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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Oct 19. 2023

10년 마음 공부 물거품 되지 않도록, 감정 조절법

나를 챙기는 힘


욕을 하지 않았습니다. 욕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기어코 참아냈습니다. 생각이 미치지 못하는 사람을 설득할 방법은 없습니다. 배우고 공부하고 변화할 준비가 된 사람이라면 얼마든지 함께 하고 서로 소통할 마음 있습니다. 하지만, 외고집으로 자신의 생각이 무조건 옳다고 주장하는 사람과는 대화하고 싶지 않습니다. 말 섞어 봐야 서로 감정만 상할 테니까요. 


오랜 기간 마음 공부를 했습니다. 벌써 10년이 다 되었습니다. 제가 마음 공부를 시작한 이유는, 마음이 너무 괴로웠기 때문입니다. 사업 실패로 모든 것을 잃고 나락으로 떨어졌을 때, 실제로 누가 몽둥이로 패는 것도 아닌데 매일 온몸이 아팠거든요. 마음이 괴롭고 힘드니까 몸도 엉망이 된 겁니다. 그때 제가 노트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마음 편한 인생이 최고다."


화가 날 때, 서운할 때, 속상할 때, 배신 당했을 때, 실망하고 좌절할 때, 짜증날 때, 우울할 때, 무기력할 때...... 하루에도 수십 번 오르락 내리락 하는 감정을 어떻게 다스리고 수습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지 책도 읽고 명상도 하고 강의도 들으면서 공부했습니다. 연습과 훈련을 반복했고요. 


예전에 비하면 말할 것도 없이 평온해졌습니다. 매 순간 욱하던 감정이 서서히 줄어들어서 일주일에 몇 번 정도 화가 났고, 그러다가 요즘에는 한 달에 한두 번 폭발하는 정도입니다. 물론, 아직도 많은 연습이 필요하고 공부도 더 많이 해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마음 훈련에는 끝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오늘처럼 갑작스럽게 속이 뒤틀리는 일이 생기면 저도 모르게 속에서 불덩이 같은 것이 솟아오릅니다. 사람이라면 마땅히 가져야 할 바람직한 태도! 서로 지켜야 할 도리! 이런 것들이 법보다 우선 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법에 저촉되는 행위만 아니면 모든 것이 자신의 자유이며 선택이라는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과 잠시 언쟁을 벌였더니 입에 침이 바싹 마르더군요. 


사람마다 경험이 다르고 철학과 가치관 다르게 마련입니다. 저는 저 나름대로 사고방식이 있고, 그는 그 나름의 생각이 있는 거겠지요.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도 될 문제인데도, 자꾸만 "그 사람을 뜯어고치지 못한 나 자신"이 답답하고 속상합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까지 들었지요. 지금껏 내가 했던 모든 마음 공부가 물거품이 되는 것인가. 


무료 이미지 사이트에 "자존감"이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하면, 어느 곳에나 다 뜨는 그림이 한 장 있습니다. 개 한 마리가 거울을 보고 있는데,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은 사자로 표현 되어 있는 그림입니다. 아마 여러분도 본 적 있을 겁니다. 조금 다르게는, 작은 강아지 한 마리가 웅덩이를 쳐다 보고 있고 거기에 비친 모습은 호랑이가 포효하고 있는 그림도 있습니다.


그런 그림들이 어떤 의미를 전하고자 하는 것인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나 자신이 하룻강아지가 아니라 사자 또는 호랑이란 사실을 잊지 말라는 메시지일 테지요. 하지만 저는, 그런 그림에 반대합니다. 진정한 자존감이란, 강아지가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고 이를 받아들이는 감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을 또 다른 위대한 존재로 가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모습 그대로'를 인정하는 것이죠. 


자존감은 더 나은 나를 그리는 과정도 아니고, 초라한 자신을 부정하는 감정도 아닙니다. 지금 여기, 있는 그대로의 자기 모습을 소중하게 여기고 존중하는 태도를 일컫는 말입니다. 


속상하고 화 났다는 이야기를 하다가 뜬금 없이 자존감 얘기로 빠져서 의아했을 겁니다. 감정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고 그랬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마음 공부를 하면서, 어떠한 경우에도 평온하고 안정적인 감정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제 인생에 도움이 된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악착 같이 노력했던 것이고요. 


