 독서노트도 작성했습니다. 시간이 되면 그냥 그 일을 한다! 바로 이 단순한 행위가 지금 제 삶의 루틴을 만들어준 것입니다. 이런 저런 각오도 결심도 하지 않습니다. 일단 시작하면 계속합니다. 그리고 끝장을 봅니다. <자이언트> 모든 프로그램을 다 그렇게 만들었습니다. 


그냥 새벽 4시에 일어납니다. 그냥 밤 12시에 잠듭니다. 그냥 씁니다. 그냥 읽습니다. 그냥 운동합니다. 그냥 강의합니다. 시간이 되면, 그냥 그 일을 합니다. 10년째입니다. 매일 그 시간에 그 일을 했더니, 인생은 바뀌었고 사업은 번창했으며 기적은 일상처럼 일어났습니다. 


10년 전에 만났던 사람들, 엄청난 각오와 대단한 결심을 반복했지만 그때와 별 다를 바 없는 인생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들이 잘못되었다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닙니다. 변화와 성장을 원한다면, 에너지를 한 곳에 모을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은 것이지요.


얼마든지 능력 있는 사람들, 마땅히 다 이룰 수 있는 사람들이 괜한 곳에 힘을 낭비하고 있는 걸 보면 안타깝고 아쉽습니다. 원하는 인생이 있다면, 그걸 한 번 이뤄 보는 쾌감과 성취감과 희열을 느껴 보는 것이 마땅하지 않겠습니까. 이 악물고 주먹 불끈 쥐는 동안 이만 상하고 주먹만 아픕니다. 그냥 해도 될 일을 자꾸만 어깨에 힘 잔뜩 주니까 몸과 마음만 지치고 능률은 향상되지 않는 것이죠. 


글 쓰기로 했으면 그냥 오늘 한 편 쓰면 됩니다. 이것이 전부죠. 이유를 붙이고 목적을 포장하고 자신을 과장하고 말에 거품을 잔뜩 섞으니까 "쓸 힘"이 남지 않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세상에서 "그냥"이라는 단어를 가장 좋아하게 된 겁니다. 


인생은 '각오'로 살아가는 게 아니라 '행동과 성과'로 살아내야 합니다. 비석에다가 "결심만 100번 한 사람"이라고 새기는 게 좋겠습니까. 아니면, "~을 이룬 사람"이라고 당당하게 쓰는 것이 좋겠습니까. 그럴 듯한 다짐과 각오는 이제 그만 해도 됩니다. 오늘 한 줄 쓰는 게 훨씬 낫고, 오늘 한 줄 읽는 것이 훨씬 효과 큽니다. 


연말 다가옵니다. 새해 목표와 계획, 결심과 다짐, 새로운 각오가 넘쳐날 겁니다. 새해를 맞이할 준비를 화려하게 하느라, 남아 있는 올해를 또 대충 보내게 될 테지요. 올해 마지막 하루까지 치열하게 살아내지 못하는 사람은, 1월 1일 되어 봐야 또 똑같은 하루하루를 살게 될 겁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할 때입니다. 


마음 속에서 뭔가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게 느껴집니까? 심호흡 크게 하고 식혀야 합니다. 만사 하기 싫고 그냥 누워서 쉬고만 싶습니까? "할 수 있다!" 외치면서 불을 지펴야 합니다. 자신의 심장 온도를 뚝배기처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꾸준히 지속할 수 있습니다. 타오르지 말고, 식지도 말고, '그냥' 하면 좋겠습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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