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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Nov 08. 2023

할 수 있는 만큼에서 조금만 더

현재 자신의 수준을 직시하기


글쓰기를 힘들게 느끼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이 잘 쓰고 싶다는 욕심입니다. 실력은 30밖에 되지 않는데, 무조건 100짜리 글을 쓰고 싶어 하니까 힘들고 어려울 수밖에요. 욕심을 내려놓고 자기 수준 만큼 쓰면 됩니다. 하지만, 사람 마음이 또 그러하질 못합니다. 


이왕이면 '끝내주는' 책을 써서 돈도 벌고 성공도 하고 유명세를 타고 싶기도 합니다. 어느 유명 작가는 책 한 권 써서 수십 억을 벌었다고 하니, 자꾸만 그런 얘기가 머릿속을 맴돕니다. 나도 책 한 권 써서 인생역전 해 볼까? 시작부터 이런 마음으로 글을 쓰니까 쓰는 행위 자체가 고역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도 나지 않은 갓난 아이가 갈비를 뜯으려 하면, 먹지도 못하고 힘들기만 할 테지요. 피아노를 처음 치는 사람이 쇼팽을 연주하려 드니까 엉망진창의 곡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겁니다. 욕심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사실을 머리로는 알면서도 실천에 옮기기는 힘들어 합니다. 


악기를 배울 때는 연습을 많이 해야 하는 줄 압니다. 한두 달만에 연주를 잘하게 될 거란 기대 자체를 하지 않습니다. 운동도 마찬가지입니다. 헬스클럽 몇 번 다닌 걸로 근육이 빵빵해질 거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공부도 다르지 않습니다. 벼락치기로 성적이 쭉쭉 오를 거라고 기대하는 학생은 없겠지요. 


모든 분야에서 "갑자기, 빨리" 성과는 내는 경우는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 유독 글쓰기/책쓰기 분야에서는 실력과 기간의 개념을 상실합니다. 누구나 잘 쓸 수 있고 누구나 책을 출간할 수 있다는 말에는 대전제가 따라붙습니다. 당연히 노력하고 공부하고 연습하고 충분한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사실이지요. 


초보 작가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오랜 시간 공부와 연습과 훈련을 거듭하여 충분한 실력을 쌓을 것인가. 아니면, 욕심 부리지 않고 현재 자기 수준에서 최선과 정성을 다하여 쓸 것인가. 실력 향상을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욕심 내려놓는 것은 당장 가능합니다. 어떤 선택을 하든 이런 사실을 제대로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후자를 적극 권합니다. 꾸준히 공부하고 쓰면 실력은 자연스럽게 따라붙습니다. 충분한 시간이 필요할 뿐이죠. 다만, 욕심을 내려놓기만 하면 지금도 얼마든지 의미 있는 책을 출간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욕심 내려놓는 법을 배울 필요도 있고요. 


수요일 오전 10시부터 두 시간 동안 53명 예비 작가님들과 "온라인 책쓰기 수업 118기_1주차" 함께 했습니다. 이제 2023년도 두 달 채 남지 않았습니다. 연말까지 뭔가 의미 있는 결실을 만들면 좋겠습니다. 시간 충분합니다. 성과를 내고 새해를 맞는 것과 그냥 이대로 2024년을 시작하는 것, 둘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오늘 강의에서는, 현재 자기 실력 있는 그대로 최선을 다하여 쓰면 충분하다는 내용을 강조했습니다. 잘 써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놓고, 가식이나 허영도 싹 다 없애고, 내 안에 있는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쏟아내는 것이죠. 문법 좀 잡고, 앞뒤 문맥과 구성 좀 다듬기만 해도 얼마든지 훌륭한 책 출간할 수 있습니다. 정성만 기울이면, 그래서 내가 전하고자 하는 내용이 독자들에게 닿을 수만 있다면,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겠습니까. 


목표 중요하다 했더니, 어떤 사람은 노벨 문학상 받겠다 하고 또 다른 사람은 천조 부자 될 거라고 하더군요. 이 건 목표가 아니라 허상이고 망상입니다. 정신 못 차리고 허망한 인생 살고 있는 것이죠. 남의 꿈을 갖고 함부 로 얘기한다고 뭐라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노벨 문학상이 정확히 어떤 상인지도 모르고, 그를 위해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천조라는 금액이 얼마나 되는 돈인지 설명조차 못 하면서, 대체 그걸 어떻게 이룬단 말입니까. 


뱉으면 다 말인가요. 현실을 직시하고, 자신의 수준을 제대로 볼 줄 알고, 그 상황에서 '조금 더 높은 수준의 목표'를 세워야 합니다. 두 발을 땅에 딛고 살아 있는 꿈을 꿔야지요. 노력은 하나도 하지 않으면서 목표만 높게 세우면 죽는 날까지 뻥만 치는 불행한 인생 피할 수 없습니다. 


초보 작가는 오늘 한 편의 글을 쓰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자신의 수준보다 조금 더 잘 쓰겠다는 목표로 정성을 다해서 쓰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이 정도만 매일 반복해도 얼마든지 괜찮은 책 출간할 수 있습니다. 꾸준히 계속하면 점점 더 실력 좋은 작가가 될 수도 있는 것이지요. 


터무니없다고 여겨지는 꿈은 뇌가 인식하지 않습니다. 생생하게 상상할 수 있는 정도의 목표와 비전이라야 뇌가 현실로 인식할 수 있습니다. 겸손한 마음으로 정성을 다하는 태도. 오늘 한 편의 글을 쓰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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