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글 쓰는 이들에게
글 쓴다고 하면 피식 웃는 사람들 있다. 책 쓴다고 하면 겉으로는 우와 하면서도 조롱 섞인 표정을 완전히 감추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책을 여섯 권 출간한 나조차도 이러한데, 이제 막 시작하는 초보 작가들이야 오죽하겠는가. 하다못해 블로그에 글 한 편 올려고 굶주린 하이에나처럼 물어뜯는 족속들이 있으니 안타까운 현실이다.
글 쓰는 시간을 정해두고 예외없이 지키려고 노력한다. 새벽 4시10분부터 5시 30분까지. 이 시간에는 어떤 일이 있어도 글을 쓴다. 사실, 이른 시간이라 어떤 일이 생기지도 않는다. 새벽을 선택한 가장 큰 보람이자 기쁨이다. 잠에서 깨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샤워기를 틀어 찬물에 머리를 담그는 거다. 여름이든 겨울이든 이렇게 하면 정신이 번쩍 든다. 그러고나서 물 한 잔 마시고는 책상 앞에 앉는다.
습관도 아니고 루틴도 아니다. 의식이다. 거룩하고 신성한 나만의 의식. 글쓰기는 나에게 그런 것이다. 시궁창에 처박혀 썩어가던 인생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글을 쓴 덕분이다. 나는 완벽히 새로운 인생을 만났으며, 누구 못지않게 성공한 삶을 누리고 있다. 감옥에서 꾹꾹 눌러 쓴 글을 한 장도 버리지 않는 이유는, 지금의 삶을 누리다가 시건방을 떨게 되면 언제든 펼쳐보기 위해서다.
비웃고 조롱하고 악성 댓글 쓰는 인간들한테 휘둘리는 이유는 자기중심이 없기 때문이다. 자기중심이란, 겸손함과 자신감과 자기긍정과 자기수용 등 네 가지를 일컫는다.
첫째, 겸손함이다. 글 쓰는 데에는 끝이 없다. 완벽도 없다. 백 점도 없다. 매일 매 순간 배워야 하고, 죽는 날까지 나아져야 한다. 글 쓰는 사람은 배우는 사람이다. 아이다. 학생이다. 이런 마음으로 쓰면 누가 뭐라고 해도 신경 쓰이지 않는다. 배우는 중인데 어때? 초등학생이 뭘 잘 모르는 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당당할 수 있다. 그래서 겸손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
둘째, 자신감이다. 나의 이야기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세상에 나밖에 없다. 내가 박사이고 내가 전문가이다. 그러니 '나의 이야기'를 써야 한다. 많은 초보 작가들이 '공자님 말씀'을 쓰는 경향이 있는데, 바로 이 때문에 하이에나들의 먹잇감이 되는 거다. 코로나 사태의 문제점을 쓰지 말고 내 장사 힘든 이야기를 써야 한다. 태풍의 위력을 쓰지 말고 우리집 지붕 날아간 이야기를 쓰면 된다. 쓰는 내용이 자신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셋째, 자기긍정이다. 앞날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모든 일의 결과는 잘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다. 누가 알겠는가? 그러니 어차피 모르는 일이라면 좋은 쪽으로 생각하는 것이 현명한 처세다. 할 수 있다, 하면 된다, 잘 될 거다, 성공할 거야, 해내고 말 거야...... 생각하고 말하기를 반복하면 배꼽 주변이 뜨거워진다. 에너지가 있어야 뭐든 할 게 아닌가. 에너지를 집중시키는 최고의 방법이 자기긍정이다.
넷째, 자기수용이다. 세상에 완벽한 존재는 없다. 우리는 모두 부족하고 모자라고 불완전한 존재이다. 그래서 노력이란 걸 한다. 고민하고 애쓰고 열심히 살아간다. 그런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고 받아주어야 한다. 부족하지만 노력하는 나, 모자라지만 채우려는 나, 불완전하지만 나아가려는 나. 얼마나 기특하고 대견한가. 완벽하지 못한 자신을 책망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짓은 없다. 자기수용이야말로 건실한 삶을 만들어가는 최선의 태도이다.
겸손함과 자신감과 자기긍정과 자기수용. 이 네 가지에 집중하고 훈련하는 데에만 엄청난 시간과 집중력이 필요하다. 몰지각한 인간들이 지껄이는 험담과 부정적인 말들에 신경 쓸 여유가 없다.
나를 만들어가는 일. 내 삶을 조각하는 일. 내 글을 쓰는 행위. 이 모든 것들은 얼마나 거룩하고 숭고하고 아름다운가!
덕분에 나는 내 삶을 지킬 수 있었다. 전과자 파산자 알코올중독자 막노동꾼 따위가 책을 쓰고 강의를 한다고 했을 때, 얼마나 많은 비웃음과 조롱과 험담이 난무했던가. 그래도 괜찮다. 다 이겨냈으니. 나는 승리했다. 그들은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는가? 여전히 또 다른 만만한 사람 찾아 헐뜯고 다니겠지. 이것이 인생이다.
자기중심 갖고 삶을 지켜내는 사람이 이긴다. 타인을 비방하고 못된 말 지껄이는 인간들은 발 밑에서 논다. 지적질하는 습관을 가진 것들을 상대하지 마라. 그들은 나쁜 사람이 아니라 불쌍한 인간들이다. 사랑 받지 못해서 그렇다. 존중 받은 경험이 없어서 그런 거다. 그냥 대충 못본 척하면 된다. 길거리 개나 고양이 어찌 다 신경 쓰며 살겠는가. 자신만의 길을 걸어야지.
글 쓰는 사람들. 글 쓰려고 마음 먹은 사람들. 이제 막 시작한 사람들. 모두에게 전하고 싶다. 누구나 쓸 수 있다고 하지만, 적어도 나는 아무나 쓸 수 없다고 믿는다. '글쓰기'라는 세 글자가 자신의 머릿속에 자리하고 있다면, 이것은 필시 신내림 받은 무당처럼 '글내림'을 받은 것이리라.
소명의식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냥 취미삼아 한 번 써 볼까 라고 생각하는 아마추어들과 자신을 비교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우리가 쓰는 글은 누군가를 돕는다. 나도 책 읽다가 다시 살아 보기로 결심했다. 세상 작가들에게 얼마나 감사한 지 표현할 길이 없다. 그래서 쓰기 시작한 거다.
거룩한 소명의식. 휘둘리지 말고 흔들리지 말고 무너지지 말고. 혹여 마음 풀려 휘청거리더라도 언제든 다시 일어설 수 있기를. 세상 모든 글 쓰는 이들에게 뜨거운 심장 통째로 전하고 싶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