그런데, 오늘 일어난 일을 가만히 돌이켜보니까, 갑작스럽게 일어나는 상황이나 사건에 대해 침착함을 유지한다는 것이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의문이 생겼습니다. 아무리 도 터진 사람이라 하더라도 순간적으로 욱하는 감정까지 모두 다스릴 수는 없을 거라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감정도 자존감과 마찬가지입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조건 감정을 누르고 평온을 유지하려고만 애쓰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내 감정을 인정하고 바라보는 것이지요. 화가 났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속상하고 불쾌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슨 말을 하면, 일단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 후에 조언을 하든 코칭을 하든 해야겠지요. 그래야 마음이 열릴 겁니다. 감정도 똑같습니다. 일단은 인정해주어야 합니다. 내가 화가 났구나. 내가 속이 많이 상했구나. 불쾌하고 짜증나고 혈압이 올랐구나. 누르는 것보다 인정하는 게 먼저란 사실을, 10년 마음 공부보다 오늘 사건 하나로 깨닫게 된 것이지요. 


예전 같았으면, 온갖 욕설로 도배를 했을 겁니다.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내가 옳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흥분한 상태로 글을 썼을 테지요. 과거에 종종 그랬던 제 모습을 떠올리니 저절로 얼굴이 붉어집니다. 글이란, 감정을 토해내는 행위이기도 하지만, 냉철하게 자신을 직시하는 도구이기도 합니다. 


내일이 되면 감정이 좀 수그러들 겁니다. 모레가 되면 격한 감정이 더 옅여질 테고요. 그리고, 사흘이 지나고 나면, 아마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서는 생각도 하지 않고 일상을 보내게 될 겁니다. 네, 맞습니다. 사흘만 지나면 잊어버릴 일입니다. 사흘만 지나면 잊어버릴 일을 가지고, 저는 또 화를 내고 속이 상했고 짜증을 부렸던 것이지요. 


돈도 좋고 자기계발도 좋고 성공도 부자도 다 좋습니다. 그러나, 마음이 괴롭고 머릿속이 분노와 원망으로 가득 차 있으면 무슨 일을 해도 기쁘지 않습니다. 행복과는 거리가 먼 인생을 살게 될 테지요. 


화 잘 내는 사람들 있습니다. 짜증을 달고 사는 사람도 많고요. 툭하면 불평 불만 내뱉으며 주변 사람 곤혹스럽게 만드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오늘 제 글이 그런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불편하고 불쾌한 감정 상태는 결국 자신을 괴롭히는 원흉이 될 뿐입니다. 마음 가라앉히는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합니다. 


첫째, 심호흡이 최고입니다. 이거 완전 효과 100%입니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천천히 내뱉습니다. 특히 내뱉을 때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람이 화가 나면 "씩씩거리게" 되거든요. 의식적으로 호습을 깊이 하면 감정이 가라앉습니다. 


둘째, 잠시라도 책을 펼쳐 읽는 것도 감정 조절에 도움 됩니다. 어떤 감정이라도 한 시간 독서로 해결할 수 있다 하지요. 처음에 읽기 시작할 때는 자꾸만 그 사건이 떠오릅니다. 하지만, 10분만 지나도 책 내용에 빠져들어 감정이 옅어집니다. 꼭 실천해 보시길 바랍니다. 


셋째, 동네 한 바퀴 걷고 오면 마음 가라앉습니다. 빨리 뛰지 말고, 천천히 느긋하게 걸으면 됩니다. 대충 걷고 빨리 집에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말고, 나 자신을 '산책하는 사람'이라고 여기면서 설렁설렁 걷는 것이지요. 격한 감정을 가라앉힐 뿐만 아니라, 때로 기분이 막 좋아지기까지 합니다. 


사람 때문에 다치고, 사람 때문에 위로 받습니다. 우리는 이런 세상을 내일 또 살아내야 합니다. 분노와 복수심으로 스스로를 괴롭히지 말고, 어떤 일이든 마음에서 놓아주는 습성을 키웠으면 좋겠습니다. 10년 마음 공부가 물거품이 되지 않아 다행입니다. 오늘 잘 참아낸 저 자신이 기특하고 대견합니다. 글 한 편 쓰는 동안 마음 정리 다 되었네요. 역시 글쓰기가 최고입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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