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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Oct 25. 2023

최고의 글쓰기 방법, "느리게, 규칙적으로"

조급하면 이룰 수 없다


지난 8년 동안 수많은 이들과 글 쓰는 삶을 함께 하면서 깨달은 바가 있습니다. 조급하게 서두르는 사람이 좋은 결과 내는 경우를 단 한 번도 본 적 없다는 사실입니다. 성과를 빨리 내기 위해 조바심을 내며 정신 없이 쓰려고 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세상은 '열정 넘친다'는 착각을 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자신을 괴롭히는 행위인 동시에 엉성하고 부족하고 투박한 글을 쓸 수밖에 없는 습성입니다.


똑같은 품질의 제품을 정해진 시간보다 무리하게 앞당겨 생산하면 당연히 불량품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멋지고 훌륭하게 보이는 아파트라도 사흘만에 완공한 건물에서 가족과 함께 살겠다고 결정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을 테지요. 모든 분야에서, 조급함과 서두름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특히, 글쓰기 영역에서는 느림과 멈춤이 중요합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생각과 감정을 정리 정돈하는 행위인데요. 차분하게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 갖지 않으면, 어떤 내용을 어떻게 전달해야 하는지 제대로 알 수가 없는 겁니다. 생각과 감정 자체가 정돈 되지 않은 상태에서 어떤 글을 쓴다는 건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


사흘만에 책 한 권을 뚝딱 써내는 것을 마치 무슨 자랑이라도 되는 양 홍보하고 광고하는 사람 많습니다. 안전이 최우선 되어야 할 자동차를 하루만에 뚝딱 만들어냈다고 자랑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또박또박 말을 하는 섬짓한 상황을 자랑거리로만 여기는 행위지요. 


이러한 광고가 지속적으로 노출 되는 이유는, 그런 '빠름'에 반응하는 고객이 많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마케팅은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고 움직이는 행위라서, 많은 이들이 '빨리, 쉽게'를 원한다면 그에 맞출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들의 논리이기도 합니다. 둘 다 문제라고 봐야겠지요. 본질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무조건 빨리 책을 내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예비 작가들도 문제이고, 그런 사람들의 약점을 이용해 "하루만에 뚝딱 책쓰기"라는 광고를 아무런 죄책감 없이 마구 퍼트리는 강사나 코치도 문제입니다. 


근본적으로 보자면, 어떤 일을 묵묵히 오래 지속하는 사람이 지극히 적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노력은 적게 하고, 성과는 빨리 내고 싶다는 성향입니다. 자신의 자녀를 교육 시키면서, "무슨 일이든 빨리, 쉽게, 뚝딱 해치우는 것이 최고야!"라고 가르치는 부모가 몇이나 될까요? 소중한 사람 앞에서 당당할 수 있어야 그것이 마땅한 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맨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저도 빨리 성과를 내고 싶었습니다. 전과자 파산자 등 삶이 최악으로 추락해 있었으니, 다시 회복하고 싶다는 바람이 얼마나 간절했겠습니까. 만약 그때 제가 조급하게 서둘러서 충분히 연습을 하지 않은 채 출간에만 연연했더라면, 아마 지금의 [자이언트]는 만날 수 없었을 겁니다. 


어떤 일을 하든 신뢰는 시간으로 빚어집니다. 신념을 가지고 꾸준하게 반복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의 믿음을 얻게 되는 것이지요. 이렇게 완성된 신뢰는 여간해서는 무너지지 않습니다. 그 동안 다양한 온라인 채널을 통해 "빨리 쉽게 책 쓴다"는 강사와 코치를 수도 없이 보았습니다. 모두가 한결 같이 '시작'만 화려했을 뿐, '지속'하지는 못했습니다. 


배우고 공부하려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화려하게 등장했다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강사와 코치들이 그저 원망스러울 뿐입니다. 돈만 먹고 튄 것이나 다를 바 하나도 없습니다. 예비 작가를 위하는 게 아니라, 그들을 자신의 돈벌이에만 이용하는 것이죠.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합니다. 무엇이 '진짜'인지 구별하는 능력이야말로 초정보화 시대에 꼭 갖춰야 할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하루, 나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던가 차분하게 짚어 봅니다. 보고 듣고 경험한 내용을 적습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느낌과 감정은 어떠했는가 가만히 돌아보는 것이죠. 얼마나 많은 일이 일어났고, 또 얼마나 다양한 감정이 나를 스쳐 갔는지 알게 되면, 하루는 점점 풍요롭고 밀도 높게 변해 갈 겁니다. 


자신이 잘 살고 있다는 확신을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후회와 한탄을 줄이고, 현재에 집중하며, 다가올 미래에 대해 자신감도 가질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글을 씀으로써 얻을 수 있는 태도입니다. 그러니, 한낱 돈벌이나 자잘한 성과에만 매달려 앞뒤 분간도 못하고 설쳐대는 일이 얼마나 한심한 꼴입니까. 


