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미역 Sep 14. 2022

드디어 식빵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식빵이다. 워낙 사랑하는 음식이라 언젠가는 식빵에 대해 글을 써야지 하면서도, 늘 먹는 음식이라 오히려 쓸 거리가 떠오르지 않았다. 어제도 먹었고 오늘도 먹고 내일도 먹을 음식이라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식빵은 소위 말하는 식사빵이다. 밥 대신 먹을 수 있는 빵. 디저트류가 아니기에 그렇게 달지도 않고 느끼하거나 짠맛도 강하지 않다. 흰밥처럼 뭘 얹어먹어도 어울리도록 담백하게 만들어진 게 대부분이다. 치즈가 소용돌이 모양으로 들어가 있거나 옥수수, 단밤이 군데군데 들어가 있기도 하고 버터를 듬뿍 넣어 버터 향이 코를 찌르는 식빵도 있지만 내가 좋아하는 식빵은 심심한 식빵이다. 심심한 식빵이야말로 뭘 얹어먹든 잘 받쳐주는 접시 역할로 딱이다.


아무래도 식빵을 가장 자주 먹는 때는 아침이다. 아침식사로 식빵만큼 잘 어울리는 음식이 있을까? 바쁠 땐 식빵 한두 쪽에 차나 커피, 우유만 마셔도 한 끼로 충분하고, 조금 더 여유가 있다면 그 위에 계란 프라이라도 하나 얹어 먹으면 환상적이다. 딸기잼을 바르거나 케첩을 뿌려 먹어도 맛있지. 베이컨, 양상추, 토마토를 얹어 BLT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어도 좋고, 양배추를 채 썰어 계란에 휘휘 섞어 부쳐 넣은 길거리 토스트 스타일도 맛있다. 곁들여먹는 음료 중에서는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최고다. 입안에 휘몰아치는 맛들을 구수하고 시원한 커피가 싹 씻어내려준다. 그 개운함이란.


냉동실에 식빵이 없으면 불안하다. 쌀이 똑떨어진 건 아무렇지 않은데 식빵이 떨어지는 건 참을 수 없다. 갑자기 식빵이 먹고 싶은데 먹을 수 없는 상황이 떠오른다. 그러면 이내 조급해져 식은땀을 흘리며 빵집으로 달려간다. 옥수수가 들어간 식빵, 버터가 듬뿍 들었다는 식빵, 그대로 토스트를 해먹을 수 있다는 식빵 등을 뒤로하고 보통 나의 선택을 받는 건 우유식빵이다. 식감이 부드럽고 어느 한 재료의 맛이 강하지 않은 게 마음에 든다. 며칠 전에도 그렇게 다급하게 우유식빵을 사 와서 부엌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2~3일간 먹다가 냉동실에 넣었다. 3장 남은 식빵이 냉동실에 있다. 식빵 개수는 늘 내 머릿속에 인식되어 있다. 


3장은 애매한 숫자다. 2명이 샌드위치를 먹고 싶으면 곤란해지는 개수이다. 냉동실에 식빵이 최소 4장 이상은 있어야 든든하다. 인터넷 브라우저를 열고 저번에 사먹고 마음에 들었던 식빵 가게 홈페이지로 들어간다. 급하지 않으면 보통 인터넷에서 식빵을 주문하는 편이다. 버터, 우유, 계란, 설탕이 들어있지 않다는 통밀식빵을 장바구니에 담는다. 배송비를 줄이려 다른 빵들도 보다가 두부, 쌀로 만들었다는 베이글도 4개 담았다. 이것도 맛있었으면 좋겠는데. 다음 글은 베이글에 대해 써볼까.

매거진의 이전글 후무스란 무엇인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