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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Oct 21. 2023

결과가 좋지 않아 실망이라면

여기가 끝이 아니다


고등학교 때 공부를 잘하지 못했습니다. 중하위권에 속했죠. 비슷한 친구끼리 어울렸습니다. 성적이 좋은 녀석들도 자기들끼리 경쟁이지만, 중하위권에 있는 우리도 나름 비교 되는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D와 저는 공부든 운동이든 늘 경쟁하듯 학교 생활을 했습니다. 때로는 제가 이기기도 했고, 또 때로는 그 친구가 더 나은 성적을 거두기도 했습니다. 


대학 시험에 떨어졌습니다. D는 합격했습니다. 그때 제 심정 참담했습니다. 제가 떨어졌다는 사실에도 실망이었고, D가 붙었다는 사실도 절망이었습니다. 경쟁에서 졌다는 사실이 창피해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누가 보면 서울대 경쟁한 줄 알겠습니다. 


아무튼 저는, 다음 해 바로 재수를 시작했습니다. 동네 학원에 등록해서 2월부터 다시 '고3'이 되었지요. 그 친구는 대학생이 되어 새내기 동기들과 술도 마시고 MT도 가고 미팅도 하면서 청춘을 즐겼습니다. 저는 매일 새벽 6시부터 밤 10시까지 학원에 앉아 강의를 듣고 책을 봐야 했습니다. 


두 번째 입시에 당당히 합격했습니다. D보다 훨씬 좋은 학교, 제가 원하는 학과에 입학했습니다. 1년 동안 재수하면서, 저는 D를 서서히 잊어버렸거든요. 그런데 D는 계속 제 소식을 듣고 있었나 봅니다.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D는 군에 가기 위해 휴학을 했다가 결국 학교를 그만두었다고 하더군요. 이후 소식은 전혀 듣지 못했습니다. 


D의 인생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잘 모릅니다. 하지만, 성공과 실패가 한 순간에 결정되는 건 아니란 사실을 그때 제대로 배웠습니다. 세상은 합격을 성공이라 부르고 불합격을 실패라 부릅니다. 아이나 어른이나 그런 문화에 젖어 있기도 하고요. 하지만 인생은, 어느 한 순간의 결과를 가지고 모든 걸 평가하는 시험이 아닙니다. 


불합격했다가 다시 합격할 수도 있고, 합격했다가도 그만 둘 수 있습니다. 바라는 결과를 이룰 때도 있고, 그렇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성과를 냈다가 다시 실패할 수도 있고, 실패했다가 다시 성공할 수 있고, 그랬다가 다시 달라질 수도 있는 것이죠. 얼마든지요. 한 순간의 결과를 가지고 '성공한 사람' 혹은 '실패한 사람'으로 간주하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고 근시안적인 시각입니다.


저는 대기업에 취업했고, 또 다른 제 친구는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작은 회사에 들어갔습니다. 저는 10년만에 회사를 그만두었고, 그 친구는 부장까지 진급했지요. 저는 사업에 실패하여 폭삭 망했고, 그 친구는 이사 직함까지 달았습니다. 저는 다시 1인 기업으로 시작하여 더할 나위 없는 삶을 누리고 있고, 그 친구는 이제 퇴직하여 다시 일거리를 찾고 있습니다. 


누구의 인생이 더 나은가. 누가 더 성공했는가. 누가 실패했는가. 저와 그 친구, 아직 인생 절반 남았습니다. 누가 어떻게 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매 순간의 결과는 항상 달랐습니다. 때로 제가 좋았을 때도 있고, 또 다른 때는 그 친구가 잘 되었을 때도 있었습니다. 인생은 순간의 결과가 아니라, 모든 순간이 영속적으로 이어져가는 과정일 뿐입니다. 


한 순간 기뻐하며 날뛰다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사람들 숱하게 보았고요. 절망과 좌절로 희망조차 없이 사는 것처럼 보였던 이들이 보란 듯이 일어서 승승장구하는 모습도 수없이 보았습니다. 어느 시점에 어떤 이유로 성공과 실패를 가늠하기에는, 우리 인생은 길고 불확실합니다. 어떤 경우에도 자만하지 말아야 하고, 또 어떤 상황에서도 좌절하지 말아야 합니다. 


인생은, 성공과 실패로 나누는 경기가 아닙니다. 모든 과정을 살아가고 살아내는 흐름과 같습니다. 정지된 화면이라면 그걸로 끝이겠지만, 계속 흘러가고 이어져가는 일련의 과정을 성공과 실패로 정의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겠지요. 


아주 오래 전 사람들이 자신의 편의를 위해 성공과 실패라는 단어를 만든 모양입니다.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내면 성공이라 부르고, 그렇지 못한 경우 실패라고 부르자 합의를 했겠지요. 하지만, 훌륭하신 우리 조상님들이 놓친 점이 한 가지 있습니다. 아직 경기가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심판이 호각을 불지도 않았는데, 아직 시간이 한참이나 남았는데, 첫 골만 가지고 승부를 판단하고 자리를 뜨는 것이나 다름 없지요. 


그렇다면, 인생은 어떤 경기일까요? 네, 맞습니다. 종료 휘슬이 없는 경기입니다. 내가 끝이라고 생각하면 그 때가 끝입니다. 내가 계속이라고 여기면 언제까지든 계속할 수 있습니다. 선택도 내가 하고, 결과도 내가 정하고,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도 내 몫인 거지요.


기대했던 만큼 결과를 얻지 못했나요? 성과가 좋지 않아 실망입니까? 그렇다면, 지금 바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길 바랍니다. 가만히 있으면 성공이냐 실패냐를 따지게 될 겁니다. 계속하면 '진행중'이기 때문에 누구도 판단을 할 수가 없게 되지요. 아직 끝난 게 아니란 사실을 보여주세요. 그냥, 계속하면 됩니다. 


실패 그 자체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실패 이후 혼란과 불안과 초조와 상대적 박탈감이 나를 힘들게 만드는 것이 문제지요. 결국, 어떤 결과가 나를 괴롭히는 게 아니라 스스로 어떤 마음을 먹느냐 하는 것이 문제의 원인이란 소리입니다. 파도가 아무리 세차게 밀려와도 문 꼭 닫아 걸고 있으면 침몰하지 않습니다. 물을 받아들여 내 안으로 치고 들어오게 하니까 가라앉는 것이죠. 


파도는 침몰의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배가 앞으로 나아가는 원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실제로 배는 풍랑에 좌초되기도 하지만, 인생은 내 손으로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훨씬 큰 장점을 지니고 있다 할 수 있겠지요. 


여기가 끝이 아닙니다. 작은 성공에 기고만장할 것도 아니고, 작은 실패에 절망할 필요도 없습니다. 빨리 땀 닦고 다시 경기장으로 들어가세요. 아직 경기가 끝나지 않았습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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