느리게 써야 합니다. 천천히 써야 합니다. 생각을 충분히 무르익게 하고, 표현도 다양하고 구체적으로 하고, 메시지도 선명하게 정리해야 합니다. 글쓰기는 사람을 살리는 일입니다. 달고나 찍어내는 일이 아닙니다. 서두를 이유도 없고, 서둘러서도 안 됩니다. 글을 쓰는 이유는, 더 빨리 가기 위함이 아니라 멈추고 돌아보고 짚어 보기 위함이지요. 


누군가를 감동시키는 일은 중요합니다. 그의 삶에 기쁨과 전율을 전하는 행위가 곧 나의 기쁨과 행복이 되기 때문입니다. 내 책을 읽은 독자가 책을 품에 안고 감동하는 모습. 상상만 해도 행복하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독자들을 감동 시킬 수 있을까요?


사람은 어떤 때에 감동합니까? 자신이 기대한 것 이상의 뭔가를 대할 때 가슴이 움직이지요. 하나를 기대했는데 셋을 받으면 감동합니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대단한 뭔가를 만나면 감동합니다. 틀에서 벗어나면 감동합니다. 기준 이상이 되면 감동합니다. 


글을 쓰거나 책을 낸다 하면, 수많은 사람이 대략 이럴 것이다 짐작하고 기대합니다. 작가는, 그 짐작과 기대를 넘어서야 하는 것이죠. 독자 입장에서, "이렇게까지 썼단 말인가! 이렇게까지 정성을 들였단 말인가! 이렇게까지 혼을 담았단 말인가!"라는 감정을 느끼게 해주어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당연히 많은 독자들로부터 사랑 받을 수 있겠지요. 


잘 쓰고 못 쓰고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빨리 쓰고 빨리 출간하는 것도 의미 없습니다. 오직 정성입니다. 온라인 시대, 인공지능 시대에 우리가 승부를 걸 수 있는 방법은 오직 정성뿐입니다. 그렇다면, 정성은 누가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요? 가장 먼저 작가 자신이 압니다. 자신이 정성을 다했는가, 그렇지 않은가에 대해서 누구보다 스스로 잘 알지요. 뻔뻔스러운 가면만 벗어던지면, 충분히 정성 담을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독자가 압니다. 사람들 바보 아닙니다. 척 보면 이것이 정성인가 대충인가 분간할 수 있습니다. 대충인데도 읽어주는 것은 착한 독자들의 배려일 뿐이지요. 정성을 몰라주는 사람은 없습니다. 인생에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빼곡하게 담아준 작가에게 화를 내는 독자가 어디 있겠습니까. 


작가가 알고 독자가 압니다. 그러니, 정성 들여 글 쓰는 태도를 잊어서는 안 됩니다. 조급한 마음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돈 벌겠다고 눈 시뻘게가지고 "빨리, 쉽게" 덤볐다가 소중한 제 인생 절반을 고스란히 날렸습니다. 빨리 성공하려다 빨리 망했지요. 이후로 저는, 어떤 경우에도 "빨리, 쉽게" 서두르지 않습니다. 조금 느리게 가는 것이 가장 빠른 길임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느리게, 천천히 쓰면서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규칙적으로 써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어제도 썼고, 오늘도 쓰고, 내일도 쓰는 것이죠. 열정으로 쓰는 사람들 자주 보는데요. 그들 중에는, '뜨거울 때만' 쓰는 사람 적지 않습니다. 열정은 찰나의 뜨거움이 아닙니다. 뭉근하게 달궈지는 지속성과 반드시 끝을 보는 습성이야말로 진짜 열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빨리 쓰는 게 아니라 매일 써야 합니다. 잘 쓰는 게 아니라 오늘 써야 합니다. 생각날 때만 파르르 떨 듯이, 당장 위대한 작가라도 될 것처럼 덤벼드는 사람은 금방 식어버립니다. 인간의 머리와 가슴은 극단의 뜨거움과 차가움을 오래 유지할 수 없도록 만들어졌습니다. 체온을 유지하는 기능이 있지요. 36도를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건강입니다. 인생도 다를 바 없고, 글쓰기도 똑같습니다.


느리게, 규칙적으로 글을 쓰면 누구나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그렇게 달성한 성과는 무너지지 않습니다. 또한, 그러한 태도로 글 쓰는 사람은 누가 무슨 말을 해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글 쓰는 것이 삶이고, 그 삶을 즐기고, 행복하게 쓰면서 살아갈 수 있습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저 오늘 한 편의 글을 쓰는 것입니다. 시간도 성과도 평가도, 오늘 한 편의 글에 담는 나의 정성보다 중요하지 않습니다. 태도가 가장 중요합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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