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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Oct 20. 2023

매일 쓰는 힘, 삶의 단면을 보는 습관

멈추고 돌아보는 시간


'오늘은 또 뭘 써야 하지?'

지난 10년 동안 매일 했던 생각입니다. 글이 제법 잘 써지는 날이 있다고 하는 사람들의 말을 믿을 수 없습니다. 글감을 떠올리고, 내 삶의 경험을 키워드에 맞춰 되살리고, 그렇게 살아난 기억에 메시지를 부여하는 일. 저에게 글쓰기는 결코 뚝딱뚝딱 '끝낼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매일 쓰기로 결심한 이후부터 사물을 볼 때도 뭔가 쓸 만한 내용이 없나 살피게 되었고, 사람을 만나도 글과 연결하는 습관이 생겼고, 혼자 멍하니 있을 때도 삶을 돌아보곤 했습니다. 때로는 생각지도 않게 그럴 듯한 메시지를 쓰기도 했고, 대부분의 날에는 어딘가 부족하다 싶은 글로 백지를 채웠습니다.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는가? 저는 아직도 이 질문에 속 시원한 답변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신, 어떻게 하면 매일 꾸준히 글을 쓸 수 있는가에 대해 묻는다면 꽤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오늘은 매일 쓰는 힘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인생은 시간입니다. 시간은 흘러갑니다. 우리는 그 흘러가는 시간에 나를 맡긴 채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과 하지 않아도 되는 일들을 하면서 살아갑니다. 바쁘다고 말할 때도 있고 여유롭다 할 때도 있으며 자신의 시간이 어떠한지 신경 쓸 겨를조차 없을 때도 많습니다. '잘 산다'는 말은, 스스로 잘 살고 있다고 '느껴야' 하는 것이죠. 느낌은 멈출 때에만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코트에서 땀 흘리며 농구하는 사람에게 무엇을 느끼냐고 묻는다면, 시합에 열중하느라 무엇을 느끼는지 모른다고 답변할 겁니다.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도 퇴근 후에야 어떤 감정을 느끼게 마련이지요. 만약 누군가 종일 자신의 감정이나  느낌에만 몰두하고 있다면, 그 사람은 제대로 일하고 있는 게 아니라고 보아야 할 겁니다. 


삶이 곧 시간이라면, 우리는 의지를 가지고 종종 시간을 멈출 필요가 있습니다. 멈추어야 느낄 수 있고, 느낄 수 있어야 삶의 방향과 태도와 목적을 살필 수 있을 테니 말이죠. 글쓰기는 바로 이러한 멈춤과 관련 있습니다. 쓰기 위해서는 멈추어야 합니다. 다른 어떤 행위를 지속하면서 동시에 쓴다는 건 불가능합니다. 물리적인 동작만 뜻하는 게 아닙니다. 마음이 멈추어야 느낄 수 있고, 느낌이 있어야 글을 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글감이 필요한가요? 그렇다면, 일단 멈춰야 합니다. 자신이 살아온 인생 경험 중에서, "어느 한 단면을 잘라" 보세요. 초등학교 입학식 기억 납니까? 엄마가 싸준 도시락은 어땠나요? 교복을 입었나요? 그 시절의 사진은 지금과 달랐고요. 혹시 선생님을 사랑한 적 있습니까? 지독하게 미웠던 선생님도 있을 테지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던 기억, 어느 날 툭 하고 떨어진 이별의 순간, 무수히도 많았던 친구들. 


멈추고 생각하다 보면, 내 삶에 소중하고 아름다웠던 순간들이 이렇게나 많았구나 가슴이 찡할 겁니다. 먹고 살기 바쁘다는 이유로 당장 눈앞에 닥친 순간을 살아내기 급급했었지요. 구두쇠 스크루지 영감은 하룻밤 사이 인생 단면들을 돌아본 후 각성을 하게 되었습니다. 멈추고, 삶의 단면을 떠올리고, 그 순간들이 내 삶에 존재했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전혀 다른 인생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유튜브나 틱톡, 릴스 등 다양한 채널에서 동기부여 또는 자기계발 영상을 볼 수 있는데요. 그럴 듯한 문구와 배경음악에 화려한 사진과 그림이 시선을 빼앗습니다. 하지만, 내가 살아온 인생 어느 한 단면을 잘라 가만히 들여다보는 것이 훨씬 더 가슴을 울립니다. '나의 인생'이야말로 나를 움직이는 가장 큰 힘입니다.


그때 어디에 있었습니까? 누구를 만났습니까? 어떤 대화를 나누었나요? 심정은 어땠습니까? 다시 시간을 돌이킨다면, 바로 그 자리에서 어떤 선택을 하고 싶습니까? 지금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는 사람이 있다면, 무슨 말을 해주고 싶은가요?


위 여섯 가지 질문 옆에 답을 적으면 더할 나위 없는 한 편의 글이 됩니다. 독자를 위한 글도 되고요. 글을 쓰는 작가 자신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글이 되기도 합니다. 삶의 이야기만큼 아름다운 글감은 없습니다. 삶의 단면만큼 인간의 속성을 드러내는 순간도 없습니다. 글감은 인생이어야 합니다. 그래야 독자들의 가슴에 닿을 수 있습니다. 


딱지치기, 팽이돌리기, 오징어게임, 숨바꼭질, 말타기놀이, 비석치기, 전쟁놀이...... 손과 얼굴에 흙을 잔뜩 묻히고 땀에 범벅이 된 채 뛰어놀던 어린 시절을 떠올려 봅니다. 돈과 성공에 매달려 질주하듯 달리고 있는 어른이 된 '나'의 모습이 그 시절 꼬마보다 더 작게 느껴집니다. 이런 생각이 들 때면, 문득 모든 것이 부질 없으며, 내가 진정 추구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가 고민을 하게 되는 것이죠. 참으로 의미 있는 시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조급한 마음으로 "뭐 쓰지? 뭐 쓰지?" 하지 말고요. 느긋한 마음으로 의자에 앉아서 삶의 흐름을 멈춰 보세요. 지속적 흐름을 멈추고 단면을 잘라 바로 그 순간의 '나'를 만나 보는 겁니다. 위대한 성공을 이룬 사람들로부터 인생 지혜를 듣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과거 어느 순간의 '나'를 만나 그 앞에서 부끄럽지 않도록 살아가는 것이 훨씬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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