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짝 쌀쌀한 늦가을의 어느 날, 감자핫도그를 먹었다. 그리고 체했다. 핫도그를 먹고 처음 체했던 날. ‘감자튀김이 원래 좀 소화가 안되지.’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기억이 난다. 그 후로 감자핫도그만 먹으면 체했다. 감자핫도그가 아니더라도 추운 날 길거리에서 핫도그를 먹으면 체했고, 춥지 않아도 길에서 핫도그를 먹으며 돌아다니면 체했다. 돌아다니면서 핫도그를 먹을 수 없는 사람이 됐다.
내 위는 걸핏하면 체하는데 이유는 다양하다. 날이 추워서, 피곤해서, 튀긴 음식이라, 뭉친 고기라서, 그 날 기분이 안좋아서, 같이 먹은 사람이 불편해서, 내일 있을 약속이 걱정돼서 등등. 갖가지 이유로 위가 일을 안한다. 핫도그가 먹고싶으면 아무 일이 없는 평온한 날들 가운데 한 날을 잡아 핫도그를 포장해와서 따뜻하고 편안한 집 안에서 천천히 먹어야한다. 먹고 나서 기분좋다고 괜히 돌아다니지 말고 편안하게 앉아서 휴식을 취해야한다. 이 정도면 핫도그 프로젝트라고 봐도 될 것 같다. 요즘 먹방을 보면 떡볶이에 핫도그를 곁들여 먹기도 하던데 정말 부러운 소화력이다. 그 정도로 튼튼한 위는 태어나서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다. 다 타고나는 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