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은 불편하니까 #2

필름사진을 찍고 싶은 모두에게

by 도코
필름의 매력

디지털카메라가 주류가 되어버린 요즈음, 필름은 어쩌면 구시대의 전유물이 되어버렸는지도 모르겠다. 이는 단종된 수많은 필름이 방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름 사진은 탄탄한 마니아 층을 바탕으로 아직까지도 빛을 담아내는 도구로써 사용되고 있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아직도 필름사진을 찍고, 또 좋아하는 것일까. 디지털사진에는 없는 필름사진만의 독특한 매력을 소개하고자 한다.


필름사진의 가장 큰 매력은 귀찮음에서 온다. 셔터를 누르고 바로 사진을 확인할 수 있는 디지털사진과 달리 필름사진은 결과물을 보기까지 몇 가지 과정을 거치게 된다. 우선 본인이 원하는 필름을 구매해야 한다. 현재 필름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어 정말 급하지 않다면 필름은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편이며, 구매 후 2~3일 후에나 필름을 받아 볼 수 있다. 사진은 찍지도 않았는데 이틀이 흘러버린 것이다. 필름을 구매했다면 이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친구, 애인, 가족 등 사랑하는 모든 것을 찍어보자. 물론 36장 정도밖에 찍지 못하지만 말이다. 대부분의 필름은 한 롤에 36장을 찍을 수 있게끔 만들어져 있다. 사진을 다 찍었으면 이제 현상(development)을 해야 한다. 현상이란 필름에 약품처리하여 상이 보이게끔 하는 것이다. 현상을 통해 드디어 내가 찍은 사진을 직접 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 한 단계가 더 남아있다. 스캔을 하지 않으면 필름은 그저 약 1.34인치 크기에 담겨있는 자그마한 상에 불과하다. 일반 필름으로 사진을 찍었다면 그마저도 색이 반전되어 있어 괴상할 것이다. 우리는 스캔을 함으로써 우리의 사진을 인화할 수도, 파일로 저장할 수도 있다. 이러한 “귀찮은”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사진은 귀찮아 비로소 귀한 사진이 된다. 36장 밖에 찍을 수 없기에 고르고 골라 셔터를 누른다. 수백 장 중에 가장 잘 나온 한 장을 고르는 것이 아닌 수백수천의 순간 속에 가장 아름다운 한 순간을 담을 수 있는 것이다. 언젠가 현상하는 것을 잊고 있던 필름 한롤을 발견했을 때가 있다. 그 필름 속에는 잊고 있던 여행지에서의 추억이 담겨있었다. 이제는 옅어진 여행지에서의 가장 아름다웠던 36개의 순간들을 되찾을 수 있었다. 이처럼 필름은 “귀찮음”으로 사진에 의미를 부여해 준다. 필름 카메라를 손에 쥐고 여행지를 돌아다녀보자. 뷰파인더에 눈을 댔다 뗐다 하며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놓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필름사진의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매력은 특유의 색감이다. 각각의 필름은 고유한 색감을 갖고 있다. 내가 구매한 필름의 색감이 궁금하다면 당장 필름의 포장지를 보면 된다. 대부분의 저가형 필름은 포장지 색이 그 필름의 색감을 어렴풋이 알려주는 길잡이가 돼 주곤 한다. 물론 예외도 있지만 대개 그렇다. 여러 필름을 써 보면 머지않아 본인의 취향에 맞는 색감을 가진 필름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필름사진의 마지막 매력은 불확실성에 있다. 이는 첫 번째 언급했던 “귀찮음”의 매력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필름사진은 앞서 서술했듯이 현상, 스캔의 과정이 없으면 내가 찍은 사진을 볼 수 없다. 디지털사진이라면 망한 사진(초점 부정확, 노출부족 혹은 과다 등)인지 아닌지 바로 확인하고 다시 찍을 수 있겠지만, 필름사진은 이 과정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다.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들을 고르고 골라 필름에 담았건만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를 때의 아쉬움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일견 단점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이 또한 나는 매력이라 생각한다. 결과물을 100퍼센트 보장할 수 없기에 셔터를 누르기 전,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들어준다. 정확한 초점, 정확한 노출, 가장 이상적인 구도를 찾으려 발버둥 치며 사진에 가장 기본적인 기술을 몸에 자연스레 익히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내가 생각하는 필름의 매력을 크게 세 가지로 설명을 해 보았다. 이 세 가지가 전부는 아니다. 혹자는 필름카메라의 아날로그적인 디자인을 매력으로 꼽기도 하며 필자도 이에 동의하는 바이다. 실제로도 이런 마니아 층을 타깃으로 한 디지털카메라 제품(대표적으로 후지필름사의 x-pro시리즈, 니콘사의 Zfc 등) 또한 존재한다. 하지만 상기 서술한 매력 세 가지는 필름카메라가 아니면 느낄 수 없는 매력들로만 구성한 것이다. 이 글을 읽고 필름사진에 입문해 필름사진의 더 많은 매력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instagram. @doko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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