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족

법보다 큰 생의 고통

by 별꽃서리


어느 가족


김미진


1. 태양은 아직 잠들지 못한 거리 위에서

가난한 사랑을 비춘다

유리는 다섯 살, 온몸이 상처투성이인 채

작은 손으로 라면을 젓는다

쇼타는 조심스럽게 웃는다

이 가족은 핏줄보다 깊은 허기를 나누는 이들,

사랑은 언제나 가장 가난한 얼굴로 찾아왔다


2. 낡은 방 한켠에서

가족은 저녁기도 대신 밥을 훔친다

"배고프니까 괜찮아."

말속엔

법보다 큰 생의 고통이 숨어 있다

"나도 낳고 싶어서 낳은 게 아니야."

그녀의 목소리가

허공의 벽에 부딪혀 울린다

죄와 사랑, 그 사이의 그릇된 이름들


3. 쇼타는 작별을 모른다

"경찰 뜨기 전에 데려다주고 와."

쇼타의 말은 냉정했으나

그 안엔 가장 뜨거운 체념이 있었다

바다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파도는 잠든 아이의 뺨을 닮았다

사랑은 때로 떠나보내야 비로소 완성된다


4. 한 인간의 가치는 무엇으로 매겨지는가

돈이 사랑을 대신하고

관계가 계산으로 변할 때

남는 건 무엇일까

온기였던 손길이 서류가 되고

가족은 이름표 없이 흩어진다

그럼에도 그들은 서로를 부른다

"엄마. 아빠."

그 단어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희망이었다


5. 사랑이란

법의 언어로는 번역되지 않는

피보다 진한 눈물

깊은 굶주림 속의

세상에 기록되지 않은 가족이었으나

가장 인간적인..

바람이 분다,

그들은 서로의 부족함을 껴안으며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가족이란

함께 울고, 함께 굶고,

끝내 서로를 놓지 못하는

마음의 끈으로 연결된,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어느 가족>>(2018년 황금종려상 수상작)을 바탕으로 '가족의 존재론'에 대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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