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지키는 힘, 독서
지금보다 가난했던 시절 있었습니다. 지금보다 삶의 수준이 낮았던 때가 있었습니다. 돈, 인간관계, 지위, 명예, 생활 환경 등 모든 부분이 지금보다 부족하고 모자랐던 시절이 분명 있었습니다. 물질 가치만을 추구하는 입장에서 보자면, 그때는 분명 지금보다 불행했어야 마땅합니다. 하지만, 문득 떠오르는 그 시절 단편 기억들 중에는 마냥 행복했던 시간이 존재합니다.
지금은 풍요롭습니다. 부족한 것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매 순간 더 높은 곳을 바라고, 조금만 기대에 어긋나면 실망하고 상처 받습니다. 사람들 반응이 내 뜻과 다르면 속이 상하고, 더 많이 벌지 못하면 짜증이 나고, 누군가 나와 다른 말을 하면 화가 납니다.
가난했을 때 행복한 적 있었습니다. 풍요롭지만 불행한 날 있습니다. 돈과 물질 가치와 성공이 행복을 좌우하는 건 아니라는 분명한 진리가 훤히 드러나는 셈입니다. 저는 돈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돈 좋아합니다. 돈으로 할 수 있는 '행복한 일'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돈만' 쫓는 삶에는 찬성할 수 없습니다.
일요일 밤 8시부터 두 시간 동안 36명 작가님들과 제 42회 서평 쓰는 독서모임 "천무" 함께 했습니다. 이번 선정도서는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의 《오래된 미래》입니다. 라다크 사람들의 삶을 통해 문명과 산업 사회 문제점을 짚어 보고 그 해결책을 그려 볼 수 있다는 저자의 이야기가 담긴 책입니다.
편리한 문명과 고속화된 사회에서 유례 없었던 풍요를 누리고 살면서도, 황량한 라다크에 사는 사람들보다 웃음과 여유와 만족과 감사가 적은 나 자신을 돌아봅니다. 책은 이렇게, 늘 나 자신을 다시 보고 생각하게 만들어줍니다. '더 잘난 인간'으로 높이 올라가기 위함이 아니라 '더 성숙한 존재'로 거듭나기 위해, 우리는 책을 읽는 것이지요.
최근 우리 자이언트 몇몇 작가님들에게 안 좋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가슴 아픕니다. 세상의 무서움과 인간성의 말살을 처절하게 경험하는 중입니다. 한편으로는, 우리 작가님들이 당하는 고난과 시련이 모두 저의 결핍과 부족 때문은 아닌가 싶어 마음 불편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다시 한 번 정신을 똑바로 잡습니다. 외부에서 일어나는 온갖 사건과 사고가 결코 나를 휘두를 수 없다는 사실을 증명해내려 합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이런 의미입니다. 작가와 내용을 평가하기 위함이 아니라, '나 자신'을 돌아보고 깊이 생각하며 삶을 견고하게 만들기 위함이지요. 사사로운 일들 때문에 나와 내 인생을 시궁창으로 만들 수는 없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을 겁니다.
어떤 일이 사사로운 일일까요? 네, 맞습니다. 우리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이 사소한 일입니다. 그렇다면, 위대하고 거창한 일은 어떤 게 있을까요? 오직 하나뿐입니다. 나 자신입니다. 나는 위대하고, 나는 거대하며, 나는 태양이자, 나는 행복입니다. '나에게 일어나는 일' 때문에 '나'를 잃어버리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합니다.
라다크 사람들은 잘 웃는다 합니다. 그들의 표정엔 여유가 넘친다고 하지요. 거칠고 황량한 환경 속에서 자연과 사람의 소중함을 느끼고 사랑을 실천하면서 행복하게 살아간다 합니다. 가진 것 없이 흙을 만지며 살아가는 그들의 삶에, 많은 것을 가진 채 불안하게 살아가는 제 모습을 빗대어 보니 참으로 부끄럽습니다.
언젠가 지금을 돌아보며 그때가 좋았었지 그리워하는 때가 올 겁니다. 오늘, 그리고 지금, 온전히 행복하겠습니다. 심호흡을 크게 하다 보면, 숨 쉬는 것도 기적이구나 느낄 수 있습니다. 라다크 사람들을, 작가 헬레나를 한 번 만나 보고 싶습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