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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Nov 14. 2023

단어가 전부는 아니다, 말 습관

나와 타인을 위한 언어 사용법


'우울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언제 사용할까요? 네, 맞습니다. 우울할 때 사용하겠지요. 당연한 말을 왜 하고 있는 걸까요? 한 가지 짚어 볼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울하다'는 감정은 어떤 걸까요? 한 마디로 딱 잘라 말하기 힘들겠지요? 사람의 감정은 복합적이고 유동적이라서 100퍼센트 정확하게 표현한다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화가 난다, 짜증난다, 괴롭다, 힘들다, 고통스럽다, 슬프다, 마음 아프다...... 평소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하는 이런 단어들이 사실은 "습관이며 관례"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 내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늘 그 감정 단어를 사용해왔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쓰는 것이지요. 


언어는 표현의 수단이며 도구입니다. 소통의 도구로써 언어가 갖춰야 할 가장 기본적인 요소는 '정확성'이지요. 두 사람이 서로 대화를 할 때, 정확한 단어로 분명하게 말해야 공감과 이해를 나눌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언어가 정확성을 잃으면, 인류는 말과 글을 사용할 목적과 이유를 상실하게 되는 것이죠. 


정확하지 않은 단어를 매일 사용하면,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지 못한 채 "단어가 감정을 집어삼키는" 오류에 빠지게 됩니다. 실제로는 약간 서운했을 뿐인데, 우리는 허구헌날 "우울한 채" 살아간다는 얘기입니다. 사실은 별로 화가 난 게 아닌데, 자꾸만 "화가 난다"고 말하는 바람에 점점 더 화가 나는 때도 있습니다.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감정 단어에 익숙한 사람들은 그런 표현만 늘어놓게 마련입니다. 이런 걸 '퉁치는 표현'이라고 하는데요. 이런 저런 복잡한 상황에 맞딱뜨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면서 어떤 말과 행동을 하게 되었는지 구체적으로 쓰는 게 아니라, 그저 "짜증 난다" 한 마디로만 표현하는 것이죠. 


감정 단어는 자신이 품고 있는 다양한 모습과 느낌과 상황을 지극히 단순하고 획일적으로 일축해버리는 특성이 있습니다. 당장 지금 기분이 어떤지 한 번 묘사해 보세요. 아마 대부분 사람이 "좋다, 별로다, 나쁘다" 중 한 가지로 말할 겁니다. 사람의 기분이 그리 단순한 게 아닌데도, 몇 개의 단어만으로 정리를 해버립니다. 


취업 면접을 떠올려 보세요. 길어야 5~10분 정도 면접관들과 마주합니다. 30년 살아온 내 인생을, 불과 5분만에 타인으로부터 평가를 받는 셈이죠. 형식과 제도가  그러하니 어쩔 수 없겠지만, 그래도 떨어진 사람 입장에서는 상당히 억울하고 답답할 겁니다.


감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열 개쯤 되는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감정을 단어 하나로 퉁치며 살고 있으니 내 안에 깃든 본연의 나는 얼마나 갑갑하겠습니까.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자유롭다는 말도 이러한 이유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떻게 해야 단순한 감정 표현에서 벗어나고 획일화된 감정 단어 사용을 멈출 수 있을까요?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서, 더 자유로운 인생을 살기 위해서, 언어 사용 꿀팁을 소개합니다. 


첫째, 좋은 말만 합니다. 어차피 정확하지 않은 언어를 사용할 거라면, 내게 유리한 말만 하는 것이 훨씬 낫겠지요. 제대로 드러내지도 못할 부정적인 단어들 때문에 괜히 기분 더 망치지 말고, 어떤 상황에서도 좋은 말만 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둘째, 감정 말고 팩트에 집중해야 합니다. "속상하다"고 말하기보다 "차가 고장났어"라고 말하는 게 훨씬 낫습니다. "기분 나쁘다"고 표현하기보다는 "머리를 새로 했는데 남편이 알아주지 않았어"라고 표현하는 것이 훨씬 좋습니다. 글쓰기와 말하기 실력도 늘고, 감정에 빠지는 일도 줄어듭니다.


셋째,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일 때는 정확한 단어를 찾기 위해 노력이라도 해야 합니다. 무조건 "화가 난다!"고만 할 게 아니라, 더 구체적이고 정확한 감정 단어가 없는지 생각해 보는 거지요. 서운하다, 섭섭하다, 기대 이하이다, 실망이다, 배신감 느낀다, 질투와 시샘이 생긴다, 억울하다, 답답하다...... 비슷하면서도 어딘가 조금씩 뉘앙스가 다른 감정 단어들이 수도 없이 많습니다. 정해진 단어에 자신의 감정을 끼워맞추지 말고, 다양한 표현을 고민하는 것이 순간적으로 욱하는 감정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는 좋은 방법입니다. 


단어는 우리의 감정을 온전히 드러낼 수 없습니다. 언어는 우리의 내면을 완벽하게 표현할 수 있는 도구가 아닙니다. 인간의 언어는 소통과 표현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수단에 불과합니다. 언어가 인류에 미친 영향은 가히 기적이라 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감정을 정확히 드러내는 데 있어서는 불완전하다는 사실이 명백합니다. 


말을 하거나 글을 쓸 때, 내가 사용하는 단어가 전부라는 믿음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우리 감정은 훨씬 다양하고 풍부하며 복잡하고 추상적입니다. 하나의 단어가 자신의 감정을 온전히 드러낼 수 없습니다.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언어가 감정을 만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단순히 조금 서운했을 뿐인데도 "화가 났다!"고 말하는 순간 실제로 화를 내게 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우울하다"는 말을 계속 반복하면 멀쩡하던 마음도 우울하게 바뀌는 것이지요. 외부 상황이 내 감정을 망가뜨리는 경우도 있지만, 사실은 우리가 쓰는 언어가 감정에 더 많은 영향알 미치기도 합니다. 


포스트코로나 시대가 도래하면서, SNS 문화가 일상이 되면서 말하기와 글쓰기 중요성이 이전보다 커졌습니다. 말을 바르게 하고 글을 제대로 쓰는 것이 개인의 경쟁력이 되었지요. 돈을 벌고 성공하기 위해서도 말과 글을 잘 다루어야 하지만, 내면을 보듬고 중심 잡고 살아가기 위해서도 언어를 제대로 인식해야 합니다. 좋은 말과 좋은 글이 나와 타인 모두에게 도움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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